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될 만하면 꼬이는 남북 관계

아리랑 축제 전후해 금강산댐 · 탈북자 망명 등 악재 '첩첩'

남문희 기자 ㅣ bulgsisapress.com.kr | 승인 2002.05.20(Mon)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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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합뉴스
북한이 심혈을 기울여 준비한 아리랑 축제는 북한식 국제화를 위한 중요한 계기이다.


지난해 9월께만 해도 북한이 생각한 2002년 한반도 정세는 이런 식은 아니었다. 당시 김정일 위원장은 실무진이 올린 아리랑 축제 계획서에 대해 파격적으로 재검토하라고 지시했다. 정치색 짙은 ‘첫태양의 노래’라는 명칭을 민족적 정서를 강조한 ‘아리랑’으로 바꾸고, 행사 규모를 크게 해서 북한에 와보고 싶어하는 사람은 ‘다 받아들이라’고 하기도 했다.


최소한 2002년 정세를 낙관하고 있었던 것이다. 우선 북한 스스로 커다란 변화를 준비하고 있었다. 바로 북한식 국제화이다. 즉 2002년을 국제화의 원년으로 삼고, 아리랑 축제를 통해 이를 대내외에 과시하려 했던 것이다. 남한이나 미국을 중심으로 한 서방이 이런 흐름을 반대할 이유가 없을 것이므로 낙관했던 것이다. 그러나 아리랑 축제 개막을 전후한 최근의 정세를 보면서 아마도 북한 지도부는 국제 사회에 배신감을 느끼고 있을 법하다. 주로는 미국일 것이고, 더러는 남한의 특정 세력에 대한 감정도 있을 법하다. 최근 일어나고 있는 일련의 일들이 순수하게만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외통부장관 발언 파동까지 겹쳐


예를 들어 남북 관계에서 최근 일어난 일들을 살펴보자. 올해 초 부시의 ‘악의 축’ 발언으로 발이 묶여 있다가 겨우 지난 4월 초 임동원 특사가 방북해 남북 대화의 물꼬가 터졌다. 4월28일부터 5월3일까지 금강산에서 이산가족 상봉이 이루어졌고, 5월7일 남북경제협력추진위원회(경추위) 2차 회담을 통해 현안을 본격 협의하기로 했다.


그런데 4월23일 <워싱턴 포스트>가 난데없이 최성홍 외교통상부장관이 부시 정권의 대북 강경책을 두둔하는 듯한 발언을 했다고 보도하면서 찬물을 끼얹더니, 4월28일에는 국내 모 방송사의 금강산댐 보도가 이어졌다. 미국 아이코너스 사의 위성 사진을 보여주고 북한의 금강산댐이 붕괴 가능성이 높아 서울이 위험하다는 식의 충격적인 보도였다. 그 뒤 약 1주일간 국내 언론들은 금강산댐을 가지고 날을 보냈다. 4월28일은 금강산에서 이산가족 상봉이 이루어진 날이며, 북한이 심혈을 기울여 준비한 아리랑 축제가 시작되기 하루 전날이다. 그리고 그 뒤 1주일은 경추위를 예정해둔 기간이기도 하다.


지난 3월14일 베이징 스페인대사관 기획 망명 사건 이후 한동안 잠잠하던 탈북자들이 심상치 않은 움직임을 보인 것도 바로 그 즈음이다. 4월25일 탈북자 오 아무개씨가 독일대사관에 진입한 것을 시작으로, 4월26일 2명, 아리랑 축제 개막식 날인 4월29일 5명, 경추위가 불발로 끝난 다음날인 5월8일에는 남한에 와 있는 장길수군의 친척 5명이 중국 선양의 일본 총영사관에 들어가는 사건으로 탈북자 문제가 또다시 온통 지면을 장식하고 있다. 탈북자의 인권이 소중하지 않다는 얘기가 아니라 그 타이밍이 나쁘다는 얘기이다.


사실 새로운 일은 아니다. 멀게는 1990년대 초 영변 위성 사진 공개 사건 때로 거슬러올라가는 일이기도 하다. 그때도 남북 고위급회담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얘기가 많았다. 올해 초 부시의 악의 축 발언도 마찬가지다. 그 발언이 나온 지난 1월29일 전까지만 해도 북한과 미국은 새로운 대화 국면에 진입하고 있었다. 이미 북한 내부적으로 올해 2월을 북·미 대화의 시기로 잡고 있었고, 새로 부임한 박길연 대사와 제임스 켈리 동아태 차관보 사이에 채널이 구축되어 대화 국면에 진입하고 있었다. 그런데 난데없이 악의 축 발언이 나오고 인권단체·종교단체가 탈북자 문제 고삐를 죄는 바람에 남북 관계는 답답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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