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전세기’ 속을 들여다보니
  • 이숙이 기자 (sookyi@sisapress.com)
  • 승인 2003.05.2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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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 민항기 개조해 집무실 등 따로 마련…이번 방미 때는 ‘대한항공’ 이용
미국 대통령이 러시아 테러리스트들과 한바탕 격투를 벌여 가족을 지켜내는 영화 <에어포스 원(Airforce One)>은 대통령 전용기를 등장시켜 흥미를 끌었다. 최근 한 외신은 ‘에어포스 원’에서 프렌치 토스트 메뉴가 사라졌다는 뉴스를 타전했다. 부시 행정부가 이라크 전쟁 때부터 프랑스에 대한 감정이 나빠졌기 때문이라는 해설이 곁들여졌다. 한국에도 대통령 전용 공군 1호기가 있다. 하지만 이 공군 1호기는 단거리용이다. 대통령이 가까운 일본에 다녀오거나 국내에서 이동할 때 주로 사용한다. 이동 거리가 길고 수행 인원이 많을 때는 일반 민항기를 전세 낸다. 장거리용 전용기를 보유하기에는 쓰임새에 비해 비용이 너무 많이 들기 때문이다. 1993년 메넴 전 대통령 때 6천6백만 달러(한화 약 1천억원) 짜리 호화 전용기를 구입해 빈축을 샀던 아르헨티나는 2001년 모라토리엄 선언과 함께 ‘탱고 1’이라는 애칭이 붙은 이 전용기를 매물로 내놓기도 했다.

YS 정부 때까지 대통령 전세기는 대한항공이 독점 제공했다. 그러나 DJ 정부 때부터 아시아나항공과 대한항공을 적절하게 안배하기 시작했고 이번에는 입찰을 통해 대한항공이 선택되었다. 한 청와대 인사는 “가격도 가격이지만, 첫 해외 순방이어서 ‘Korea’라는 로고가 박힌 항공기를 이용하는 게 좋겠다는 점이 고려되었다”라고 말했다.

대통령 전세기에는 대통령 부부와 공식·비공식 수행원 그리고 기자단이 동승한다. 기업 총수들로 구성된 경제사절단은 대부분 개별적으로 출발해 현장에서 합류한다. 대통령이나 경제인들이나 서로 불편하기 때문이다. 대통령 전세기는 일반 민항기의 내부를 일부 개조해 사용한다. 항공사는 보안이라며 밝히기를 꺼렸지만, 보통 1층 앞부분의 의자 배열을 다르게 해 대통령 부부의 침실과 집무실로 사용하는 정도다. 공식 수행원들은 나머지 1등석이나 비즈니스석에 나누어 타고, 비공식 수행원과 기자단, 경호원은 3등석을 이용한다. 한 자리 건너 한 사람씩 좀 넓게 앉을 수 있는 것이 그나마 특전이다.

청와대를 출입했던 한 언론사 간부는 “예전에는 대통령 전세기가 ‘나는 룸살롱’이라고 불렸다”는 우스갯소리를 했다. 고관대작들이 어울려 미모의 승무원들로부터 원 없이 술 서비스를 받을 수 있어 비행기 분위기가 ‘짱’이었다는 얘기다. 하지만 DJ 정부 때 해외 순방을 취재한 한 일간지 기자는 “다 옛날 얘기”라며 손사래를 쳤다. 공식 수행원과 기자단 사이에 차단막이 쳐 있어 고위 인사들이 일부러 기자석을 찾지 않는 한 비행 내내 얼굴 한번 보기 힘들다는 것이다.

대통령과 마주치는 일은 더더욱 어렵다. 대통령이 기내 간담회를 여는 경우가 아니면 불가능한데, 해외 순방이 무척 잦았던 김대중 전 대통령도 기내 간담회는 한두 번 가졌을 뿐이다. 노무현 대통령은 미국으로 가는 첫날 기내 간담회를 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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