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ㆍ13 격전지 판세 점검 3]경기ㆍ인천
  • 金鍾民 기자 ()
  • 승인 2000.03.3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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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선운동 대상자 대부분 강세
경기·인천은 서울과 함께 이번 총선의 결승전이 치러지는 주경기장이다. 충청·호남·영남이 특정 정당에 장악되어 있는 구도에서 광역권으로는 유일하게 지역주의에 좌우되지 않는 곳이기 때문에 이 지역의 총선 결과는 전체의 승패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고 전반적인 국민 여론의 리트머스 시험지 역할을 한다고 볼 수 있다.

우선 관심을 끄는 문제는 민주당과 한나라당이 벌이는 제1당 경쟁이다. 이 문제는 경기·인천 지역의 선거 결과와 밀접한 함수관계를 가지고 있다. 민주당이 호남 29석을 석권하고 한나라당이 영남 65석 가운데 55석 정도를 얻는다고 가정할 때 대략 두 당 사이의 차이는 25석 안팎. 민주당으로서는 서울과 경기·인천에서 이 25석을 만회해야 하는데 어림잡아 경기·인천에서 12∼13석을 한나라당보다 앞서야 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민주당이 한나라당보다 5∼6석 더 얻는 정도로는 이 지역에서 실질적으로 승리했다고 하기 어렵다. 각종 여론조사 결과와 각당의 판세 분석을 종합해 보면 경기 41석과 인천 11석 등 52석 가운데 절반이 넘는 지역이 오차 범위 내에서 접전 양상을 보이고 있어 현재로서는 결과를 예측하기가 쉽지 않다. 다만 최근 한나라당 공천 후유증이 잠잠해진 후 수도권 선거 구도가 민주당과 한나라당의 양자 대결로 짜이면서 한나라당이 상승세를 타고 있어 민주당으로서는 경기·인천 지역 싸움에서 좀더 긴장해야 하는 상황이다.

또 하나의 관심사는 이번 총선에서 가장 큰 특징으로 나타났던 시민단체의 정치 개혁 운동이 실제 선거 결과에 반영될 것인가 하는 점이다. 지역주의에 좌우되지 않는 경기·인천 지역이 그 문제에 대해 어느 정도 대답해 줄 것으로 보인다. 이 지역 출마 예상자 가운데 시민단체의 문제제기 대상에 포함된 인사는 이성호 (민주당·경기 남양주)·이태섭 (자민련·경기 수원 장안)·이건개(자민련·경기 구리)·오세응(자민련·경기 분당 을)·서정화(민주당·인천 중 동 옹진)·이강희(민주당·인천 남구 을)·조진형(한나라당·인천 부평구 갑) 의원 7명이다. 이들 대부분은 각당의 공천 관문을 여유 있게 통과했을 뿐만 아니라 현재 판세를 보면 이들 가운데 다수가 수위권을 달리고 있다. 시민단체의 정치 개혁 운동이 선거 결과에서는 그리 위력을 보이지 못할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이들 대부분이 상대 후보와 아슬아슬하게 접전하고 있기 때문에 선거 기간에 시민단체의 낙선운동이 다시 불붙는다면 이들 지역구에 큰 영향을 미칠 가능성은 남아 있다.

경기·인천 지역의 선거 판도 가운데 특징적인 것은 정치 개혁과 물갈이를 바라는 여론이 강했음에도 불구하고 각당이 대부분 현역 의원을 공천했고 이들이 해당 선거구에서 앞서가고 있다는 점이다. 역시 선거 판세를 좌우하는 1차적인 기준은 인지도라는 점을 확인할 수 있다. 또한 역대 선거에서와 마찬가지로 천∼2천 표 차이로 승부가 갈릴 것으로 보이는 경합 지역이 많은데, 서울에 인접해 있는 지역 특성을 감안할 때 이들 경합 지역구는 선거전이 막판에 어떻게 전개되느냐에 큰 영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민주당이 충청도의 이인제 바람을 수도권으로 끌어올리려 하고 있고, 한나라당이 영남의 동요를 수습하고 수도권으로 무게 중심을 옮기고 있는 등 벌써부터 중앙당의 선거전은 수도권 대결로 압축되고 있는 양상이다. DJ 대 ‘창’피말리는 대리전

고흥길·강봉균 간발차 접전

민주당과 한나라당 모두에게 1석 이상의 의미가 있는 전략 지역구이다. 민주당에서는 김대중 정부의 핵심 경제 브레인으로 활약했던 강봉균 전 재정경제부장관이 IMF 극복이라는 국민의 정부 업적을 무기 삼아 출사표를 던졌다. 한나라당에서는 <중앙일보> 편집국장 출신으로 이회창 총재의 최측근인 고흥길 특보가 김대중 정권 심판과 3김 정치 청산 깃발을 들고 나섰다. 두 당 모두 자신들의 제1 슬로건을 손에 쥐어 주며 명실상부한 대표 선수를 내보낸 셈이다. 자민련의 도의원 출신 강대기 후보는 강봉균·고흥길 양강 구도에 묻혀 있는 상황이다.

전통적으로 한나라당 지지세가 강한 지역이지만 민주당에서 지역 정서를 고려한 ‘맞춤 공천’을 하면서 강봉균·고흥길 두 사람 사이에 우열을 점치기 힘든 접전이 벌어지고 있다. 민주당 강봉균씨는 이 지역에서 민주당이 비세인 점을 감안해 당보다는 인물을 강조하고 있다. 경제 전문가로 IMF 극복의 주역이라는 점과 여당의 실력자로서 분당을 한국 최고의 도시로 만들겠다는 점을 강조한다. 한국 경제를 살릴 후보를 찍을 것이냐 국정의 발목을 잡는 당의 후보를 찍을 것이냐는 도발적인 질문을 유권자들에게 던지고 있다. 한나라당 고흥길씨는 신정치 1번지인 분당 갑 선거가 단순한 지역 선거가 아니라 김대중 대통령과 이회창 총재의 대리전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김대중 정권에 대한 심판과 차기 대선에서의 정권 교체를 위해 이총재의 대리인인 자신을 지지해 달라고 호소하며 ‘분당을 바꾼다, 정권을 바꾼다’라는 묵직한 구호를 내세웠다.

일단 현재까지는 강봉균씨가 고흥길씨를 추격하는 데까지는 성공했으나 각종 언론사의 여론조사나 각당 내부 조사 모두 오차 범위 내의 접전 양상을 보이고 있다. 양측 모두 선거 당일까지 승리를 장담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고 IMF 극복 문제를 비롯한 김대중 정권의 국정 운영에 대한 지역 유권자들의 평가가 어떤 쪽으로 나느냐가 승패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쟁점 자체가 굵직해 중앙당 차원의 선거전이 어떻게 흘러가느냐는 것도 중요한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그밖에 지역 현안으로 분당구 독립시 승격 문제가 쟁점이 되고 있는데, 강씨는 당분간은 현실적으로 추진하기 어렵다고 보는 반면 고씨는 운동장과 문화회관 등 기반 시설이 갖추어지는 대로 독립시 승격을 추진하겠다며 적극성을 보이고 있다. 또한 주부들의 파워가 강한 지역이어서 선거운동 과정에서 누가 더 여성 유권자에게 다가가느냐는 점도 승패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저격수와 ‘실세’ 운명의 재격돌

이사철 방어전, 배기선 설욕전

DJ저격수로 이름을 날린 이사철 한나라당 의원과 DJ 비서 출신으로 14대 전국구 의원을 지낸 배기선 전 의원이 지난 15대에 이어 다시 승부를 가리게 되었다. 지난 총선에서는 이의원이 3천4백16표 차이로 배씨에게 신승. 두 사람 모두 지난 4년 동안 각각 현역 의원과 원외 위원장으로서 부지런히 기반을 닦아 왔다.

이의원은 초선임에도 불구하고 한나라당 대변인을 오랫동안 맡아 오면서 인지도를 높였으며, 직선적인 반DJ 논평을 자주 내 여권으로부터는 눈엣가시 취급을 받아왔다. 최근에는 각종 텔레비전 토론에 한나라당 대표로 참석해 특유의 공세적인 논리로 시청자에게 강한 인상을 주기도 했다. 지역에서는 지난 4년 동안 상가 등을 부지런히 찾아다니며 소탈하고 적극적인 성격으로 지역 주민들에게 다가가 공안 검사 출신이라는 이미지를 벗고 지역구 정치인으로 자리잡았다는 평을 받고 있다.

배기선 전 의원은 지난 4년 동안 원외 위원장이라는 한계에도 불구하고 여권 실세라는 장점을 최대한 활용해 지역과 중앙 정부를 연결하며 현역 의원 못지 않게 지역 사업을 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그는 부천사랑문화센터 이사장을 맡으면서 부천예술종합고등학교 신설에 기여했고, 각종 동 단위 지역 사업에 필요한 예산을 끌어오는 데 힘을 쏟았다.

민주당과 한나라당의 지지도가 엇비슷한 가운데 일단 현재는 인지도가 높은 이의원이 앞서가고 배씨가 추격하고 있는 양상이다. 두 사람의 접전을 비집고 환경공학을 전공한 386세대인 자민련 김선관씨가 출사표를 던졌다.

지역 개발과 관련된 핵심 쟁점은 지하철 구간 연장 문제. 당초 이의원이 15대 총선에서 공약으로 내놓았다가 성사시키지 못했다. 배 전의원측은 이의원이 공약으로 내건 지역의 숙원 사업을 해결하지 못했다며 공격하고 있고, 이의원측은 IMF로 인해 현실적으로 불가능했다고 설명하고 있다.

숙적으로 알려진 두 사람 사이의 공방은 선거일이 가까울수록 치열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의원은 과거 공안 검사 시절 고문 경관 이근안씨를 지휘했다는 공격을 배씨측으로부터 받고 있으나, 이의원측에서는 통상적인 업무 수행 과정이었기 때문에 이근안이 어떤 사람인지 전혀 몰랐다고 해명하고 있다. 여권 실세라는 점 때문에 관권·금권 선거에 대한 공격에 우선 노출되어 있는 배씨측은 막판에 지역주의 바람이 불어 비호남 정서가 뭉치는 상황을 가장 경계하고 있다. 예측불허 ‘빅 이벤트’ 최후의 승자는?

조세형·손학규, 명운 건 혈투

경기도 선거구 가운데 가장 중량감이 나가는 후보들이 맞붙어 주목되고 있는 지역이다. 집권당 총재권한대행을 지낸 4선 조세형 의원이 민주당을 대표해 나섰고, 수도권의 차세대 주자로 주목되는 재선의 손학규 전 의원이 한나라당 깃발을 들고 나왔다. 수도권의 빅이벤트인 만큼 두 사람 모두 적지 않은 부담을 지니고 있다. 일흔을 눈앞에 둔 조의원은 이번에 낙선하면 원로 정치인으로 한 발짝 물러서야 할 판이고, 1998년 경기도지사 선거에서 낙선한 손씨는 여기서 다시 고배를 마시면 정치적 꿈을 접을 수밖에 없기 때문에 양쪽 모두 사활을 걸고 선거에 임하고 있다.

두 사람은 각각 ‘힘있는 지역 대표론’과 ‘미래가 있는 차세대 인물론’을 앞세운다. 조의원은 경륜장 유치 등 그 동안의 성과를 바탕으로 지역 발전을 강조하고 있다. 특히 그린벨트 해제에 따른 지역 개발 문제를 제대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집권당 중진인 자신이 광명의 대표로 뽑혀야 한다고 주장한다. 또한 김대중 정부의 개혁을 이끌어 온 지도급 정치인이라는 점을 강조하며, 개혁 완수를 위해서는 자신이 이 지역에서 재신임을 받아야 한다는 논리도 펴고 있다. 이에 비해 손씨는 개혁적이고 참신한 이미지를 무기로 수도권의 차세대 주자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손씨측은 이번에 광명 시민들이 신임해 주면 야당 개혁에 앞장서고, 2002년 대선에서 수도권을 대표해 나름의 역할을 하겠다는 의지를 강하게 보이고 있다. 민원 해결에 집착하는 단순한 지역 대표가 아니라 지역에 뿌리를 두고 한국의 미래를 개척해 가는 전국적 정치인이 되겠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빅 이벤트답게 승패를 예측하기 어려운 접전이 계속되고 있다. 각종 여론조사를 종합해 보면 일단 손 전의원이 참신한 이미지를 바탕으로 앞서 나갔으나 힘있는 여당론을 내세운 조의원의 추격이 만만치 않아서 지금으로서는 뚜렷이 우열을 가리기 힘든 상황이다. 손씨측은 광명시민들에게 선호도가 높은 전재희 전 광명시장의 지원에 기대를 걸고 있고, 조의원측은 민주당 지지도가 높게 나오는 20, 30대 유권자들의 투표율을 높이기 위해 여러 구상을 가다듬고 있다.

자민련에서는 김재주씨가 공천을 받았으나 활동이 두드러진 편은 아니고, 전직 자민련 위원장이었던 차종태씨가 출마 여부를 놓고 고민하고 있다. 학원 원장 출신인 차씨는 학부모층과 자민련 지지층을 중심으로 나름으로 고정표를 갖고 있어 만일 출마한다면 조·손 양강 구도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 낙후 지역 개발 누구 손에 맡기나

전·현직 의원끼리 3파전

이지역에서 각각 번갈아 가며 13, 14, 15대 의원을 지낸 김문원 전 의원(한나라당)·문희상 전 의원(민주당)·홍문종 의원(무소속)이 최종 승부를 겨루기 위해 나섰다.

민주당 문희상 전 의원은 국민의 정부 창업 공신이자 정권 실세라는 면을 부각하며 IMF를 극복한 김대중 정부가 본격적으로 개혁 구상을 펼칠 수 있도록 자신을 지지해 달라고 호소하고 있다. 11대 때 민한당으로, 13대 때에는 자민련으로 이 지역에서 당선되었던 한나라당 김문원 전 의원은 그동안 3선 의원을 한 사람도 배출하지 못한 이 지역에서 처음으로 3선 의원을 만들어 지역의 위상을 높여야 한다고 주장한다. 현역 의원이지만 민주당 공천에서 탈락해 무소속으로 출마할 예정인 홍문종 의원은 하버드 대학 교육행정학 박사 경력을 내세우며 직업 정치인이 아닌 전문가 출신 정치인이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여론조사에서는 민주당 문희상 전 의원이 앞서가고 김 전의원과 홍의원이 그 뒤를 추격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 지역 선거 판도에서 가장 큰 이슈는 역시 지역 개발이다. 수도권 정비 계획법으로 묶이고 미군 시설이 들어와 있어 오랫동안 개발이 제한되어 온 데 대한 지역 주민의 불만이 큰 편이어서 세 사람 모두 이 점을 놓고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문 전의원은 힘있는 여당 실력자라는 점을 내세우며 해결사를 자임하고 있고, 김 전의원은 지역 발전을 위해서는 역시 다선 의원이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홍의원은 경기 북부 청사를 유치하는 데 기여했다는 업적과 4년제 대학 유치를 공약으로 내세우며 지역 발전에 자신이 적임자임을 내세우고 있다.

김문원 전의원은 자민련에서 한나라당으로 당적을 옮겼고, 홍문종 의원은 신한국당-국민회의-무소속으로 말을 갈아탄 점 때문에 당적 변경 문제에 대한 유권자들의 평가가 어떻게 내려질지도 관심거리이다. 세 사람 모두 서로를 너무 잘 알고 있어 막판에 서로의 약점을 공격하는 폭로전이 거세질 가능성이 높다.

가장 큰 변수는 현재 문의상 전 의원에 비해 지지도에서 약간 뒤떨어져 있는 김문원 전 의원과 홍문종 의원이 후보 단일화에 성공하는가 여부이다. 두 사람 모두 후보 단일화에 대한 기대를 감추지 않고 있다. 두 사람은 그렇게 된다면 승산이 있다고 얘기하고 있지만, 서로 상대방이 양보할 가능성을 흘리고 있어 단일화가 실현될지는 불투명하다.3당의 전략 지역“이곳만은 양보 못해”

전용원·윤호중·이건개 혼전

민주당·한나라당·자민련 후보가 치열하게 3파전을 벌이고 있는 이 지역은 3당 모두에 특별한 의미를 지니고 있다. 현역인 전용원 의원을 내세운 한나라당은 경기 북부에서의 전통적인 우위를 지키기 위해 반드시 방어에 성공해야 하는 처지이다. 전국구인 이건개 의원을 내세운 자민련은 연천·포천(이한동 총재), 평택 을(허남훈 의원) 등과 함께 이 지역에서 승리해야 충청도 지역당이라는 한계를 조금이나마 극복할 수 있다. 뒤늦게 윤호중 전 청와대 민정수석실 국장을 공천한 민주당은 이 지역에서 승리해 전통적으로 열세를 면치 못한 경기 북부 지역의 교두보를 마련하겠다는 의욕을 보이고 있다.

현역인 전용원 의원과 인지도가 높은 이건개 의원이 엎치락뒤치락 선두 다툼을 벌이고 있는 상황에서 후발 주자인 윤호중 민주당 후보가 빠른 속도로 따라잡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 3월16일 발표된 한 언론사의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세 후보가 6% 차이로 혼전을 벌이고 있고, 특히 무응답층을 포함한 지지도에서는 그동안 상대적으로 열세이던 윤씨가 선두로 뛰어오르는 등 치열한 3파전 구도가 짜이고 있다.

전의원은 현역 재선 의원으로 지역에 오랫동안 뿌리를 내려왔다는 점과 지역 개발 사업에 기여한 점을 강조하고 있고, 이의원은 고검장 출신 전문가형 정치인이라는 점을 내세우며 인물론으로 파고들겠다는 전략이다. 윤씨는 12년 동안 정당과 청와대에서 정책 전문가로 활약하면서 능력을 검증받은 386 후보라는 점을 내세우는 등 개혁성과 참신성을 무기로 맹추격하고 있다.

선거전의 핵심 쟁점은 지역 개발. 전의원은 발전 잠재력이 부족한 이 지역을 유통 도시로 만들겠다는 구상을 제시하고 있으며, 이의원은 지역 현안인 그린벨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중량급 정치인을 국회로 보내야 한다고 주장한다. 윤씨는 청와대에서 대통령이 내려보낸 힘있는 여당 후보야말로 지역 발전을 이끌 적임자라며 동남·동북권 전철 건설 등 교통·복지 정책을 내놓고 있다.

3파전답게 선거전이 치열해지면서 각 후보들의 약점도 벌써부터 드러나고 있는데, 이의원은 총선시민연대의 낙천·낙선 대상자로 지목된 것이 부담이 되고 있고, 전의원은 최근 한 지역 언론이 탈세 의혹을 제기해 진화에 나섰다. 윤씨는 지역에 내려온 지 얼마 되지 않고 인지도가 낮다는 점을 약점으로 보고 이를 만회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중산층 지역에 민주당 깃발 꽂을까

정범구 선두, 오양순 추격

중산층 밀집 지역이자 전통적으로 한나라당 당세가 강한 이곳에서 민주당이 깃발을 꽂을 수 있을지가 관심이다. 민주당에서는 텔레비전 토론 사회자로 젊고 인지도가 높은 정범구씨를 후보로 내세웠고, 한나라당에서는 여성 전국구 의원인 오양순 의원을 공천했다. 현역 의원은 자민련 이택석 의원으로 4선 고지를 향해 힘겨운 행군을 하고 있다.

정범구씨는 젊고 개혁적인 인물이라는 점을 강조하며 정치 개혁을 바라는 유권자들의 정서에 호소하고 있다. 시민운동의 정치개혁운동이 유리한 환경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DJ와 민주당 지지세가 상대적으로 낮은 지역이어서 선거전이 달아오르면 비호남 정서가 정씨에게 불리한 요소가 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이를 경계하고 있다. 뒤늦게 한나라당 공천을 받은 오양순 의원은 4년 동안 보건복지위원회에서 활동한 점을 강조하면서 생활 정치를 구호로 내세우고 있다. 아직은 낮은 인지도를 만회하는 데 공을 들이고 있는 상태이다. 최근에는 여성을 강조하는 인물 대결 구도는 한계가 있다고 보고 한나라당과 민주당의 당 대 당 대결을 부각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자민련 이택석 의원은 3선 관록과 지역에 뿌리를 내리고 있는 지역 일꾼이라는 점을 강조하며 민주당과 한나라당 후보의 도전에 맞서고 있다.

전체적인 판세는 민주당 정범구씨가 높은 인지도와 참신하고 개혁적인 이미지를 내세워 앞서가고는 있으나 전국적인 선거 판도가 민주당과 한나라당의 양강 구도로 짜이면서 한나라당 오양순 의원의 추격이 만만치 않은 상황이다. 각종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두 사람 사이의 지지율 차이는 5∼7%인데 날이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 정씨측은 그 동안에는 오의원이나 이의원과 달리 현역 의원이 아니어서 적극적인 활동을 하지 못했는데도 선두를 달려 왔다며, 선거전이 본궤도에 오르면 지지율 차이가 더 커질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반면 오양순 의원은 그 동안 한나라당과 민주당의 대결 구도가 충분히 부각되지 않았다면서 앞으로 양당 대결에 초점이 맞추어지면 전통적인 한나라당 지지층을 중심으로 상황을 반전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본다. 자민련 이택석 의원은 가장 높은 인지도에도 불구하고 당세가 약해 선두 다툼에서 밀리고 있는 상황이다. 시의원과 도의원을 지낸 설진성씨가 민국당 간판으로 나섰고, 한나라당 공천에서 탈락한 조웅규 의원(전국구)이 무소속 출마를 준비하고 있다. 민주당 공천 파동 수혜자는 누구?

민봉기·유필우·박우섭 ‘팽팽’

민주당과 한나라당의 양자 대결 구도에 만만치 않은 무소속이 나타나 기성 정당의 벽을 돌파할 수 있을지 관심을 끄는 지역이다.

민주당에서는 예상과 달리 인천시 정무부시장을 지낸 유필우씨가 공천되었고, 한나라당에서는 전직 남구청장을 역임한 민봉기씨가 나섰으며, 전 국민회의 지구당위원장으로 있다가 민주당 공천에서 유필우씨에게 밀린 박우섭씨가 무소속으로 출사표를 던졌다.

유씨는 청와대와 노동부 등 중앙 부처 경력을 내세워 지역과 중앙을 잇는 가교 역할에 충실하겠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지역 기반이 약하고 인지도가 낮아 아직은 승기를 잡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한나라당 민씨는 관선에 이어 초대 민선 남구청장을 역임하는 등 남구에서만 10년에 걸쳐 구청장을 해 온 경력을 바탕으로 지역 친화력을 강점으로 내세우고 있다. 65세 고령으로 초선 의원에 도전한다는 점과 지역 행정 관료로서 시야가 좁은 것 아니냐는 지적을 받고 있는 점이 단점으로 꼽힌다. 무소속 박씨는 젊고 개혁적인 인물이라는 점을 강조하면서 지난 4년 동안 국민회의 지구당위원장을 맡으면서 지역 기반을 착실히 다진 점에 기대를 걸고 있다. 무소속의 한계를 뛰어넘을 수 있을지가 주목거리이다. 인천에서도 상대적으로 낙후한 이 지역은 재개발 문제와 주차난 등 생활 환경 문제가 관심을 끌고 있으나 선거전의 핵심 쟁점으로 떠오르지는 않고 있다.

현재로서는 유필우·민봉기 씨가 각각 당세를 등에 업고 선두 다툼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무소속 박우섭씨가 나름의 지역 기반과 인물론을 앞세워 선두를 따라잡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 3월13일 한 지역 일간지에서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민씨와 유씨가 거의 비슷한 지지도를 보이고 있고, 그 뒤를 약 6% 차이로 박씨가 뒤쫓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관심의 초점은 민주당 공천 후유증이 얼마나 수습될지 여부. 박우섭 전 위원장이 탈당하면서 11개 동조직 가운데 9개 동조직의 대표들이 동반 탈당했으나 하부 조직은 어느 정도 복구했다는 것이 민주당측 주장이다. 박씨는 무소속의 한계에도 불구하고 가장 높은 인지도와 ‘아까운 인물’이라는 동정 여론을 바탕으로 당선권에 근접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민주당 지지층이 유씨와 박씨 양쪽으로 나뉘면서 한나라당 민씨가 어부지리를 얻을 것이라고 관측하는 사람도 적지 않다. 6·3 재선거 속편 개봉 박두

안상수 ‘자신만만’, 송영길 ‘와신상담’

지난해 6·3 재선거에서 맞붙었던 한나라당 안상수 의원과 민주당 송영길씨가 8개월 만에 재격돌한다. 절치부심 후일을 기약해 온 민주당 송씨가 이번에는 의원 배지를 달고 나타난 안의원에게 설욕을 할 수 있을지 관심거리이다.

안의원은 전통적인 한나라당 지지층과 충청권 표를 묶어 안정적인 재선 토대를 만들었다고 자신하고 있다. 이번에는 경기은행 퇴출, 대우자동차 부실화 등 인천 지역 경제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 문제들을 부각하며 김대중 정부의 실정을 집중적으로 공격할 계획이다. 아울러 신공항이 들어서는 것과 때를 같이해 이 지역을 문화 관광 지역으로 개발하겠다는 공약을 준비하고 있다. 지난해 6개월 간의 의정 활동에서는 교육위원으로 활동하면서 경제 전문가에서 교육 전문가로 변신을 시도했다. 30,40 대 주부 비중이 높은 지역 특성을 감안해 교육 관련 공약에 신경을 쓸 예정이다.

민주당 송영길씨는 지난해 재선거에서 떨어진 이후 거의 매일 지역 주민들과 접촉하면서 재도전의 발판을 만들어 왔다. 이번에는 젊은피를 강조하기보다는 서민적인 면모를 강조하면서 밑바닥 정서를 파고든다는 전략이다. 최근에는 택시 운전 면허증을 따 매주 토요일 오후 5시부터 다음날 오전 2시까지 택시 운전을 하면서 주민들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아울러 김대중 정부의 개혁이 성공하려면 젊고 소신 있는 정치인이 여당 내에서 목소리를 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송영길씨는 이 지역이 전통적으로 민주당 강세 지역이어서 옷로비 파동의 영향을 받았던 지난해 6·3 재선거를 제외하고는 매번 민주당(국민회의)이 승리한 지역이라는 점에 기대를 걸고 있다.

지지도는 일단 안의원이 앞서가고는 있으나 최근 조사에서는 2∼3% 차이로 좁혀져 우열을 가리기 어려운 접전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다. 당 지지도는 민주당이 한나라당에 크게 앞서 있다.

이번 선거에서 가장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이는 문제는 지역 내에 있는 대우자동차 처리 문제. 대우자동차 종업원 만여 명의 향배가 승패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보고 있다. 현재 정부는 해외 매각을 기정사실화하고 있으나 노조는 공기업화를 주장하고 있어 선거 기간에 뜨거운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자민련에서는 조봉래씨가 출마했고 민국당에서는 이병현씨가 출마했으나, 선거 판도에 큰 영향을 미치지는 못할 것으로 보인다. 결국 이 지역에서는 6·3 재선거의 속편이 상영되고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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