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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S가 노리는 총선 이후 세 갈래 길

‘이회창 지지, 영남권 대선 후보, 내각제’ 세 갈래 길 모색

金鍾民 기자 ㅣ 승인 2000.02.24(Thu)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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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삼 전 대통령은 지난 2월9∼10일 부산 방문을 통해 자신이 여전히 한국 정치의 상수(常數)임을 과시했다. 비록 총선 전이기는 하지만 개인적인 방문에 십수 명의 기자들이 동행 취재를 했고, 10일 낮에 가진 부산 지역 의원들과의 오찬 모임에 한나라당 의원 15명 가운데 12명이 참석하는 등 그의 정치적 잠재력이 살아 있음을 보여주었다.

그렇다면 과연 YS가 그리고 있는 방정식은 무엇일까. 그동안의 언행을 종합해 보면, 그는 단순하지만 명쾌한 전략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번 부산 방문에서도 드러났듯이 YS의 유일한 정치 노선은 ‘반DJ’이다. 그는 2월9일 거제도 생가를 방문한 자리에서 이번 총선 전망에 대한 기자들의 질문을 받고 “결과는 뻔하다. 민주당의 참패로 끝날 것이다”라고 ‘참패론’을 들고 나오면서, 집권 여당이 상상을 초월하는 부정 선거를 기도하고 있다고 특유의 독설을 퍼부었다. 그날 저녁 부산에서 경남고 동창들과 가진 만찬 자리에서는 자신이 집권했을 때 청남대 외의 모든 대통령 별장을 없앴는데 DJ는 남해안의 별장을 다시 쓰고 있다며 “IMF 하에서 도덕적으로 용납할 수 없는 일이다”라고 비난했다. 다음날 낮에 가진 부산 의원들과의 오찬 모임에서도 “DJ는 돌아올 수 없는 다리를 건넜고 불행한 종말을 맞을 것이다. 이번 선거에서 국민들이 뭉쳐서 입만 열면 거짓말을 일삼는 김대중 독재 정권을 심판해야 한다”라고 ‘반독재 투쟁’의 고삐를 늦추지 않았다. 표현만으로 보자면 마치 1979년 유신 말기에 의원직 제명을 당했던 때를 방불케 하는 수준이다.

지난해 초 김대중 정권을 처음 독재 정권이라고 규정하고 한나라당이 야당 구실을 못한다고 비판한 것을 돌이켜 보면 YS의 전략은 뚜렷해진다. 가장 선명한 반DJ 깃발을 치켜들겠다는 것이다. 지난해 민주산악회(민산) 재건 시도는 반DJ 문제에서 한나라당과 본격적인 선명성 경쟁을 하기 위한 포석이었다. 비록 민산 재건에 실패해 주춤하기는 했지만 여전히 그의 심중에는 DJ를 가장 강력하고 선명하게 공격하는 ‘반DJ 지도자’가 되려는 강한 의욕이 자리잡고 있다. 이러한 전략은 수도권에서는 안 먹힐지 몰라도 반DJ 정서가 점점 최악을 향해서 치닫고 있는 영남권에서는 호소력을 얻을 가능성이 있다.


YS, ‘반독재 투쟁’으로 재기 노려

YS가 반DJ를 외치고 있는 이유가 단순히 김대통령이 미워서라고 볼 수는 없다. ‘반DJ 투쟁’을 통해 정치적 재기를 도모하고 그 이후 정치 일정에서 뭔가 역할을 하겠다는 포석이라고 보아야 한다. 일단 이번 총선에서부터 본격적인 움직임이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박종웅 의원은 2월10일 부산에서 “한나라당의 공천이 발표되면 YS가 총선 문제에 대해 입장을 밝힐 것이다”라고 말했다. 박의원은 오래 전부터 한나라당 공천 문제와 관련해서 “한나라당이 YS의 뜻을 공천에 적극 반영하면 한나라당을 지원하겠지만 그렇지 않으면 부산·경남 지역에 YS 계열 무소속 후보들을 대거 내보내 일전을 불사할 것이다”라고 말해 왔다.

최근 이 문제를 놓고 상도동과 이회창 총재 사이에 의견 조정이 있었다. 지난 2월 초 YS의 측근인 김광일 전 청와대 비서실장이 이회창 총재를 만났다. 이총재가 먼저 연락을 했다. 김씨는 구체적인 대화 내용에 대해서는 입을 다물었지만 “공천 문제와 관련해서 여러 가지 얘기를 나눴다. 이총재의 분위기가 지난 번에 만났을 때 하고는 많이 달랐다”라고 전했다. 이 자리에서 김씨가 공천과 관련된 상도동의 입장을 이총재에게 전달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YS가 이번 총선에서 챙기는 인사들로는 김씨를 비롯해 박종웅 의원·최 광 전 보건복지부장관·문정수 전 부산시장·김우석 전 건설교통부장관·오규석 전 기장군수 등이 거론되어 왔다. 일단 김광일 전 실장이 이회창 총재를 만나고 난 후 상도동과 한나라당이 협력 관계를 유지할 수 있을 것으로 보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그러나 부산 지역의 선거구가 4개나 줄어들어 현역 의원들 사이의 경합이 치열한 데다 이기택 고문계에 대한 배려도 무시할 수 없어 상도동의 요구가 100% 반영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YS의 한 핵심 측근은 “원외 인사로만 보면 최소한 김광일·최 광·문정수 씨는 공천이 되야 한다는 것이 상도동의 입장이다”라고 전했다. 만일 ‘최소한의 요구’마저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공천에서 탈락한 민주계 인사들을 포함해 30,40대의 참신한 인물들을 결집해 ‘YS 무소속 연대’를 추진한다는 것이 상도동의 입장이다. YS에 대한 부산 민심이 회복세로 돌아서고 있고 수도권에서 불고 있는 물갈이 바람이 영남권에서는 거의 반영되지 않고 있어 ‘YS 무소속 연대’가 예상 외의 힘을 발휘할 수도 있다는 것이 상도동측의 인식이다.

여기에 한 가지 변수가 더 있다. 오는 2월16일 일본에서 귀국하는 박찬종 전 의원이다. 박씨는 최근 한나라당이 ‘들어오겠다고 해도 받지 않겠다’고 문전박대한 것에 대해 매우 감정이 상했고, 이번 총선에 어떤 식으로든지 참여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특히 민주당 소속 김운환 의원이 부산에서 당선되기 어렵다고 보고 탈당해 박씨와 함께 무소속 연대를 추진한다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여기에 한나라당이 YS와 전면 대립하게 되면 부산·경남 지역의 선거는 일대 혼전으로 치달을 가능성이 높다. 이런 정황을 감안할 때 한나라당 이회창 총재는 YS의 의중을 어느 정도 반영함으로써 그의 협력을 얻는 쪽으로 갈 것으로 보인다.

“공은 이총재에게 넘어가 있다”

사실 YS의 정치 행보와 관련해서 더욱 관심을 끄는 대목은 총선 이후다. 그가 이번 총선 과정에서 어떤 식으로든지 영향력을 유지·확대하는 데 성공한다면 총선 이후 그의 선택은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다. 우선 이회창 총재와의 협력 관계를 유지해 이총재의 대선 행보를 지원하는 것이다. YS의 정치적 잠재력을 낮게 평가하는 사람들은 결국 그가 이총재를 선택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본다.

그러나 YS와 이총재가 결국 같이 가기 어려울 것이라고 보는 의견도 만만치 않다. 주목할 만한 것은 YS가 지난해 민산 재건을 보류하면서 총선 이후에 다시 민산 재건을 추진하겠다고 밝힌 점이다. 최근 YS의 한 핵심 측근은 이 문제에 대해 “아직 다른 얘기가 없었으니 유효한 것 아니냐. 이름이 민산이 될지는 모르겠지만 어떤 식으로든지 모양을 갖추기는 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YS와 이총재는 총선 이후에 다시 한 번 일전을 벌일 것인가. 이 문제에 대해 박종웅 의원은 “공은 이회창 총재에게 넘어 가 있다. 이총재가 YS를 존중하고 협력을 구하면 관계가 잘 풀릴 것이고 그렇지 않으면 어떤 상황이 벌어질지 모른다”라고 말했다. 만일 YS 조직이 재건되어 YS와 이총재가 대립하게 되면 YS는 영남 후보론을 들고 나올 가능성이 높고, 이는 이회창 총재의 대선 가도에 가장 큰 복병이 될 수가 있다. YS가 줄곧 반DJ 문제에서 선명성을 의식해 ‘과장법’을 구사하고 있는 것도 총선 이후 정치 상황을 고려한 포석이라고 해석할 수 있다.

YS의 정치 스타일로 보아서 전혀 의외의 행보를 할 가능성도 있다. 현재로서는 이번 선거에서 민주당이 제1당이 될 가능성은 작아 보인다. 한나라당이 과반수를 넘길 것이라는 예상도 심심치 않게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만일 이렇게 되어서 김대중 정권의 정국 장악력이 급격히 약해지고 이회창 총재의 대세론이 확산되면 김대중 정권으로서는 최악의 상황을 맞게 된다. 이렇게 된다면 YS가 캐스팅 보트를 하게 될 가능성도 전혀 배제할 수 없다. 활로가 막힌 김대통령으로서는 차기 대선 후보인 이회창 총재의 협력을 구하기보다는 YS의 협력을 구하는 쪽이 더 나을 수 있기 때문이다. 내각제가 DJ-YS-JP를 연결시키는 고리가 될 수도 있는 것이다. 이러한 분석에 대해 YS의 한 측근 인사는 “지금으로서는 너무 앞서가는 얘기이다”라고 한 발짝 물러서면서도 “총선 결과에 따라 (그 가능성을) 전혀 배제할 수도 없을 것이다”라고 여운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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