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마당]김영선 홍준표 설 훈 이규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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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1999.02.0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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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녀 평등 외친 김영선 여성계 ‘왕따’ 될 판

한나라당 김영선 의원은 여성 의원 중 손꼽히는 의정 활동가다. 의욕이 넘쳐 가끔 튀어 보일 때도 있지만, 변호사 출신답게 그가 쟁점을 조목조목 따지고 들면 웬만한 상대는 손을 들고 만다. 그런 김의원이 ‘법 때문에’ 자칫 여성계에서 ‘왕따’가 될 위기에 처했다. 최근 김의원이 여성 기업인 우대를 명시한 ‘여성기업지원법’이 위헌이라고 지적하자, 여성계가 발끈하고 나선 것이다.

김의원은 여성 기업인에게 자금을 우선 지원하고 정부가 비품을 구입할 때 할당량을 배정하도록 한 이 법이 남녀 평등 원칙에 위배된다고 주장한다. 정책적 우대는 가능하지만 법에 명시하는 것은 문제라는 얘기이다.

이에 대해 국민회의 여성위원회와 여성 단체들은 “김의원이야말로 여성 할당제의 최대 수혜자인 여성 몫의 전국구 의원인데, 어떻게 여성 기업인 우대 부분에 대해서만 문제 삼을 수 있느냐”라고 강조한다. 일단 반박 성명을 낸 여성계는 김의원이 반여성적인 입장을 철회하지 않을 경우 강력하게 대처할 예정이어서 논란이 예상된다.홍준표 금배지 떨어지면 이회창이 날개 단다?

여권이 의석을 하나 더 늘리려다 자칫 한나라당 이회창 총재에게 날개를 달아 줄지 모를 위험 천만한 카드가 있다. 홍준표 한나라당 의원(서울 송파 갑)의 선거법 위반 여부에 대한 대법원 판결이 그것이다.

최근 정가에서는 여권 고위 관계자가 홍의원의 선거법 위반에 대한 판결을 2월까지 내려 주기 희망한다는 의사를 대법원에 전달했다는 의혹이 제기되었다. 만약 대법원이 홍의원의 혐의를 인정해 송파 갑에서 재선거가 치러지면 여권이 의석을 하나 더 늘릴 수 있다고 판단했음 직하다.

문제는 이같은 판단이 빗나갈 개연성이 높다는 것이다. 당사자인 홍의원이 이회창 총재가 출마하기를 강력히 희망하고 있기 때문이다. 홍의원은 송파 갑구가 보수적인 성격이 강해 이총재가 출마하면 당선할 확률이 높고, 그렇게 되면 이총재와 한나라당이 일거에 정국 주도권을 장악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선거법 위반으로 인한 홍의원의 의원직 상실이 여권의 의석을 늘릴 기회이기는커녕 이총재에게 날개를 달아 줄 수도 있는 것이다.
설 훈의 읍소문은 한국 정치 현주소

‘동지로 만났다면 형님이라 부르며 소주라도 대접해 드릴 텐데, 아쉬운 심정 금할 길이 없습니다. 이제부터 드리는 말씀 오해 없이 들어 주시기 바랍니다.’

동교동계로는 드물게 PK 출신인 설 훈 국민회의 의원이 1월23일자 부산 지역의 한 일간지에 큼지막하게 실은 광고의 첫머리이다. 바로 다음날 한나라당이 설의원의 고향인 마산에서 개최한 대규모 장외 집회를 앞두고 이회창 총재에게 던진 일종의 호소문이었다.

최근 영남 지역에서 떠도는 유언비어를 해명하는 형식의 이 광고는 같은 날 5대 중앙 일간지 광고에 일제히 ‘국민의 정부에 지역 차별은 없습니다’라는 제목으로 실렸다. 국민회의가 설의원의 광고를 중앙당 차원에서 전국적으로 활용한 셈이다.

설의원은 문안에서 ‘갈라진 민심을 추스르지 못할망정 더욱 흐트리는 이유, 도무지 헤아릴 길이 없다. 훗날 초로에 접어들어 일을 손에서 놓을 무렵, 제가 소주 한 잔 대접할 수 있다면 좋겠다’고 끝을 맺었다. 설의원의 호소문은 지역 감정의 골이 얼마나 깊은지, 그리고 작금의 여야 관계가 얼마나 험악한지를 동시에 보여준다.
‘반 DJ 투사’ 이규택 정권 규탄대회 주도

한나라당이 1월29일로 예정했던 경북 구미 집회를 취소했다. 지역 감정을 자극한다는 여론도 의식했고, 당내 대구·경북 의원들의 반대 의견도 참작했다. 대신 경기도 여주·이천에서 규탄대회를 열기로 했다.

한나라당이 여주·이천 규탄대회로 방향을 바꾼 데에는 재미있는 사연이 있다. 이규택 의원이 중앙당과는 상관없이 자기 지역구인 여주에서 규탄 대회를 따로 준비해 왔기 때문이다. 아무리 정부에 비판적인 야당 의원이라고 해도, 의원 개인 차원에서 정권 규탄대회를 개최하기는 쉽지 않다. 당장 동료 의원들로부터 돌출 행동이라는 비판이 나오게 마련이다.

아무튼 당이 구미 대회를 취소하면서, 이의원의 지구당 행사는 자연스럽게 중앙당 행사로 커지게 되었다. 이웃 지역구인 이천의 황규선 의원도 덩달아 바빠졌다.

한나라당 수석 부총무로 그동안 대여 투쟁의 선봉에 섰던 이의원은, 여야가 대립하는 고비마다 ‘반DJ 투사’ 이미지를 굳혔다. 그는 국회 529호실 강제 진입을 진두 지휘했고, 그 전에도 DJ를 향해 직격탄을 날리곤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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