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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S 신당, 창당 명분 쌓기 돌입

“민주산악회 재건쭭이회창 자극쭭한나라당 분열” 시나리오… 새 인물 영입론은 PK 장악 포석

成耆英 기자 ㅣ 승인 1999.08.19(Thu)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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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월5일 여의도의 한 음식점. 이 날은 최근 들어 가장 많은 민주계 의원이 모였다. 민주산악회(민산) 회장을 지냈던 김명윤 고문과 신상우 국회 부의장이 일찌감치 도착했고, 김수한 전 국회의장은 물론 다리를 다친 부산 출신 정재문 의원까지 목발을 짚고 참석했다.

그러나 2시간 넘게 열린 마라톤 회의의 결론은 너무나 교과서적이었다. 이 날 모임의 좌장 격인 김명윤 고문은 오찬 회동을 마친 뒤 “앞으로 한나라당과 상도동, 이회창 총재와 김영삼 전 대통령 사이에 균열이 심해지는 것을 막고, 두 분이 연대해 반DJP 연합 전선을 구축하도록 노력하기로 했다”라고 발표했다. 민산 가입을 해당 행위로 규정하겠다는 이회창 총재의 당무회의 발언 다음날 열렸던 회동인 만큼, 이총재의 ‘YS 공격’에 대한 집단적 반발이 나올지 모른다는 관측을 낳았던 것에 비하면 싱겁기 그지없는 결과였다.

상당수 민주계 의원들의 정서로 보아 이 날 회동 결과를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기는 어려울 듯하다. 실제로 참석자들의 전언에도 엇갈리는 부분이 꽤 있었다. 민주계 중에서도 김덕룡 부총재 계보로 분류되는 한 초선 의원은 오찬이 끝난 뒤 “YS가 신당을 만들 생각이 없다고 이미 밝혔는데도 신당으로 몰아가는 사람들이 있다”라며 민주계의 강경파 일부를 겨냥했다. 반면 상도동 대변인 격인 박종웅 의원은 “실제로는 발표된 것보다 강성 발언들이 많이 나왔다”라고 전했다.

강삼재, 의미심장한 잠행

아무튼 ‘YS 문제 해결’을 놓고 고민에 빠졌던 이회창 총재가 ‘반DJP 연대’보다 ‘3김 청산’에 무게를 실으면서 한나라당 지도부 내에서는 YS 신당론이 물밑으로 가라앉았다. 그러나 정작 중요한 것은 이제부터. YS가 서울 시내에 사무실을 내고 상주하면서 외부 인사들을 만나게 되면 아무래도 정치적 발언이 늘어날 것이고, 한나라당이 이에 어떻게 대처하느냐에 따라 상황은 다시‘3김 청산’을 내세우는 이회창 대 YS의 대립 구도로 발전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물론 민산이 회원 확장에 들어가면 민주계 현역 의원들의 가입 여부를 놓고 당내 갈등이 격화하리라는 것도 불을 보듯 뻔하다.

박종웅 의원에 대한 제명 요구가 당 회의 석상에서 공공연히 터져나오는 것도 민주계 의원들의 향후 행보를 가늠할 수 있는 중요한 기준이 된다. 박의원은 요즘 부쩍 “제명되면 혼자 제명되지 않을 뿐더러, 나를 제명하면 결국 한나라당의 분당을 자초하는 것이다”라고 주장하고 있어, 결국 신당을 창당할 명분을 염두에 두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추측을 낳고 있다.

상도동측이 신당 창당 명분을 축적하고 있다는 추측이 가능한 것은, YS 처지에서 이회창 총재를 거듭 공격한다고 해도 별로 손해볼 것이 없다는 점 때문이다. 상도동측이 정치 재개 움직임을 ‘야당을 돕기 위해서’라고 강조하는데도 이총재가 이런 ‘최소한의’역할을 인정하지 않을 경우 YS의 발걸음도 빨라질 것이다. 게다가 YS가 민산 회원들과 본격적으로 산행을 시작하면 대중 연설을 할 기회가 늘어난다. 적어도 수백명 앞에서 YS가 1주일에 한번씩 정치성 연설을 하게 되면 상황은 완전히 달라질 수도 있다.
이렇게 되면 이총재와 YS 사이를 오가며 중재 노력을 펴고 있는 민주계 일부 의원들의 부담도 커질 수밖에 없다. 부산 출신 초선으로 상도동을 자주 드나드는 권철현 의원은 “두 분 간의 화해를 위해 민주계 일부가 이총재와 접촉해서 별 성과가 없다 싶으면, 민주계 진영의 우보(牛步)가 어떤 형태로든 가시화하지 않겠느냐”라고 말했다.

YS 신당론과 관련해 가장 주목되는 사람은 사실 박종웅 의원이나 김광일 전 비서실장이 아니라 민자당 사무총장을 지낸 강삼재 의원이다. 그는 요즘 마산에 지역구를 갖고 있으면서 부산·경남을 아우를 신당을 구상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집권당 사무총장 시절에도 거침없는 발언으로 YS의 의중을 대변했던 강의원은 최근 행보에 대해 “개인적으로 한나라당이 잘되게 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라고만 언급해, 주변으로부터 궁금증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그는 최근 잠행한 이유에 대해 묻자 ‘언젠가는 모든 것을 말할 때가 있을 것’이라는 의미 심장한 말을 내놓았다.

상도동 핵심 인사들이 민산 재건 움직임과 관련해 신진 인사 영입을 강조하는 것도 눈여겨 볼 대목이다. 과거에 산 타던 원로들이 모여 친목 산행이나 하고 있지는 않겠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민산 회장에 YS의‘구 정치인’이미지를 보완할 새로운 인사가 거론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YS가 민산을 재건하려는 움직임이 과거 지향으로 비치는 것을 막고 ‘후3김 시대’라는 비판 여론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는 길은 그것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상도동측이 신진 인사 영입을 강조하는 데는 이런 목적말고도, 부산 지역을 중심으로 정치 세력화하기 위한 고도의 포석이 깔려 있다는 분석도 있다. DJ와 국민회의에 대한 거부감이 존재하는 부산에서, 정치권에 입문하려는 신진 인사들이 내년 총선에서 한나라당 공천을 얻지 못하면 갈 곳이 YS밖에 더 있겠느냐는 것이다. YS는 이들 인사들에 대해 공천권을 행사하고, 자신의 막후 영향력을 동원해 해당 지역 민주계 현역들을 공격할 수도 있다.

이회창의 대응에 따라 결과 달라질 수도

물론 한나라당 관계자들은 이런 분석을 비관적으로 평가한다. 96년 총선 때 무당파 연합 형식으로 출마했던 김동주 현 자민련 의원 등 지명도 있는 후보들이 모조리 낙선했던 사례를 들어, 무소속 후보로서 얻을 수 있는 ‘YS의 후광’이 유권자들에게 얼마나 약효가 있겠느냐는 것이다.

상도동 처지에서도 신당 결성을 전면에 내걸었을 경우 필연적으로 따르게 되는 부담감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 부산 지역의 정서 역시 민산까지라면 몰라도 신당을 결성하는 지점까지 가게 되면 망설이는 사람들이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민산 재건에 앞장서고 있는 부산 지역의 한 관계자도 “민산 재건 목적은 어차피 내년 총선 이전에 있을 정계 대개편에 앞서 DJ에 맞설 야당을 돕기 위한 세력을 규합하는 데 있다”라고 밝혔다. YS는 민산 재건 방침을 공식으로 밝힌 지 1주일 만인 지난 7월29일, 김광일 전 비서실장을 포함해 오규석 전 기장군수 등 부산 지역 민산 출신 측근들을 상도동으로 불러 자신의 이런 뜻을 전하고 민산 재건에 박차를 가해 달라고 당부했다.
결국 상도동측은 신당까지는 몰라도 정치 세력화만큼은 의도를 분명히 하고 있는 셈이다. 다만 정치 세력화와 신당 사이에서 상황을 저울질하고 있는 상도동측은 ‘이총재의 대응 여하에 따라서’라는 명분을 열어 놓고, 민산 가입을 이유로 일부 민주계에 대한 징계 절차 등이 진행되면 신당 창당 쪽으로 기울 가능성이 있다.

최근 부산 민주계 의원들을 중심으로 정치권 주변에 이른바 ‘YS 살생부’라는 말이 나돌고 있는 것도 신당과 연관지어 볼 때 심상치 않은 대목이다. YS가 자신의 눈 밖에 난 몇몇 의원을 다음 총선에서 ‘손 보아야 할 사람’으로 찍어 놓고 있다는 이야기이다. 아직 살생부의 실체가 드러난 것은 아니지만, YS가 민주계 현역 의원 몇몇에 대해 다음 총선에서 강력한 대항마를 내세워 표적 공천하기로 마음 먹는다면 어려운 일도 아니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YS가 민산 재건 움직임에 속도를 붙이기 위해 민주계 의원들을 압박하는 수단으로 이런 구상의 일단을 내비쳤을 수도 있다.

‘YS 살생부’가 민주계 선택 재촉할 듯

이를 뒷받침하는 구체적인 정황도 있다. 지난 7월 초 삼성자동차 법정 관리 신청 이후 부산에서 열렸던 삼성차 관련 대규모 집회에 초청받았던 YS가 당시 박종웅 의원을 통해 내려보낸 메시지 중에 간과해서는 안될 부분이 들어 있었다. 바로‘부산의 정치인들 중에서도 부끄러워해야 할 사람들이 있다’는 대목. 이 대목은 당시만 해도 신한국당 공천으로 당선되어 DJ의 품으로 ‘투항’한 서석재·김운환 등 부산 출신 국민회의 의원들을 지칭하는 것으로 받아들여졌다.

그러나 이 메시지를 작성하는 데 참여한 박종웅 의원의 설명은 다르다. ‘부끄러워해야 할 사람들’은 이미 여당으로 간 사람들을 지칭한 것이 아니라, 야당 의원 일부를 겨냥했다는 것이다. 박의원은 “누구보다도 YS의 은혜를 크게 입은 사람들이 지금 그에게 등을 돌리고 있으니 누가 보더라도 신뢰할 수 없을 것 아니냐”라는 말로 ‘YS 살생부’가 존재할 수도 있음을 시사했다.

‘YS 살생부’는 이총재와 YS 사이에 끼여 눈치를 보고 있는 민주계 의원들의 선택을 재촉하는 카드로 작용할 것이다. 그러나 과거의 사례를 감안할 때 민주계 의원들이 자신의 정치적 생명을 걸고 YS 진영으로 몰려갈 것이냐에는 회의적인 시각이 많다.

“97년 10월, YS가 DJ 비자금에 대한 수사 중단을 지시하자, 당시 대선 후보이던 이총재는 YS의 탈당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가졌다. 당시 부산 민주계 의원들은 발칵 뒤집혔지만 결국 탈당한 사람은 없었다.” 한나라당 부산시 지부 관계자의 이 말은 이회창 총재측이 민주계 의원들의 집단 탈당은 없으리라고 낙관하는 근거 중의 하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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