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마당] 김상현·김영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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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1999.10.2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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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문사 자료집 펴낸 김상현“군대 인권 지킴이 되겠다”

국민회의 김상현 고문이 군인 인권 문제에 목청을 돋우고 나섰다. 그는 김 훈 중위 의문사 사건을 계기로 군대 의문사 문제를 독자적으로 조사한 뒤 충격을 받고, 여당 중진 의원으로서 나서기 껄끄러운 국방 관련 문제지만 고심 끝에 총대를 메기로 했다. 그 결과 수 개월에 걸친 조사와 보름 동안 편집을 거쳐 국회의원 최초로 <군 의문사 분석 보고서>라는 56쪽짜리 정책 자료집을 펴냈다.

국회 앞에서 1년 가까이 천막 농성을 벌이는 민족민주유가족협의회(회장 배은심)와 전국군폭력희생자유족협회(회장 이혜숙)의 협조를 받아 제작된 이 자료집에 따르면, 5공화국 이후 최근까지 파악된 군대 의문사는 1백90여 건. 김의원은 유족들이 어려운 조건에서 확보한 증거와 의혹 들을 검토해 몇 가지 공통적인 문제점을 발견했다. 천편일률적인 자살 동기에, 수사기관의 초동 수사 부실, 군 당국의 고압적 자세와 비협조가 그것이다. 그래서 이런 문제들만은 반드시 해결되도록 대통령에게 직언하겠다는 자세로 자료 분석에 매달렸다고 한다.
“부마항쟁 기념식이 뭐 이래”YS의 불만, 부산에서 폭발

역시 못 말리는 YS였다. 김영삼 전 대통령은 10월16일 부산 민주공원 개관식에서 김대중 대통령과 모처럼 자리를 함께했다. 취재진을 의식해 의례적인 악수도 나누었다. 하지만 그는 준비한 원고를 읽는 동안 현정권을 강도 높게 비판해, 나란히 앉은 김대통령을 무색하게 만들었다.

행사 전날 부산에 미리 도착한 YS는 삼성자동차 공장을 둘러본 뒤 DJ의 경제 정책을 비판하면서 ‘정신 나간 사람’이라는 표현을 세 차례나 했다. 따라서 YS의 정부 비판은 일찌감치 예고된 일이었지만, DJ 측근들은 면전에서 독한 소리를 퍼부은 YS에게 서운함을 감추지 않았다.

그러나 YS는 행사 직전 미리 배포한 연설 원고 중에서 ‘도·감청과 언론 탄압이 다시금 자행되는 등 군사 독재 정권의 망령이 부활하고 있다’는 대목을 빠뜨리고 넘어갔다. 이 대목은 YS 연설문에서도 가장 독한 부분. 취재진은 DJ와의 관계 개선을 염두에 두고 YS가 ‘의도적으로 생략한 것이 아닌가’ 하고 잠시 흥분했다. 하지만 이 날 오찬에서 YS는 그런 주변의 ‘오해’를 단숨에 일축했다. 때마침 불어닥친 강풍으로 연설문 두 장이 한꺼번에 넘어가는 바람에, 애석하게도 그 대목을 읽지 못했다는 것이 YS의 설명이었다.

YS가 애석하게 여긴 것은 그뿐이 아니었다. 그는 주최측으로부터 초청받은 이들만 이번 행사에 참여한 데 대해 “부마항쟁을 기념하기 위해 세운 공원 아니가. 그런데 무슨 개관식 행사가 이러노”라면서 측근들에게 불만을 터뜨렸다는 후문이다.

YS측은 주최측이 YS를 맨 먼저, DJ를 맨 끝에 연설하도록 ‘배려’한 데 대해서도 주최측의 의도를 의심했다. 즉, 행사 전날까지 연설문 내용과 수위를 미리 알아내기 위해 백방으로 손을 썼는데도 수포로 돌아가자, 주최측이 순서를 조정함으로써 DJ에게 YS의 공격을 방어할 시간과 기회를 주었다는 것이다. YS의 한 핵심 측근은 “현직 대통령이 참석하는 행사에서는 대통령의 순서를 맨 앞에 배치하는 것이 기본적인 예우이자 상식이다. 주최측은 정치적으로 고려해 순서를 뒤바꿔 놓고서도 오히려 이 지역 지도자인 YS에 대한 배려라고 역선전했다”라고 주장했다.

한편 YS는 자신의 정치 역정을 담은 자서전 집필에 들어갔다. 이래저래 말과 글을 총동원한 YS의 DJ 공격은 점점 수위가 높아질 전망이다.
노벨평화상 대신에 항의 서한 받은 DJ

“만일의 상황에 대비해야 한다.” 노벨평화상 수상자 발표를 앞두고 방송과 신문 사들은 김대중 대통령이 상을 받을 경우에 대비해 준비 작업에 들어갔다. 일부 방송사는 노르웨이 현지로 카메라팀을 급파하기도 했다. 하지만 노벨평화상은 ‘국경 없는 의사회(MSF)’에 돌아갔고, 한국 언론사들의 준비는 그야말로 준비로 끝났다.

얼마 전까지 청와대 일부 관계자는 ‘가능성이 반반’이라고 기대감을 감추지 않았다. 그러나 수상자가 결정된 뒤에는 ‘사실 올해는 큰 기대를 걸지 않았다. 오히려 방송사들의 현지행을 완곡하게 만류했다’면서 발 빠르게 전환하는 모습을 보였다.

청와대를 정작 곤혹스럽게 만든 일은 이번에 노벨상을 받은 국경 없는 의사회의 항의 서한 건. 지난 10월14일 이 단체는 〈중앙일보〉 사태를 취재하는 과정에서 국가정보원 요원들로부터 미행과 협박을 당했다고 주장한 ‘국경 없는 기자회’ 한국 특파원 김비태씨의 신변 안전을 우려하는 항의 서한을 서울경찰청장에게 전달했다고 발표했다. 진상 여부를 떠나서 인권 대통령이라고 자임해 온 김대통령으로서는 민망한 일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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