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마당]이명박·박지원·정원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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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1995.05.1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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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못 말리는 YS’도 못 말린 이명박 왕고집

이명박 의원의 고집과 소신에 청와대와 민자당 지도부가 두 손을 들었다. 버티기 끝에 `‘택도 없는 소리’로 여겨졌던 서울시장 후보 경선을 이끌어낸 것이다. 5월8일 민자당 서울시지부는 경선 방침을 확정지었다. 비로소 이의원의 얼굴에도 웃음이 돌아왔다.

당 경선 방침에 부응해 서울시장 경선 후보로 등록한 민자당내 인사는 모두 4명. 그러나 ‘`金心’이 정원식 전 총리를 추대하는 쪽이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이의원을 제외한 다른 후보들은 슬그머니 출사표를 집어넣었다.

그러나 이의원만은 경선 의사를 굽히지 않았다. 이춘구 대표와 김덕룡 사무총장은 물론 김영수 청와대 민정수석, 이원종 정무수석, 이세기 서울시지부장까지 이의원 주저앉히기 작전에 동원됐다.

특히 이의원과 각별한 관계인 김덕룡 총장은 진땀을 뺐다. 설득이 안 통하자 이의원의 축재 과정을 문제삼을 수 있다는 `‘은근한 충고’까지 곁들였다는 후문이다. 하지만 이의원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설득하는 고위층들에게 오히려 `‘집권당 경선의 의미’를 설득하는가 하면, 탈당과 무소속 출마도 불사한다는 뜻을 내비쳤다.

6일에는 출입 기자들과 `‘폭탄 기자회견’을 열 예정이었지만, 김총장의 설득을 받아들여 뒤로 미루었다.

결국 이의원은 경선 구도를 성사시키는 기적을 일구어 냄으로써, 경선 결과에 관계없이 `‘작은 승리’를 거두었다. 민자당 안팎에서는 이의원을 두고 `‘못 말리는 YS를 꺾은 외고집’이라고 평한다. 국민당 출범을 앞두고 30년 동안 동고동락해온 정주영 현대그룹 회장의 간곡한 권유도 물리쳤던 왕고집의 신화가 다시 한번 진가를 발휘한 셈이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이의원을 바라보는 냉소적인 시각도 있다. 특히 재계에서는, ‘샐러리맨 신화’를 일구어낸 주인공이지만 초선 전국구 의원에 불과하고 정치 역량을 뚜렷하게 발휘하지 못한 처지에 자신의 비중을 격상시키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소리가 나오고 있다.

‘민주당 입’에 질린 민자당 ‘대변인 무용론’ 반창고 내밀어

민자당에서는 민주당의 박지원 대변인을 “한번 손보겠다”고 벼르는 사람이 많다. 그의 험구에 당한 사람이 한둘이 아니기 때문이다. 최근 들어서도 그는 민자당의 김덕룡 총장을 ‘백발흑심 총장’, 현경대 총무를 ‘조랑말 총무’라고 비아냥댔다. 그리고 마침내는 그의 상대역인 민자당의 박범진 대변인이 6일 대변인 무용론을 들고나오는 상황에 이르렀다.

박범진 대변인은 자신의 취임 1주년을 맞아 “대변인이 인신공격·흑색선전·빈정거림으로 한국 정치문화를 저질화하고 있다. 정당의 대변인 제도를 없애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한국 정치가 발전하려면 민주당 대변인을 즉각 바꿔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같은 민자당의 신경질적인 반응에 대해 민주당의 박대변인은 크게 신경 쓰지 않는다는 태도이다. 그는 민자당 박대변인의 대변인 무용론에 대해 “자기반성부터 하라”고 가볍게 받아넘겼다. 또 8일에는 “캐나다 미국 일본 영국에 이어 프랑스의 집권 여당이 패배함으로써 집권여당의 패배가 세계화라는 것을 확인했다. 세계화를 주장하신 김대통령은 역시 선견지명이 있다”는 논평을 내기도 했다.

민주당 박대변인은 당에서 부지런하기로 따라올 사람이 없다는 평을 듣는다. 그는 승용차에 녹화 시설을 갖춰놓고 정치 관계 텔레비전 뉴스와 프로그램을 빠짐없이 보고 또 본다. 그는 자신의 논평이 즉흥적으로 나오는 것이 아니라 끊임없이 정치판을 분석해서 심사숙고한 결과라고 주장한다. 그러면서 그는 “여당이 정치를 잘하면 야당 대변인의 입도 자연히 점잖아질 것이다”라는 말도 잊지 않았다.

정원식 전 총리 와병설 진실인가, 마타도어인가

민자당 서울시장 후보 경선 방침이 확정되기 전 정치권에서는 한때 정원식 전 국무총리의 `‘와병설’이 나돌았다. 외유 일정을 단축하고 돌아온 뒤 정씨는 “`머리를 식히면서 생각을 정리하겠다”면서 지방으로 잠적했다. 한동안 완전히 보도진의 시야에서 멀어진 것이다.

와병설은 그의 잠적 기간에 번져나왔다. 지방에서 머리를 식히면서 출마의 변을 다듬고 있다는 정씨가 사실은 무릎 치료를 위해 한 병원에 입원하고 있다는 것이 소문의 주된 내용이었다. 뿐만 아니라 정씨는 오래 전부터 무릎이 시원치 않아 고생해 왔다고도 했다. 민주당 인사들은 “정씨가 애당초 서울시장 후보를 고사한 배경에는 상당한 체력이 요구되는 선거전을 치를 자신이 없었기 때문이다”라고 그럴듯한 해석마저 곁들였다.

그러나 정씨의 한 측근은 “정 전총리야말로 누구보다도 건강하며 활력이 있다. 젊은이들 못지 않은 체력과 젊은 감수성을 갖고 있다. 사전 선거운동에 나선 민주당의 마타도어 작전에 불과하다”고 일축했다. 그는 또 “민자당 경선이 끝나고 본격 선거전에 돌입하면 서태지의 최신 유행가를 비롯해 대중 가요의 족보까지 두루 꿰는 정 전총리의 진가가 유감 없이 발휘될 것이다”라고 주장했다.

정씨의 와병설과 조 순 전총리를 싸고도는 야릇한 전력 시비 등은 이미 서울시장 선거전이 수면 아래서 뜨겁게 시작됐음을 알려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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