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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인척 보좌진 기용한 의원들은 누구?

보좌진에 친인척 기용한 의원 15명 넘어···전문성과 역행

안철흥 기자 ㅣ 승인 2000.06.29(Thu)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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뛰어난 의정 활동 뒤에 뛰어난 보좌진이 있다는 말은 정치권에서는 상식이다. 시민단체의 의정 감시 활동이 활발해지면서 유능한 보좌진을 꾸리기 위한 의원들의 노력도 그만큼 치열해지고 있다. 일부 보좌관이나 비서관의 주가가 치솟고, 보좌진을 잘 꾸린 의원들은 부러움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16대 들어 보좌진 채용 형태도 다양해지고 있다. 공채가 일반적인 현상으로 자리잡았고, 박사 학위 등 전문 자격을 보좌관 선발 요건으로 내건 의원이 늘고 있다. 기존 보좌관의 전문화 경향도 강해지고 있다. 대표적인 예가 민주당 한명숙 의원실의 장세균 보좌관. 장보좌관은 15대 때 이미경 의원 밑에서 환경·노동위를 담당했다. 그러나 16대 들어 이의원이 상임위를 바꾸자 장씨는 이의원을 따라가는 대신 환경·노동위에 새로 들어간 한의원에게로 자리를 옮겼다. 의원이 보좌관을 택한 것이 아니라 보좌관이 상임위에 맞추어 의원을 택한 경우다.

이낙연 의원실 최충규 보좌관은 통일외교통상위원회 업무만 8년을 하는 동안 통일외교 전문가가 되었다. 설 훈 의원실 김동환 보좌관은 교육위 전문 보좌관이고, 김영진 의원실 황인기 보좌관은 농림해양통이며. 임인배 의원실 김치영 보좌관은 건설교통위 전문 보좌관이다. 또한 허태열 의원실 김덕수 보좌관이나 안영근 의원실 김오진 보좌관도 동료들이 인정하는 전문 보좌관. 15대 때 유선호 의원 보좌관을 지낸 조현우씨의 경우 유의원이 낙선한 다음부터 서로 보좌관으로 데려가려고 의원들 사이에서 경쟁이 벌어지기도 했다. 그는 여러 의원들의 청을 거절하고 배기선 의원을 택했다.
의원 뺨치는 실력파 보좌진도

16대는 이전에 비해 보좌관 1명이 늘어났다. 현재 의원 한 사람이 쓸 수 있는 인력은 4급 상당 보좌관 2명, 5급 상당 비서관 1명, 6·7·9급 상당 비서 1명씩 모두 6명이다. 의원들이 마음먹기에 따라서 얼마든지 충실하게 의정 활동을 펼칠 기회가 보장된 셈이다. 그러나 보좌관이 늘어났다고 해서 의원들의 의정 활동 의욕이 같이 늘어난 것은 아니라는 지적도 만만치 않다. 의정 활동에서 가장 중요한 보조 인력인 국회 보좌진을 파행으로 운영하는 의원이 아직도 줄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보좌관들이 입을 모아 지적하는 대표적인 파행 사례가 친인척을 보좌진으로 쓰는 경우와, 이른바 ‘보좌진 임금 풀제’를 활용해서 보좌진 월급을 전용하는 경우이다. 보좌관을 아예 지구당에 배치하는 의원들도 부지기수다. 이밖에도 보좌진의 역할을 정책 보좌보다 수행 보좌쯤으로 인식하는 의원도 적지 않다고 보좌관들은 지적하고 있다.

이 중 친인척 기용은 국회가 개원할 때마다 언론이 지적하는 문제인데도 여전히 개선되지 않고 있다. <시사저널 designtimesp=9513>이 조사한 결과 친인척을 보좌진으로 채용한 의원은 최소 15명이 넘는 것으로 파악되었다. 특히 보좌관의 경우 연봉이 4천만원을 넘는 데다, 높은 전문성을 요구하는 자리인데도 친인척을 기용한 사례가 많았다.

한나라당 윤영탁 의원은 아들 종근씨를 보좌관으로 채용했다. 윤보좌관은 15대 때 서 훈 의원 보좌관을 지내다 서의원이 낙선하는 바람에 아예 아버지 밑으로 들어간 경우. 한나라당 초선 민봉기 의원도 아들 경욱씨를 보좌관으로 채용했다. 민보좌관은 행정고시를 준비하다가 선거 캠프에 합류했는데, 이내 보좌관으로 직업을 옮겼다. 한나라당 송광호 의원은 14대 때부터 줄곧 딸인 송종윤씨를 비서관으로 쓰고 있다.

한나라당 백승홍 의원과 김동욱 의원은 15대 때부터 5년째 동생 백승전씨와 김성욱씨를 보좌관으로 쓰고 있다. 백의원측은 백보좌관이 토목학 석사 출신으로 건설회사 등에 근무했기 때문에 상임위 전문성을 고려한 임용이었다고 주장했다. 김의원측 역시 김보좌관이 전문지인 <현대해양 designtimesp=9518> 편집장 출신이어서 15대 때 상임위인 농림해양수산위의 전문성을 고려한 임명이었다고 해명했다.

한나라당 이인기 의원은 매제인 박정호씨가 보좌관이다. 박보좌관은 <한국경제신문 designtimesp=9521> 기자 출신으로 이의원과 고교 동창 사이이다. 때문에 단순한 친인척 기용이 아니라는 것이 이의원측의 주장. 한나라당 임인배 의원실 양회용 비서관은 임의원의 처남이다. 대학원에서 무역학을 전공했으며, 15대 때 상임위인 산업자원위의 전문성을 고려했다는 해명이다. 한나라당 안경률 의원실 안경관 비서관도 안의원의 친척이다.

민주당 문석호 의원은 보좌진 2명을 친인척으로 채웠다. 5급 황문호 비서관은 처남이고, 6급 문승인 비서는 조카. 특히 문의원은 비서관 등록은 다른 사람 이름으로 해놓고 실제로는 처남을 데려다가 비서관으로 근무하게 하고 있다. 황비서관은 “10여년 전부터 정치를 보좌해 왔으므로 단순한 친인척 기용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문의원측은 황비서관의 신변 문제가 정리되는 대로 황씨의 이름으로 재등록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민주당 천용택 의원의 보좌관은 처남인 김세훈씨다. 15대부터 줄곧 지역과 후원회 관리를 맡고 있다. 아직 사무처 등록은 안한 상태. 민주당 최선영 의원은 사위 박성호씨가 보좌관이다. 박보좌관은 15대 때부터 비서관으로 근무했는데, 이번에 보좌관으로 승진했다. 민주당 유용태 의원실 유용호 보좌관은 유의원의 사촌동생. 유의원은 사촌동생이 단순한 친인척이 아니라 13대 때부터 함께한 정치 동반자라고 강조했다. 민주당 이훈평 의원은 동생 이준평씨를 보좌관으로 등록시켰으나 상임위가 배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임시로 등록해 놓은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의원은 최근 정무위로 상임위가 확정되자 전문성이 있는 보좌관을 공개로 구하고 있다.

이밖에도 민주당 ㅈ의원은 인척 관계인 ㅊ씨를 보좌관으로 채용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그러나 ㅈ의원은 인척 관계가 아니라고 부정했다. 민주당 설송웅 의원도 동생을 6급 운전기사로 쓰고 있다.
팀워크 해치는 또 다른 상전

그러나 지금까지 든 예는 일부라는 것이 정치권의 지적이다. 16대 국회가 개원한 지 2주일이 지난 6월13일 현재까지 국회 사무처에 보좌진 등록을 마치지 않은 의원이 상당수에 이른다. 4급 보좌관을 한 사람도 등록하지 않은 의원만 26명이고, 5급 비서관을 아직까지 등록하지 않은 의원은 54명에 달한다. 그러나 실제로 의원회관에서 보좌진이 비어 있는 방은 별로 없다. 한 보좌관은 “이들 중 몇몇은 뭔가 찜찜한 구석이 있기 때문에 등록을 미루는 것 아니겠느냐”라고 말했다. 친인척을 채용해 놓고도 언론의 눈총을 피하기 위해 등록을 미루고 있다는 것이다.

친인척을 자신 있게 보좌진으로 등록한 의원들은 나름으로 이유를 제시한다. 가장 흔한 해명이 오랫동안 정치를 보좌해 왔거나 해당 상임위의 전문성 때문에 채용했다는 것. 그러나 한 보좌관은 전문성이 있더라도 친인척이 들어오는 것은 문제라고 지적했다. 친인척의 경우 능력이 있더라도 의원실의 팀워크를 해치거나 또 다른 상전으로 행세하는 경우가 많아 친인척이 의원회관에 발 붙이는 것은 원천적으로 봉쇄해야 한다는 것이다. 한 의원은 “친인척을 보좌관으로 쓰는 것은 준횡령죄에 가깝다”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이렇게 보좌진 운영이 파행으로 되는 까닭은 국회의원 보좌진 운영이나 채용을 규정하는 법률이 아예 없기 때문이다. 현재 의원 보좌진에 대해 다룬 법 조항은 국회의원 수당에 관한 법률 제9조가 유일하다. ‘보조 직원’이라는 제목이 붙어 있는 제9조에는 ‘국회의원의 입법 활동을 지원하기 위하여 보좌관 등 보조 직원을 둔다’고만 되어 있다. 이 조항마저 1984년 12월31일 개정된 이후 그대로이다. 의원의 의정 활동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상임위 활동의 전문성이 강조되고 있지만, 의정 활동의 지렛대인 의원 보좌진에 대한 관심은 16년째 잠자고 있는 것이다.

뛰어난 보좌진을 거느리고 있다고 평가받는 한나라당 김홍신 의원은, 의원과 보좌진은 직급 차이만 있을 뿐 의정 활동을 함께 하는 ‘동료’라고 강조한다. 동료를 동료처럼 대하고, 파행적인 보좌진 운영을 막기 위해서도 의원 보좌진에 대한 법률 재정비 작업이 필요하다는 소리가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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