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보지 4곳, 컴퓨터가 ‘낙점’했다
  • 소종섭 기자 (kumkang@sisapress.com)
  • 승인 2004.06.2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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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정 기준에 따라 4개 후보지 ‘자동 도출’…풍수는 고려 안해
왜 네 곳일까. 지난 6월15일 신행정수도건설추진위원회(추진위)가 신행정수도 후보지들을 발표하자 이런 의문이 제기되었다. 한나라당에서는 ‘음모설’까지 나왔다. 정치적인 효과를 노려 한두 곳을 들러리로 끼워넣은 것 아니냐는 의구심이 고개를 들고 있다. 한나라당 이한구 정책위의장은 지난 6월16일 기자들과 만나 “어떤 과정을 거쳐 후보지를 선정했는지 정보를 공개해야 한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신행정수도 후보지 네 곳은 누가, 어떤 과정을 거쳐, 어떻게 선정한 것일까. 추진위가 낸 자료에는 ‘국토연구원 등 4개 국책연구기관으로 구성한 평가지원단이 후보지 선정 기준에 따라 후보지안을 마련하고 추진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선정했다’고 나와 있다. 충청권 전역을 대상으로 균형 발전성·개발 가능성·보전 필요성 등 3대 기준에 부합하고 50만명을 수용할 땅 2천3백만평이 있는 곳 가운데, 그 땅의 50% 이상이 개발 가능한 곳을 후보지로 정했다는 것이다.

추진위 관계자는 “추진위가 용역을 주어 평가지원단이 구체적인 지역을 선정했다. 논란이 일 가능성을 차단하고 객관적으로 후보지들을 선정하기 위해 우리는 후보지 선정 과정에 일절 관여하지 않았다”라고 말했다. 평가지원단에는 국토연구원(간사)·교통개발연구원·환경정책평가원·한국개발원이 참여했다.

“졸속 선정 주장은 잘못”

‘후보지 선정 총괄팀장’인 국토연구원 서태성 박사에 따르면, 후보지를 선정한 것은 국토연구원 컴퓨터다. 평가지원단은 지난해 4월 추진위로부터 ‘신행정수도 입지 선정 및 평가 기준 연구’ 용역을 받고 해외 사례와 박정희 대통령 때의 행정수도 이전 계획인 ‘백지계획’(상자 기사 참조)을 참고해 지난 3월까지 후보지 선정·평가 기준을 만들었다. 이 과정까지는 평가지원단과 추진위 관계자들이 머리를 맞댔다.

평가지원단이 본격적으로 후보지 선정 작업에 들어간 것은 지난 4월 중순이다. ‘신행정수도 후보지 선정 및 평가 관리 연구’ 용역을 맡은 것과 시기가 같다. 실무를 맡았던 국토연구원 박세훈 박사는 “후보지는 선정 기준과 긴밀한 관련이 있기 때문에 기간만 보고 2개월 만에 졸속으로 후보지를 선정했다는 주장은 옳지 않다”라고 말했다. 실제 선정 작업을 하기 시작한 것은 올 4월부터지만 네 후보지는 이미 설정된 기준에 따라 컴퓨터 시뮬레이션을 통해 자동으로 도출되었다는 것이다.

서태성 박사는 선정 지역의 경계선을 설정하는 것을 제외한 작업들은 전부 컴퓨터를 활용해 이루어졌다고 말했다. 다른 ‘장난’이 개입할 여지가 전혀 없었다는 것이다. 후보지는 6월15일 발표되었지만 평가지원단 내부에서 선정 작업이 완료된 것은 6월 초였다.

시·도 기획관리실장 등으로 태스크포스 구성

후보지 네 곳을 선정하는 작업에 참여한 평가지원단 핵심 인력은 20명, 관련자까지 포함하면 80명 정도 된다. 물론 이들은 현지도 답사했다. 적게는 대여섯 차례, 많게는 수십 차례 다녀온 사람도 있다. 서태성 팀장의 경우 헬기를 타고 비밀리에 여러 차례 현장을 둘러보기도 했다. 시·도 기획관리실장과 관계 부처 국장들이 참여한 태스크포스가 가동되었다는 것도 지금껏 알려지지 않은 사안이다.

토지공사와 주택공사가 합동으로 지난해 4월 구성한 ‘신행정수도 조사단’ 40여 명은 아예 충청권으로 발령받았다. 이들은 현지에 상주하며 건축물 숫자와 인구, 지질 형태 등을 정밀하게 조사했다. 평가지원단은 외국 인공위성이 찍은 충청권 일대의 영상을 입수해 가로 30cm, 세로 30cm 단위로 토지 특성을 정밀 분석하기도 했다.

“풍수적인 요소도 고려했다”라는 이춘희 신행정수도건설추진위원회 부단장의 말과 달리 네 곳 후보지를 선정하는 과정에서 풍수적인 요소는 전혀 고려되지 않은 것으로 밝혀졌다. 추진위 기획단의 한 관계자는 “선정 기준에 특별히 풍수와 관련한 내용이 없었다”라고 말했고, 국토연구원 박세훈 박사는 “네 후보지를 선정하는 데 풍수적 요소는 고려하지 않았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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