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을 구출하라” 지원부대 출동
  • 이숙이 기자 (sookyi@sisapress.com)
  • 승인 2002.08.1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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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식인들, 서명운동·칼럼 통해 엄호 사격 나서



지난 8월13일 오후 ‘국민후보 노무현 지키기 시민운동본부’(www. rohsupporters.net)(가칭)가 기자회견을 가졌다. 민주당 노무현 후보를 지지하는 각계각층 인사들이 ‘국민 후보를 지키는 선언문’을 발표하고 노후보 지지 서명운동을 전국민적으로 확대하겠다고 천명한 것이다. 한 시민운동본부 관계자는 “노무현 후보가 민주당 안에서는 입지가 좁지만, 당 밖으로 나오면 지지층이 넓다. 국민 경선 때 지지 선언을 했던 전국 각 지역의 지식인들, 수천 명에 이르는 사이버 보좌관들, 노사모 회원들, 그 밖의 지지자들을 모아 노무현 지키기 운동을 전개할 계획이다”라고 말했다.


유시민·진중권, 온-오프 라인에서 융단 폭격


이 작업의 선봉에는 시사 평론가 유시민씨가 있다. MBC <100분 토론> 진행자로 잘 알려진 그는 6월4일 자신이 노무현 지지자라고 ‘커밍 아웃’했다. 그런 그가 8월1일에는 아예 절필 선언을 했다. 민주당 노무현 후보를 본격적으로 엄호하기 위해서다. 그는 “경기장(정치판)에 반칙이 난무하는데도 말리는 사람이 없다. 그라운드의 룰을 세우기 위해 해설을 때려치우고 직접 운동장에 뛰어들었다”라고 설명했다.


유씨가 노무현 지킴이를 자청하고 나선 이유는 세 가지다. 첫째, 국민 경선으로 뽑은 후보를 뚜렷한 이유 없이 낙마시키려고 하는 민주당 반노 비노 세력에 대한 분노 때문이다. 그는 16회 평가전을 거쳐 스트라이커로 뽑아 놓은 후 패스도 안 해주고 심지어 옷까지 잡아당겨 놓고는 골 못 넣는다고 타박하는 꼴이라고 반노 진영을 비판했다.


둘째는, 이회창 후보가 대통령이 되면 사회가 어려워진다는 나름의 시국 인식 때문이다. “우리 사회는 민주주의의 기반이 약하기 때문에 한번 과거로 회귀하면 다시 물꼬를 돌리기 어렵다. 문제가 많지만 그래도 미래지향적 가치를 추구하는 민주당이 한번 더 집권하는 게 낫다”라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세 번째는, 개인적으로 노후보를 지지하기 때문이다. 그는 “우리가 정치 지도자에게 끊임없이 요구했던 조건이 보스 정치·부패 정치·지역 정치·권위주의를 버리라는 것이었다. 노후보가 그런 덕목을 모두 지니고 있다”라고 말했다.


노후보와 유씨는 노후보가 인권 변호사를 하던 1986년 첫인사를 나누었다. 당시는 유씨가 ‘항소 이유서’ 사건으로 훨씬 더 유명했다. 2년 후 노후보가 국회에 진출해 평민당 이해찬·이상수 의원과 ‘노동위 삼총사’로 활약할 때는 유씨가 이해찬 의원의 보좌관으로 일하고 있어 자주 부딪쳤다. 두 사람의 인연은 유씨가 독일에 유학한 시절, 그리고 다녀와서도 가끔 연락을 하는 사이로 이어졌고, 이제는 급기야 유씨가 노무현 대통령 만들기에 발벗고 나서는 관계로까지 발전했다.


서명운동과 함께 유씨는 반 노무현 세력과 개혁 세력에 대한 공격을 동시다발로 진행하고 있다. 지난 8월5일 유씨는 정동영 고문의 홈페이지에 공개 편지를 보냈다. 경선 지킴이를 누누이 강조했던 정고문이 왜 경선 불복이 자행되고 있는데도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느냐는 질책이었다. 그는 또 재야와 운동권 출신 정치인들에게도 “왜 노후보의 능력을 제대로 평가하지 않느냐. 솔직히 대학 제대로 안 나왔다고 차별하는 것 아니냐”라고 공격의 화살을 날리고 있다.


유씨와 함께 눈에 띄는 ‘전사’가 문화 비평가 진중권씨다. 한때 노후보의 행태를 비판하기도 했던 그는 8월1일 절필을 선언한 유씨에게 편지를 보내 노무현 엄호에 동참하겠다고 했고, 이를 실천하고 있다. 8월5일자 <한겨레> 칼럼에서 그는 ‘2백만 시민이 함께 뽑은 후보가 교체될 경우 민주당은 광범한 시민 저항에 부딪힐 것이다. 직접 민주주의의 중대한 후퇴이기 때문이다’라고 주장했다.


CBS <시사자키>에서는 “사리사욕에 사로잡혀 국민 후보를 끌어내리려는 민주당 일부 의원들은 민주당 지지도가 바닥을 헤매는 이유가 바로 자기들이 보여주는 저급한 행태 때문이라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라고 직격탄을 날렸고, 8월9일자 <경향신문> 칼럼에서도 비슷한 주장을 내놓았다.


흥미로운 것은 진씨가 민주노동당 당원이라는 사실이다. 그는 왜 민노당 당원이 노후보를 엄호하느냐는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국민경선제는 우리 당 같아서는 하고 싶어도 못하는 그림의 떡이다. 그런 국민경선제를 해놓고 흔드는 것은 민주주의 자체를 부정하는 것이다.” 그는 노후보 엄호가 당과 상관없이 비평가 자격으로 하는 것이라고 못박았다. 물론 대선에서는 민노당 후보를 찍겠다는 말도 덧붙였다.


강준만·이태준·장신기, ‘이론 병참기지’ 노릇


전북대 강준만 교수도 빼놓을 수 없는 노후보 지원군이다. 그는 <노무현과 국민사기극> (2001년), <노무현과 자존심>(2002년)이라는 책을 연거푸 내놓으면서 확실한 노무현 지원군으로 자리매김했다. 책에서 그는 ‘국민들이 기존 정치판을 갈아엎자고 하면서도 정작 그렇게 하려는 노무현에게 불안하다는 딱지를 붙이는 건 일종의 국민사기극’이라고 규정한 후, 노후보를 비판하는 세력의 논리적 허점을 조목조목 따졌다.


강교수는 요즘도 각종 칼럼을 통해 노후보를 엄호하고 있다. 노후보가 김영삼 전 대통령을 만난 것이 문제가 되었을 때는 ‘노무현-YS 연대가 성공했다면 그렇게 비판이 나왔을까. 지역주의 극복을 위한 노력을 꼭 나쁘게 볼 일만도 아니다’라고 했고, <인물과 사상> 최근호에서는 <조선일보>와 ‘서울대 병’을 공격함으로써 간접적인 노후보 지원 효과를 노렸다. 하지만 그는 노후보에 대한 비판도 서슴지 않는 탓에 노후보 지지자들로부터 ‘비판적 지지자’라는 평을 얻고 있다.

6·13 지방 선거를 전후해 강교수와 치열한 논리 대결을 벌였던 진중권씨는 강교수의 노무현 지지가 계속될지 지켜볼 일이라고 말했다. 자신은 노후보가 원칙과 신념을 지켰기 때문에 엄호하지만, 강교수는 민주당 재집권을 위한 카드로 노후보를 지지했기 때문에 만약 노후보가 군소 정당 후보로 전락할 경우 노후보를 계속 지지할지 의심스럽다는 주장이다.


이들 외에도 <이회창 대통령은 없다>는 책을 썼던 사이버 정치 평론가 이태준씨(ID '절망의 강'), <이인제는 이회창을 이길 수 없다>는 책을 펴낸 장신기씨(시사웹진 <대자보> 정치팀장) 등이 적극적으로 활동하는 노무현 지키기의 첨병이다. 이들은 대부분 지면을 통해 서로의 존재를 알고 가끔 지상 논쟁을 벌일 뿐 개인적인 접촉은 없다고 한다. 각자 지향하는 방향으로 뛰다 보니 어느새 ‘노무현 지원군’을 형성하게 되었다는 얘기다. 민주당 내부에서 신당 논의가 급물살을 타면서 글로, 또는 몸으로 뛰는 이들의 ‘노후보 구하기’ 작전도 더욱 가파르게 전개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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