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싱크 탱크’ 윤곽 드러나다
  • 차형석 기자 (cha@sisapress.com)
  • 승인 2004.10.1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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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 당 정책연구소, 인력 충원 한창…석·박사급 대거 영입
정당의 싱크 탱크가 윤곽을 드러내고 있다. 여·야 정당은 당 정책연구소장을 선임하고, 연구소 인력을 충원하는 데 박차를 가하고 있다. 각 당은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정책연구소장들을 초청해 연구소 운영 방안에 대해 토론회를 여는 10월 말까지 연구원 채용을 끝마칠 계획이다.

정책연구소 설립은 각 당이 정책 정당으로 거듭나려는 노력의 일환이다. 그동안 정당들은 대부분 조직 중심의 지역 정당으로 평가받아 왔다. 정치 이념과 정체성을 확립해 중·장기 정책을 개발하는 정책연구소는 지역 정당을 정책 정당으로 변화하게 하는 정당 개혁의 핵심 동력이다.
열린우리당, ‘386 세대’가 주축

여기에 정책연구소를 세워야만 하는 현실적 이유가 맞물려 있다. 정당법 제29조 제3항은 국고보조금을 받는 정당은 정책 개발·연구 활동을 촉진하기 위해 중앙당에 별도 법인으로 정책연구소를 설치·운영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또한 정치자금법 제19조 제2항에 따르면, 보조금을 지급받은 정당은 보조금의 30%를 정책연구소에 배분·지급해야 한다. 정책연구소를 세우지 않은 정당은 국고보조금 30%를 사용하지 못한다는 뜻이다. 이 때문에 당장 연구소의 필요성을 느끼지 않는 정당들도 일제히 재단법인 형태로 정책연구소를 설립하고 인력을 물색하고 있다.

열린우리당의 정책연구소 명칭은 열린정책연구원. 경희대 부총장을 지낸 박명광 의원이 초대 원장을 맡았다. 열린정책연구원은 연구 위주인 미국식 모델과 당원·시민 교육을 중심으로 하는 독일식 모델을 절충한 연구소를 구상하고 있다. 장차 연구소 예산의 50%를 교육 기능에 사용하겠다는 것이 다른 당의 정책연구소와 큰 차이점이다.

열린정책연구원은 ‘386 중심, 개혁적 색채’를 뚜렷이 하고 있다. 1987년 연세대 총학생회장을 지낸 우상호 의원이 교육담당 부원장을 맡은 데다 서울대 삼민투 위원장을 지낸 함운경씨(당원교육연수센터 소장)와 민화협 정책위원장 출신 이승환씨(정치아카데미소장) 등 386세대가 발탁되었다.

열린정책연구원은 10월7일 연구원 최종 합격자 14명을 발표했다. 이 가운데 박사급(수료 포함)이 11명이다. 정치행정 분야 수석연구원인 이지호씨와 정책기획 수석연구원 정기영씨 등이 눈에 띈다. 이씨는 전국연합 중앙위원으로 활동한 바 있고, 정씨도 학생운동권 출신이다. 이밖에 전 청와대 행정관 박병영씨와 시민단체 여성정치세력민주연대 정책위원장 출신인 김경미씨가 가세했다.
한나라당, 기존 여의도연구소 ‘성능 개량’

한나라당의 정책연구소인 여의도연구소도 10월9일 박사급 연구원 6명과 석사급 연구원 10명을 선발하고 변신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여의도연구소 핵심 인사는 박세일(소장)·박형준(부소장)·박재완(부소장) 의원 등 이른바 ‘3 박(朴)’이다. 박형준 부소장이 기획을, 박재완 부소장이 정책 개발을 담당하고, 박세일 소장이 전체 업무를 총괄한다. 박형준 의원은 “그동안 인력과 재원이 부족해 대표 보좌 기능을 주로 담당했으나 앞으로는 당의 비전과 중·장기 정책을 생산하는 싱크 탱크 기능을 강화할 예정이다. 예산이 3배 정도 늘었고, 연구원도 대부분 교체되었다”라고 말했다. 그는 또 “연줄 인사를 배제하고, 외부 전문가들의 지식을 변환해 정당을 위한 지식으로 만드는 네트워킹 능력이 뛰어난 지원자를 선발했다”라고 말했다.

당 전략기획본부와 정책위원회가 현안 중심으로 대응하고, 여의도연구소가 중·장기 현안에 이론적인 근거를 제공한다는 것이 한나라당의 구상이다. 과거사 문제가 제기되었을 때 현대사정리위원회를 만들어 과거사 문제에 접근하는 이론적 근거를 마련한 것도 여의도연구소의 작품이다. 여의도연구소는 1차적 중점 과제로 산업화·민주화 이후를 대비하는 ‘선진화 프로젝트’를 준비하고 있다. 민주노동당, 소장파 교수들이 자문위원 맡아

민주노동당은 10월6일 한국산업노동학회장과 한국사회경제학회 회장을 지낸 장상환 교수(경상대·경제학)를 ‘새 세상을 여는 진보정치연구소’ 소장으로 확정했다. 장상환 교수는 “민주노동당 정책연구소는 대안사회 모델과 정책을 제시하면서 기존 정당과 차별화하겠다”라고 말했다.

노중기(한신대) 송주명(한신대) 조연현(성공회대) 신정완(성공회대) 등 소장파 교수들이 자문위원으로 포진하고 있다. 또한 당내에서 정책통으로 첫손에 꼽히는 김윤철·장석준 연구원이 상임 연구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앞으로 당내·학계·사회운동계에서 추천을 받아 석·박사급 연구원 8명을 채용할 계획이다.

민주당과 자민련도 각각 정책연구소장을 임명하고 조만간 연구원을 뽑을 계획이다. 민주당의 정책연구소 명칭은 국가전략연구소. 한 달 전 청와대 복지노동수석을 지낸 김유배 소장이 임명되었다. 연구소 이사장은 한화갑 대표. 그동안 민주당의 대표적 이데올로그 역할을 해온 황태연 교수(동국대)는 참여하지 않고 있다. 아무래도 황교수가 한대표와 각을 세워온 정균환 전 의원측과 가깝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연구소장과 이사회가 협의해 조만간 연구원을 뽑을 계획이다.

자민련은 ‘자유민주연합 정책연구소’를 세우고 김한선 소장을 임명했다. 김소장은 11대 국회의원 출신으로, 당 정책위 수석 부의장을 지냈다. 연구원 채용 규모는 5명 내외. 소수 당이다 보니 어려움이 많다. 당 관계자는 “구조 조정 이후 정책 파트가 취약해졌다. 석·박사급을 뽑아 참신한 아이디어를 얻고자 하는데 돈 문제 때문에 고민이 많다”라고 말했다. 외부 자문위원을 영입하고 있는데, 이들이 외부에 알려지기를 꺼려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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