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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기 세력, 노짱에 맞서지 말라"

정부, 부동산 시장 안정 때까지 ‘토지공개념 정책 강도’ 점점 높일 듯

장영희 ㅣ mtview@sisapress.com | 승인 2003.10.21(Tue)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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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지공개념은, 노무현 대통령이 10월13일 국회 시정 연설에서 강남 불패 신화를 반드시 없애겠다고 언급해 14년 만에 부활했다. 공개념이라는 표현이 정부에서 처음 등장한 것은 10월10일 부동산 대책 회의에서였다. 촌각을 쪼개 쓴다는 장관들이 무려 다섯 시간이 넘게 머리를 맞대었다는 이 마라톤 회의에는, 재정경제부·건설교통부 등 부동산 관련 부처는 물론 서울시와 경기도 등 지방자치단체의 부동산 관련 실무자까지 모두 모였다. 집값 폭등에 따른 비판이 거센 데다 장관들의 일괄 사표가 반려된 직후여서 그런지 분위기가 사뭇 비장했다고 한 참석자는 전했다.

이 회의에서 김진표 부총리는 부동산 투기를 초동 진압하지 못한 데에는 정부가 카드를 찔끔찔끔 내보인 탓도 있다면서, 10월 말에 내놓을 대책에는 당장 쓸 카드뿐 아니라 앞으로 단계적으로 쓸 카드도 모두 보여주자고 제안했다고 한다. 이때 마지막 카드로 토지공개념이 거론되었다는 것이다.

한 청와대 관계자는, 대통령이 토지공개념을 언급하게 된 데에는 이정우 정책실장의 역할을 빼놓을 수 없다고 귀띔한다. 이실장은 경북대 교수 시절 토지 문제를 개혁하기 위한 학자들의 모임인 ‘헨리 조지 학회’를 꾸렸을 정도로 토지공개념을 신봉하는 것으로 알려진다. 헨리 조지는 토지 사유제 철폐를 주장한 미국의 학자. 토지공개념이 대통령 공약집에 실려 있는 것을 보면, 대통령의 입에서 갑자기 튀어나온 것은 아닌 셈이다.

공개념이 거론될 정도로 최근 부동산 대책이 경제 정책에서 최우선 대책이 되다시피 한 것은 지금까지 내놓은 부동산 시장 안정 대책 가운데 가장 강력하다는 ‘9·5대책’이 별무효과라는 질타가 쏟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부동산 고수들이 정부 대책을 비웃듯 부동산을 사서 대책의 약발이 떨어질 때쯤 되파는 형국인 것이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1960년대 이후 대략 10년 주기로 크게 출렁인 부동산 시세를 파동기로 설명한다. 2001년 하반기부터 현재까지는 5차 파동기. 5차는 1988년부터 1991년까지 3년 8개월간 맹위를 떨쳤던 4차 파동기와 진행 양상이 엇비슷하다는 분석도 나온다. 4차 파동은, 1989년 택지소유에대한법률·토지초과이득세법·개발이익환수에관한법률이라는 토지공개념 3법이 효력을 발휘하고 신도시 개발이라는 공급 대책이 주효해 종지부를 찍었다.

토지거래허가제, 아파트에 적용하면 파괴력 커

그런데 주목할 것은, 최근의 집값 앙등이 전국적인 현상은 아니라는 사실이다. 2001년과 2002년 집값 상승률은 각각 9.9%와 16.4%에 달했다. 이 수준은 4차 파동기(1989년과 1990년 각각 14.6%와 21.0%)의 악몽을 떠올리기에 충분했다. 하지만 최근 나온 국민은행의 전국 주택 가격 동향 조사에 따르면, 서울 강남과 대전 지역이 집값 상승을 주도했다(아래 표 참조). 행정 수도 이전이라는 뚜렷한 호재가 있는 대전을 제외한다면 역시 문제는 강남인 것이다. 집값 앙등이 전국적 현상이 아니라 서울 강남의 국지 현상인 것은 정부 관계자들도 인정하고 있다. 그럼에도 정부가 토지공개념이라는 배수진을 치고 나선 까닭은, 강남에서 강북으로, 또 수도권과 전국으로 악영향을 끼치고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정부는 종전과 달리 집값 상승 요인을 공급 측면에서 찾지도 않는다. 전셋값이 하향 안정세인 것을 감안하면 시중의 풍부한 유동성이 부동산 투기로 몰리는 전형적인 금융 장세라는 것이다. 결국 강남의 부동산 투기 세력에 선전포고를 한 것이다.

정부는 과연 어떤 대책을 내놓을까. 역시 공개념이 구체적 정책에서 어떻게 구현될지가 초미의 관심사일 수밖에 없다. 국토연구원 정희남 연구위원은, 부동산에 대한 소유권을 인정하되 그 이용과 개발은 공공 목적에 맞게 일정 부분 규제한다는 원론적 의미로 공개념을 해석한다면 사실 새로울 것이 없다고 지적한다. 정부가 그동안 내놓은 부동산 대책에는 이미 그같은 공개념이 들어가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부동산 시장 관계자들이 공개념 향방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것은, 그것이 대책의 강도와 직결되기 때문이다.

10월18일 현재 과천 청사의 부동산 관련 당국자로부터 공통으로 들을 수 있는 말은 ‘아무 것도 결정된 바 없다’이다. 세제·금융·주택 제도와 교육 등 모든 분야에서 생각할 수 있는 방안을 망라해 논의 테이블에 올려놓고 있다고 건교부 정창수 국장이 확인해주는 정도이다. 사실상 확정적인 것은, 기존 공개념 제도인 택지소유상한제와 토지초과이득세를 되살릴 수는 없으리라는 것이다. 2001년 각각 위헌 결정과 헌법 불일치 판정을 받은 데다, 이에 앞서 정부가 1998년 폐기했기 때문이다. 다만 올해 말로 끝나는 수도권 대상의 개발이익환수제(개발부담금제)는 연장될 가능성이 있다.

현재 새로운 제도로 유력하게 거론되는 것에는 주택거래허가제와 주택선매제 등이 있다. 주택거래허가제는 주택을 거래할 때 계약 당사자가 시·군·구청에 이를 신고하거나 허가를 받도록 의무화하는 제도다. 현행 국토계획및이용에관한법률 시행령에서, 54평(주거 지역) 이상 땅을 사고 팔 때 의무화한 토지 거래 허가 대상 면적을 대폭 낮추거나 아예 모든 토지를 대상으로 고치는 방안이다. 이 제도가 집값 폭등의 주범인 아파트에 무력했던 것은, 아파트의 경우 가구별 대지 지분이 작아 아예 허가 대상에서 대부분 빠졌기 때문이다. 앞으로 아파트에도 적용될 경우 부동산 시장 관계자들이 벌벌 떨 정도로 파괴력이 있어 보이지만, 행정 수요가 폭주하고 사유재산권을 침해할 소지가 있어 거센 논란을 불러일으킬 공산이 크다.

1가구 다주택자에게 감내할 수 없을 정도로 중과세하는 방안도 단골 메뉴. 지방자치단체가 관할 구역 토지에 대해 과세하되, 토지 과다 보유자에 대해서는 중앙 정부 차원에서 누진 과세하는 이른바 종합부동산세를 주택까지 연결하자는 아이디어가 좋은 예지만, 실현될지는 미지수다.

‘10·29 대책’이 어떤 내용을 담을지 예단하기 어렵지만, 분명한 것은 정책을 단계 별로 예시하겠다는 것이다. 부동산 시장 안정이라는 정책 목표를 달성할 때까지 점점 강도를 높여 가겠다는 것이다. 정부가 부동산 거래자들에게 ‘정부에 맞서지 말라’는 강력한 경고 메시지를 보내고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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