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쫒겨난 펀드 매니저의 ‘연봉 투쟁’

‘쫓겨난’ 펀드 매니저 김경준씨, 회사 상대로 소송…금융권 연봉제 관행에 파장 몰고와

成耆英 기자 ㅣ 승인 1999.04.15(Thu)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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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려 8억원대 연봉을 받고 최고 수익률을 올려 각광 받던 펀드 매니저가 회사로부터 갑자기 쫓겨나자 회사측에 계약대로 연봉을 내놓으라며 소송을 제기해 금융계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문제의 주인공은 환은샐러먼스미스바니 증권의 파생상품팀장을 맡았던 김경준씨. 김씨는 재미동포 2세로 시카고 대학 경제학 석사를 거쳐 펜실베이니아 대학 와튼 스쿨에서 경영학 석사(MBA)를 받은 뒤 GE 캐피털과 모건 스탠리 등에서 근무했었다. 97년 한국에 와 환은샐러먼스미스바니 증권에 입사한 그는 샐러먼스미스바니 증권 전세계 지점 중 최고의 수익률을 올리면서 화제를 뿌렸던 인물이다.

회사측은 지난 2월 최고의 펀드매니저였던 김씨를 정직 6개월이라는 징계 조처로 사실상 해고했다. 회사 승인 없이 다른 뮤추얼 펀드 설립에 관여하고 자신이 낸 수익률을 과장해서 언론에 유포했다는 이유였다. 김씨는 이에 반발해 서울지법에 성과급 보수 22억원을 내놓으라는 소송을 제기했다. 김씨는 애초 연봉 계약을 맺을 때, 연 8천만원에 그가 펀드를 운용해 올린 순실현 이익의 20%를 성과급으로 받기로 했다. 그러나 회사측이 주장하는 성과급 액수는 김씨가 주장하는 액수의 절반을 약간 넘는 12억원이다.

이 차이는 어디서 생기는 것일까. 김씨는 시장간 가격차를 이용한 차익 거래, 이른바 아비트리지(arbitrage)를 통한 자신의 수익이 1백9억원으로, 137% 수익률을 올린 만큼 이에 따르는 성과급을 내놓으라는 것이고, 회사측은 아비트리지를 통한 수익이 23억원이고 나머지는 선물 중개 수수료 등이라는 것이다. 수익률을 산정하는 기준이 되는 금액 역시 회사측은 거래 한도액인 3백억원이라고 주장하는 데 반해 김씨는 3백억원은 차입을 포함했을 때의 한도액일 뿐 실제 자신에게 할당된 금액은 백억원 정도이니 이를 기준으로 수익률을 계산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흥미로운 것은 국내에 아직 잘 알려지지 않은 이 아비트리지라는 신종 투자 기법에 대해 김씨와 회사측의 인식이 완전히 다르다는 것이다. 김경준씨는 “회사는 선물과 주식 아비트리지만 인정하려는 것 같다. 도무지 회사 내에 아비트리지 거래를 제대로 이해하는 사람이 없다”라고 불만을 드러냈다. 결국 이 소송 사건은 법정에서 고용 계약에 관한 ‘법률적’ 논란보다도 아비트리지라는 신종 금융 기법을 둘러싼 ‘경제학적’ 공방전으로 번질 전망이다.

회사가 개인의 성과급을 다른 사람의 것으로 조작하려 했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김경준씨는 “일부 임원이 내가 올린 수익 실적을 장부상으로만 다른 팀으로 이관할 수 있도록 해 달라고 제안해 이를 거절했더니 회사가 나를 내몬 것이다. 이는 명백한 계약 위반이며 불공정 행위이다”라고 주장했다. 물론 회사측은 이런 김씨의 주장에 대해 ‘불가능한 이야기’라며 강력히 부인하고 있다. 환은샐러먼스미스바니 증권 민유성 부사장은 “개인별 실적이 철저히 관리되는 회사에서 그같은 일은 절대로 일어날 수 없다”라고 잘라 말했다.

김씨의 자작극인가 회사의 계략인가

현재 소송 전 화해로 이 문제가 마무리될 가능성은 별로 없어 보인다. 민유성 부사장은 “김씨가 소송을 제기한 것은 회사를 위협해 더 많은 돈을 받아내려는 계략에 불과하다”라며 이번 사건을 ‘사회 정의에 관한 문제’로 규정했다. 한편 김씨는 한국의 잘못된 연봉제 관행을 바로잡아야 한다며 ‘타협은 없다’를 외치고 있다. 양쪽 모두 법정을 통해 시시비비를 가리겠다는 강경한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어 경우에 따라서는 재판 과정에서 회사 기밀에 대한 추가 폭로전이 벌어지거나 형사 소송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높다.

신종 투자 기법에 능숙하고 두뇌 회전이 빠른 투자의 천재가 벌인 ‘자작극’인가, 아니면 주겠다던 돈을 주지 않으려고 회사가 꾸민 ‘계략’인가.

어느 쪽이 옳은지는 법정에서 가려질 수밖에 없다.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이번 소송이 하루가 다르게 발달하는 신종 금융 기법을 따라잡기 위해 한국 금융계가 물어야 하는 값비싼 수업료라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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