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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티파크 열풍` 진원지는 어디인가

시티파크 청약 열풍은 1회성 광풍…아파트 거래 줄고 가격 안정될 듯

서미숙 (중앙일보 조인스랜드 기자) ㅣ | 승인 2004.03.30(Tue)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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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티파크 청약 마지막 날인 3월24일 서울 중구 다동 한미은행 본점에는 청약을 못할까 봐 안달이 난 시민들이 오전 5시부터 몰려들기 시작했다. 은행측은 오전 7시부터 번호표를 나누어 주었고, 오전 10시15분께 청약자와 대기자를 합해 1천3백여명을 넘기고 있었다. 은행 관계자는 “첫날보다 청약자가 2배 이상 많아 다섯 시간은 족히 기다려야 한다”라고 말했다. 청약 장소인 한미은행 서울·인천·경기도 지점은 이틀 동안 거의 모든 직원이 청약을 받느라 일반 업무가 마비되었다. 24일은 한미은행 창립 이래 가장 많은 인파가 몰린 날이었다.

서울 용산시티파크 청약 열풍이 대한민국 주상복합아파트의 청약사(史)를 다시 썼다. 아파트 6백19가구(시행사분 10가구 제외), 오피스텔 1백41실 분양에 이틀 동안 24만9천5백38명이 신청했고, 청약증거금은 6조9천1백92억원이나 몰렸다. 지난해 서울 자양동 건대 스타시티가 세웠던 최대 청약금 2조6천9백40억원의 2.57배, 잠실 롯데캐슬골드에 몰렸던 청약자수 9만9천여 명의 2.52배에 달하는 수치다. 가히 ‘광풍(狂風)’에 빗댈 만한 규모다.

시공사인 대우건설과 롯데건설은 당초 이 아파트 청약을 3월 중순에 모두 해치우려 했었다(3월30일 새 주택법 시행 전에 계약을 끝내야 29일까지 무제한 전매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30일 이후에 분양하는 20가구 이상 주상복합아파트는 분양권 전매가 금지되고, 29일까지 분양 승인을 신청한 것은 법 시행 후에도 전매가 한 번 가능하다). 하지만 탄핵 정국에다 총선을 앞두고 불안해진 건설교통부는 시티파크의 건축 인·허가가 진행되는 동안 시공사에 분양 날짜를 4월 이후로 늦추라고 압력을 가했다. 여기에 서울시·용산구·한국주택협회까지 가세하자 부담감을 느낀 시공사가 이에 동의한 것이다.

그러나 이미 유명세를 탄 이 아파트는 청약에 관심 없던 서민들까지 자극했다. 대기업에 다니는 이 아무개씨(37)는 “요즘 샐러리맨들 사이에 최고 화두는 시티파크다. 당첨만 되면 1년 연봉 이상이 들어온다고 해서 복권 사는 셈치고 청약했다”라고 말했다.

일반인 사이에는 청약금과 청약 자격 갖추기가 붐이었다. 청약금 3천만원을 만들기 위해 서너명이 공동 투자를 하고, 은행에서 대출을 받거나 정기예금을 깨는 일도 많았다. 집 전세금을 뺐다는 사람도 있었고, 아파트의 경우 세대주만 청약이 가능하기 때문에 부부가 세대를 분리하는 일도 허다했다.

3월23, 24일 이틀간 고객예탁금이 크게 줄어드는 등 주식 시장의 돈도 썰물처럼 빠져나갔다. 40대 직장인 강 아무개씨는 “사채 시장 자금인 것 같은데 하루 3만원 이자를 받고 열흘 동안 청약금을 빌려주는 초단기 대출도 있다고 들었다. 청약금이 부족해 나도 유혹을 느낀 게 사실이다”라고 고백했다.

청약을 수도권에서만 받아 지방 사람들이 ‘원정 청약’을 하기도 했다. 한미은행 관계자는 “대전·대구·부산 등 전국 각지에 사는 사람들이 청약을 위해 상경했다. 어린아이를 뺀 전국민의 관심이 시티파크에 쏠린 것 같다”라고 말했다.

시티파크가 이처럼 열풍을 일으킨 까닭은 무엇일까. 한 부동산 전문가는 이번 시티파크는 ‘부동산 로또’로 불릴 만큼 우리 국민이 가진 ‘대박 심리’의 한 단면을 여실히 보여준 것이라고 진단했다. 로또보다 당첨 확률이 높은 데다, 청약금을 고스란히 돌려주는데 솔깃하지 않을 이유가 없는 것이다.
또한 정부의 잇단 규제 속에서 일시적으로 생긴 빈틈이 투기 심리를 부추겼다. 한쪽을 누르면 다른 한쪽이 튀는 일종의 ‘풍선 효과’가 나타난 것이다. 여기에다, 분양권 전매가 금지되기 전 마지막 기회였고, 위치가 좋아 앞으로 실수요자가 많을 것이라는 예측도 한 몫 했다.

분양권 전매를 부추기는 떴다방의 역할도 상당했다. 모델하우스와 한미은행에 몰린 떴다방들은 계약금이 없는 사람들도 당첨만 되면 계약 전에 다 팔아줄 테니 걱정 말라고 안심시켰다. 웃돈이 최하 5천만원, 한강과 공원 조망이 가능한 로열층은 1억5천만원을 넘을 것이라며 청약을 부채질했다.

하지만 더 근본적인 원인은 3백조∼4백조 원에 이르는 시중의 부동자금이다. 저금리 기조가 계속되면서 장기 예금 대신 6개월 미만 단기 금융상품이나 부동산에 기웃거리는 돈이 많다는 것이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 김현아 부연구위원은 “시티파크 청약 과열은 단기 부동자금을 그대로 둔 채 세금만 올리는 부동산 대책은 언제든지 무력해질 수 있다는 사실을 그대로 보여줬다. 빨리 경제를 회복시키고, 기업의 설비 투자를 유도하는 등 부동자금을 분산할 대책을 서둘러 마련해야 한다”라고 지적했다.

일각에서는 이번 시티파크 열풍이 침체된 부동산 시장에 불을 지필 것이라고 기대한다. 실제 용산 한강로 트럼프월드Ⅲ와 LG에클라트 등 용산 일대 주상복합아파트는 시티파크 영향으로 최근 한 달 사이에 분양권 값이 3천만∼1억 원까지 뛰었다. 하지만 이런 분위기가 전체 부동산 시장으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주상복합아파트만 해도 3월 말부터 분양권 전매가 금지되면 가수요가 크게 줄어 거품이 빠질 수밖에 없다.

특히 주상복합도 20가구 이상이면 일반 아파트처럼 청약통장 가입자를 대상으로 분양하기 때문에 공급 물량이 줄고, 1순위 통장을 쓰려는 사람이 적어 청약 열기가 가라앉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내집마련정보사 김영진 사장은 “일단 시티파크 당첨자 발표 후 계약 전 불법 전매를 철저히 가려내고, 당첨자들에 대한 자금 출처 조사를 제대로 한다면 웃돈의 거품이 꺼지고, 투자 심리를 크게 위축시킬 것이다”라고 말했다.

일반 아파트 시장에는 더더욱 온기가 전해지기 힘들 전망이다. 신한은행 고준석 부동산재테크 팀장은 “3월 말 주택거래신고제가 시행되면 취득세·등록세 부담 때문에 거래가 위축되고 가격이 안정될 것이다. 시티파크의 광풍은 대박 심리에 편승한 1회성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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