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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 달인’ 꿈꾸는 무서운 아이들

KAIST 재학생 3명, 국제 경영시뮬레이션 대회 상위권 입상

이철현 기자 ㅣ leon@sisapress.com | 승인 2004.04.20(Tue)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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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 실업자 60만명이라는 우울한 현실에서 끊임없는 자기 계발과 도전 정신으로 꿈을 낚는 대학생들이 있다. 전세계 대학생이 참가하는 경영 시뮬레이션 게임 ‘e-strat’에 참가한 한국과학기술원(KAIST) 재학생 3명이 그 주인공이다. 이정훈(산업공학과 4년) 김재오(산업공학과 3년) 오은정(전자과 4년) 씨는 세계 유수의 비즈니스스쿨 학생들과 겨루어 아시아지역 본선에서 괄목할 성적을 거두었다. 3인1조로 구성된 이 팀의 이름은 ‘챌린지밸리’. 도전과 모험을 아우르는 명칭이다.

세계 최대 화장품 회사 로레알이 주최해 올해 4회째를 맞는 e-strat는 전세계 8백여 대학 2만7천명이 넘는 학생이 경영 감각을 다투는 국제 대회다. 하버드·워튼·시카고·스탠퍼드·매사추세츠공과대학(MIT)의 경영대학원 학생들과 학부생들뿐만 아니라 중국·인도·동남아시아·남미 대학생들이 대거 참가한다. 올해 가장 많이 참여한 곳은 중국. 인해전술을 연상시킬 정도로 압도적인 숫자가 참여해 주요 경쟁 부문을 석권했다.

e-strat는 인터넷을 기반으로 한 비즈니스 시뮬레이션 게임이다. 참가팀은 마케팅·재무·위기관리 등 비즈니스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과제에 대해 의사 결정을 내리고 사업 계획을 세운다. 컴퓨터가 운영하는 가상 업체 5곳과 경쟁해 1주일에 한번씩 주요 의사 결정을 내린다. 의사 결정은 1주일에 한번뿐이지만 그 결정을 내리기까지 분석하고 해결 방안을 찾아내는 일은 3명이 1주일 내내 매달려도 만만치 않다. 주요 의사 결정 사항은 신상품 개발, 프로모션 방안, 마케팅, 재무관리다. 의사 결정으로 거둔 실적은 주가로 이어지는데, 이 주가가 팀 순위를 결정한다.

중국, 1천1백여 팀 참가해 ‘인해전술’

참가한 한국팀은 모두 셋. 챌린지밸리팀은 국내 1위 자격으로 본선에 올라 수적 열세와 경험 미숙이라는 취약점을 딛고 아시아 본선 6위, 세계 48위라는 성적을 거두었다. 이정훈씨는 “전세계에서 만여 팀이 참가했고 그 가운데 중국팀이 1천1백58개다. 정보와 경험이 부족해 고전했지만 미국·일본 팀보다 나은 성적을 거둔 것에 만족한다”라고 말했다. 그만큼 경쟁이 치열했다. 미국과 유럽 유명 대학교 출신 팀들이 600위권 밖으로 밀려났다. 본선에 출전한 일본은 10팀 중 한 팀도 준결승에 참가하지 못했다. 이 와중에 중국팀 7개가 1~10위에 들어 두각을 나타냈다. 성장하는 중국의 저력을 드러내는 대목이다.

대회에 참가한 학생들이 주로 사용한 도구는 통계학과 계량의사결정 방법론이다. 스프레드시트 프로그램인 마이크로소프트 엑셀을 가장 많이 활용했다. 대회 진행 과정을 들여다보자. 참가 팀은 컴퓨터 안에 설정된 가상 기업을 배정받는다. 가장 먼저 해야 할 과제는 시장 경쟁 환경을 감안해 경영 목표를 설정하는 것이다. 그 다음, 시장 제약 조건을 반영하고 갖가지 변수들을 대응시킨다. 목표·제약 조건·변수 들은 수치화해 학생들이 작성한 분석 프로그램에 입력된다. 비교적 간단한 수식 명령으로 짜인 분석 도구는 입력된 수치 정보를 분석해 최적의 해답을 도출한다. 답이 하나가 나오는 경우도 있지만, 복수 내지 범위 값이 나오면 비즈니스 감각으로 최종 의사 결정을 내려야 한다. 모든 결정은 주최측이 짠 분석 도구에 의해 주가로 환산된다.

한국과학기술원 산업공학 과목을 함께 수강하면서 인연을 맺게 된 챌린지밸리 팀은 주최 사의 인터넷 홈페이지에서 e-strat 정보를 얻었다. 참가 결정을 내리고 경영과 마케팅 공부부터 시작했다. 산업공학과 학생들이어서 수식 분석에는 능하지만 경영 전략과 마케팅 분야 지식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또 가상 회사의 사업 영역이 화장품이어서 시장 특성을 파악하느라 시간을 많이 소비했다.

대회 기간에는 팀원들과 함께 상황을 분석하고 의견 차이를 좁히느라고 밤을 새우기 일쑤였다. 김재오씨는 “원활한 의사 소통이 가장 중요하다. 과제가 어렵다기보다는 과제를 바라보는 시각에 따라 해결 방안을 달리 제시했기 때문에 의견을 한 데 모으는 것이 가장 힘들었다. 주장의 핵심과 근거를 팀원들에게 적절히 설명하고 다른 견해를 잘 이해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처음에는 최고경영자·연구개발(R&D) 총책임자·마케팅 총괄자 등으로 역할을 분담해 권한과 책임을 분명하게 했다. 하지만 막상 과제가 주어지자 역할 구분이 무의미해졌다. 최고경영자 관점에서 회사 가용 자원과 경쟁 조건을 총괄적으로 해석하지 않으면 흐름을 이해하기 힘들었기 때문이다. 수치 분석은 객관적으로 도출할 수 있었으나 분석 값을 해석하는 관점은 달랐다. 이정훈씨는 “(팀원들 의견이 갈리면) 끊임없이 대화하면서 이견을 좁혀가는 것밖에 다른 방법이 없었다”라고 말했다.

오은정씨는 이 대회를 통해 값진 교훈을 얻었다. 최고경영자는 단기간 수익에 치중하기 보다는 장기적인 안목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오은정씨는 “가상 기업을 3년 동안 경영하면서 어떻게 그 기업을 성장시킬 것인가에 대한 비전과 원칙을 세워야 했다”라고 말했다.

챌린지밸리는 경영 전략과 마케팅 방안을 세우는 데 수리적인 상황을 분석하는 것이 태반이어서 자신감에 차있었다. 한국과학기술원 재학생으로서 수리적인 분석과 문제 해결 능력 부문에서는 국내 최고라는 자부심이 있기 때문이다. 챌린지밸리는 아시아 지역 본선에서 1위를 차지해 프랑스 파리에서 열리는 최종 결선에 진출하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 최종 결선은 일곱 대륙에서 1~2위에 오른 14개 팀이 5월 초 프랑스 파리에 모여 벌인다. 하지만 경험과 정보 부족으로 그 꿈은 내년으로 미루어야 했다.

김재오·오은정 씨는 내년에 다시 참가할 계획이다. 최종 결선에 참가해 세계 최고의 경영 고수들과 실력을 겨루어보고 싶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정훈씨는 내년 2월 졸업하기 때문에 올해 성적으로 만족해야 했다. 이씨는 e-strat 대회에 참가한 것을 경험 삼아 로레알이나 프록터앤갬블 같은 외국계 회사나 삼성전자·현대자동차 같은 국내 대기업에 취직해 2~3년 실무 경험을 쌓은 후 미국 비즈니스스쿨에 유학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궁극적으로는 매킨지·보스턴컨설팅그룹·베인앤컴퍼니 같은 전략 컨설팅 업체에 컨설턴트로 들어가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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