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시평] 쓰레기 처리는 자치단체 몫
  • 孔柄淏 (한국경제연구원 연구위원) ()
  • 승인 1995.10.1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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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는 유난히 대형 환경오염 사고가 많이 발생하여 환경보호 문제가 주요 현안이 되고 있다. 쓰레기 소각장 건설 부지 결정에 따른 지역 간의 쓰레기 전쟁, 남해안의 잇따른 원유 유출, 적조 현상으로 인한 대규모 양식장 피해들은 환경 보호에 대한 많은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이러한 환경 오염에 대한 논의는 이미 세계적인 관심사가 되었다. 최근 환경 오염이 인류의 생존 자체를 위협할 것이라는 경고가 끊임없이 나오고 있다. 사회생물학의 세계적 석학인 윌슨 교수는 “이미 인류는 지구가 생성된 이래로 다섯 번째 멸종 위기에 처해 있다”고 주장했다. 인류가 지금처럼 계속 환경을 파괴한다면 인간이란 생물 종은 지구상에서 사라지게 된다는 것이다. 그의 주장이 조금 지나친 면은 있으나 최소한 우리의 환경 오염이 심각한 상태에 처해 있다는 것에 대한 공감대는 어느 정도 형성되어 있다. 그런데 이런 환경 오염의 근본 원인은 무엇일까, 특별한 대책은 없을까?

다른 지역에 소각장 건설 ‘충분한 보상’ 당연

이러한 문제의 해답은 인간 본성을 이해하면 쉽게 얻을 수 있다. 사람은 자기 소유의 물건은 아껴 쓰기 마련이다. 그러나 자기 것이 아닌 물건들은 남용하기 마련이다. 물건을 소비한 후 배출되는 쓰레기는 누구 것인지 분명하지 않기 때문에 쓰레기 발생과 처리에 대해 어떠한 책임감을 개인이 가지기 힘들다. 여기에 환경 오염의 근본 원인이 있다. 물건 남용으로 발생하는 엄청난 양의 쓰레기를 처리하고 재활용하는 비용을 개인에게 부과하는 제도나 수단이 마련되어 있지 않다.

이러한 쓰레기 처리에 따른 근본 원인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발상의 획기적인 전환이 요구된다. 물건이 생산·소비되고 폐기되는 과정을 살펴보면 쓰레기 과다배출에 대한 해결책을 얻을 수 있다. 기업이 물품을 생산하면 소비자가 사서 사용한 후 공공기관이 수거하여 폐기한다. 이 과정에서 물품을 거래하는 시장이 생기듯 소비의 산물인 쓰레기도 처리 시장이 형성되어야 하는데 폐기물 시장이란 개념도 없는 것이 현실이다. 물건을 사기 위해 값을 지불하듯이 버릴 때도 값을 치르도록 해야 한다.

이런 측면에서 보면 쓰레기 종량제는 처음으로 쓰레기 시장이라는 개념을 도입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쓰레기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쓰레기에 대한 재산권을 부여하는 제도를 만들어야 한다. 재산권을 부여하는 방법은 재산권에 따르는 권리와 의무를 다하게 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쓰레기 처리 비용을 보전할 수 있는 쓰레기값을 철저하게 개인이나 지역 단위에 부과하여야 한다.

그러나 오늘날 대다수 국가들이 펼치는 쓰레기 정책은 국민들로 하여금 쓰레기를 많이 배출하도록 조장하고 있다. 왜냐하면 오늘날 정부의 환경 정책이란 것이 쓰레기를 배출한 사람이 당연히 지불해야 할 비용을 정부가 대신 내고 있거나 쓰레기 소각장 같은 혐오 시설 근처에 사는 사람들의 희생을 강요하고 있기 때문이다. 자기가 살고 있는 지역에 쓰레기 소각장 건설을 반대하거나 그러한 지역의 쓰레기 반입을 반대하는 소각장 근처 주민들의 주장을 지역이기주의의 소산으로 매도해서는 안된다.

따라서 정부의 바른 쓰레기 처리 정책이 중요하다. 이를테면 쓰레기에 대한 정부의 보조금 정책은 수정되어야 한다. 대신 쓰레기 처리에 수익자 부담 원칙이 지켜져야 한다. 예를 들어 서울 시내 각 구청이 자체적으로 쓰레기를 처리해야 한다. 그것이 여의치 않다면 자기 지역의 쓰레기를 처리하는 소각장 건설을 받아들이는 다른 수도권 지역에 충분한 보상을 해주어야 한다. 그렇게 되면 쓰레기 발생량은 어느 정도 예상할 수 있기 때문에 쓰레기 처리를 위한 선물(先物)시장이 만들어지게 될 것이다.

이때 중앙 정부는 각 지방자치단체 사이에 거래가 원활히 이루어지도록 중개하는 일을 맡을 수 있다. 이러한 관점에서 서울시가 ‘구청에서 발생하는 쓰레기는 구청의 책임’이라는 원칙을 정한 것은 쓰레기 시장의 활성화라는 측면에서 진일보한 발상이다.

쓰레기 과다 배출을 비롯한 환경 오염 문제는 배출자가 재산권에 따르는 권리와 의무를 맡는 시장 원리에서 그 해답을 찾아야 할 것이다. 마치 사회주의가 인간의 본성을 개조하려다 실패한 것과 마찬가지로 쓰레기와 같은 환경 문제 역시 사람들의 양식에 호소해서 해결될 일이 아니다. 인간의 이기성을 인정하고, 어떻게 하면 쓰레기 배출량을 줄일 수 있도록 동기를 부여할 것인가 하는 데서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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