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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로 눈 돌리면 실업 출구 보인다

IT기술자·항공 승무원·간호사 등 각광

이철현 기자 ㅣ leon@sisapress.com | 승인 2004.07.20(Tue)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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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화씨(30)는 재능과 미모를 갖춘 승무원이다. 영어 동시통역이 가능하고 성격이 밝아 승무원으로서는 더할 나위 없는 자격을 갖추었다. 그녀는 지금 에미레이츠(Emirates) 항공 승무원이다. 광주광역시에 있는 서광전문대 무역학과 출신인 이씨는 1995년 12월 국내 항공사 승무원 시험에 합격했으나 전문대 출신이라고 차별 대우를 받았다. 국내 항공사는 4년제 대학 출신을 선호한다. 2년제 전문대학 출신을 뽑는다고 하더라도 처우와 연봉에서 차별한다. 이씨는 실력보다 출신 학교를 우선시하는 관행에 염증을 느껴 외국 항공사로 옮기기로 마음먹었다.

산업인력공단, 희망자에게 직업훈련

이씨에게 에미레이츠항공에 관심을 갖게 한 곳은 한국산업인력공단 해외 취업지원부다. 한국산업인력공단은 1998년부터 해외 취업 희망자를 대상으로 직업 훈련과 연수를 거쳐 외국 구인 업체에 연수생을 알선하는 공공기관이다. 그녀는 해외 취업 희망자로 등록한 후 산업인력공단이 지원하는 승무원 전문 교육기관인 ANC에서 연수를 받았다. 2개월 연수 과정을 끝내자 곧바로 공채 시험을 실시한 에미레이츠항공에 2000년 10월 입사했다.

이씨는 지금 연봉과 근무 환경에 크게 만족한다. 연봉이 국내 항공사의 150%나 되고, 근무 조건도 좋다. 무엇보다도 학력 차별이 없다. 이씨는 “전세계 80여 국가에서 온 승무원 5천여 명과 어울리면서 다양한 문화를 접할 수 있는 데다 능력만큼 인정받을 수 있어 일이 즐겁다”라고 말했다.
윤다성씨(29)는 일본 고베에 있는 소프트웨어 업체인 ‘파이브스타 소프트웨어’에 다닌다. 윤씨가 지난해 6월 입사한 이 회사는 웹 기반 소프트웨어 개발 업체. 윤씨는 인하대학 영어영문학과를 졸업하고 국내 회사에서 2년 가량 소프트웨어를 개발했다. 그는 2003년 초 해외 경험을 쌓기 위해 한국산업인력공단에 해외 취업 희망자로 등록했다. 일본 업체가 직접 방한해 윤씨를 면접하고 곧바로 채용했다. 윤씨는 지금 회사 생활에 만족한다. 한국인 동료가 5명이나 되고 인도인·중국인·일본인과 어울려 직장 생활을 하는 것이 재미있다. 연봉 수준도 한국의 150% 가량이고, 회사가 직원 숙소도 마련해주었다. 윤씨는 “3년 가량 일본에서 소프트웨어 개발 경험을 쌓은 후 국내로 돌아가고 싶으나 여의치 않으면 일본에 장기간 머무를 계획이다”라고 말했다.

올해 국내 청년실업률이 크게 높아지자 이정화씨나 윤다성씨처럼 해외에서 일자리를 찾는 청년 실업자가 부쩍 늘고 있다. 일본, 유럽, 아랍 국가들이 외국인 정보 기술(IT) 전문가, 자동차 설계자, 항공 승무원, 간호사, 비즈니스 전문가 채용을 늘리는 것도 국내 구직자의 해외 취업을 부추기고 있다.

한국산업인력공단에 따르면, 1998년부터 올해 상반기까지 전체 해외 취업자 수는 1천2백42명. 1998년 13명이던 해외 취업자 수는 꾸준히 증가해 올해에는 상반기에만 벌써 2백59명에 이른다. 올해 상반기 해외 취업자는 지난해 전체 취업자(1백93명)보다 34.2% 가량 많다. 1998년부터 현재까지 해외 취업 직종을 살펴보면, IT(3백49건)와 간호사(2백98건)가 가장 많았으며 항공 승무원, 건설, 사무 서비스, 기계가 그 뒤를 이었다.

IT 분야 인력은 대부분 일본으로 진출한다. 일본은 IT 인력 수요가 많아 해외 IT 인력을 적극 채용하고 있다. 한국과는 IT 자격 상호인증 양해각서를 체결한 상태다. 최근 일본 정부는 ‘e-Japan’ 사업의 일환으로 2005년까지 IT 부족 인력 3만명을 수입하겠다고 발표했다.
일본 기업에 인기 있는 IT 인력은 일본어 능력 시험 1,2급 자격증을 갖추고 있는 경력 3년 이상의 프로그래머다. 일반/웹 프로그래머, 시스템 엔지니어, 네트워크 엔지니어 수요가 많다. 일본어 회화 실력과 경력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2~3년 경력자의 평균 연봉 수준은 3백60만~4백60만 엔이다.

독일은 2000년 8월부터 2008년 7월까지 한시적으로 정보 통신 분야의 외국인 고급 전문인력 도입에 대한 시행령을 운영하고 있다. 이 제도에 따라 IT 분야처럼 고급 전문 인력이 고용허가증(그린카드제)을 받아 개별적으로 독일 기업체에 취업할 수 있다. 지난해 2월 독일 내 IT 전문가는 1만3천7백74명. 독일 대학에서 관련 학과를 졸업한 이들은 2천여명에 불과하다. 그 부족분을 국가간 협약에 따라 들어온 외국 출신 전문직 노동자들로 메우고 있다. 프랑스도 1990년대 후반 IT 분야 인력난을 해결하기 위해 법을 만들어 해외 고급 기술 인력을 유치하고 있다. 과학자·예술가·IT 전문가가 취업 요건을 갖추면 노동시장 상황에 따른 제약이나 쿼터 제한을 받지 않는다.

IT 분야 다음으로 많이 진출하는 인력은 간호사다. 미국 정부는 국내 간호 인력이 부족해 2000년부터 2003년까지 4년간 해외 간호사 인력에 대해 취업 비자인 H-1C비자(자국민과 동등한 조건)를 한시적으로 부활시켜 미국 내 간호 인력 수급을 맞추려고 한다. 미국의 간호인력 부족분은 그동안 필리핀인이 메웠다. 국제 보건 교육기관으로 잘 알려진 CPS Health Education International이 1994년부터 5년간 필리핀 간호사 5천여 명을 미국에 정착시킨 것이 시발이 되었다.

미국·캐나다에 간호사로 취업하려면 영어를 원활하게 구사해야 하고 미국 간호사 자격증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연봉 수준은 3만∼6만 달러다. 일본도 그동안 의료 수준 저하를 내세워 취업을 제한하거나 체류 기간을 4년으로 제한하던 간호사나 개호사(介護士; 고령자 및 장애인 간병인) 직종에 아시아인의 취업을 허가하는 법률을 내놓았다.

올해 특이한 것은 IT와 간호사 위주였던 해외 취업 직종이 다양해지고 있다는 점이다. 항공 승무원이나 기계·금속 직종 수요가 크게 늘어나고 있다. 올해 상반기를 기준으로 한국인이 일본(1백7명)에 이어 가장 많이 취업한 나라는 아랍에미리트(56명)다. 아랍에미리트에는 지난해 4명만 취업했으나 올해는 항공 승무원이 대폭 늘어 상반기에만 벌써 56명이 취업했다. 권영선 산업인력공단 해외취업지원부 차장은 “아랍권에서는 여성이 서비스 업종에 종사할 수 없어 항공 승무원 등 서비스업 종사자를 모두 해외에서 뽑는다”라고 설명했다.

일부에서는 해외 취업이 증가하면서 우수 인력이 유출된다고 걱정한다. 하지만 우수 인력이 해외에서 다양한 경험과 첨단 기술을 익힌 후 국내로 돌아온다면 개인과 기업 모두 이득이 될 수 있다. 수출 비중이 큰 국내 기업 처지에서는 글로벌 시대에 맞는 인재를 공짜로 양성하는 셈이다. 게다가 해외 취업을 통해 외화를 벌어들일 수 있다는 것은 좁은 국내 취업 시장을 고려할 때 빼놓을 수 없는 매력이다.

해외 취업 희망자와 취업자 수가 늘어나자 취업알선 업체인 인크루트는 7월12일부터 한달 동안 인터넷에서 해외 취업 박람회를 열고 있다. 박람회에 참가한 구인 직종은 IT·엔지니어(85건)뿐 아니라 출판·기자(60건), 마케팅(52건), 박물관 큐레이터·디자인 관련 직업(50건)으로 다양하다. 이번 박람회를 통해 제공되는 일자리는 총 5백14개로, 대부분 대학 재학 이상(97.5%) 학력이 요구된다. 이광석 인크루트 사장은 “최근 해외 취업은 국가와 직종이 다양해지고 있고 인턴십 기회도 많아 신입 구직자들도 도전해볼 만하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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