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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 한국 경제 살 길은 '자력갱생'

런던·김용기 편집위원 ㅣ 승인 2001.01.18(Thu)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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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풍에 극히 취약, 금융·재벌 개혁해 자생력 키워야

사진설명 : "시장이여 믿어다오" : 1월3일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가 금리 인하를 전격 단행함에 따라 주가가 폭등한 뉴욕 증시에서 엄지 손가락을 세운 코언 국방장관

새해를 맞아 한국 경제를 위한 두 가지 소망을 꼽으라면 국제적으로는 미국 경제가 연착륙에 성공하고, 국내적으로는구조 조정을 진전시켜 경제의 내부적 토대를 갖추는 것이다. 연착륙이란 성장 속도가 줄어들기는 하지만 최소한의 성장을 유지하며향후 상승을대비하는 것을 가리키며, 경착륙은경기가 장기 침체하는 것을 말한다.

소망이란 바란다고 해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다. 당국이 바른 방향으로 시장에 신호를 보내고 시장 참여자가거기에 호응하는과정이 쌓임으로써 소망은현실화한다.지난 1월3일 미국 주식 시장이 급반등한 것은 그 날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금리 인하결정에 시장 참여자들이 호응했기 때문이다.

미국 금융 당국의신호에 시장참여자들이 항상 호응하는 것은 아니다. 연방준비제도이사회는 지난해 12월19일 금리를 결정하는 기구인 공개시장위원회(FOMC)의 성명을 통해 당국은 물가 상승보다는 경기하강을 더우려한다는 입장을 밝힘으로써 금리를 인하할 가능성을 강력히 시사한 적이 있다. 하지만 시장 참여자들이 금리 하락을 결정하지 않은 데 강하게 실망해 주식 시장이폭락했다. 그때와 대조적으로 연방준비제도이사회는 이번에 예상보다4주나 빨리 그리고 예상보다2배 높은폭으로 금리 인하를 결정함으로써 시장참여자들을 놀라게 했다. 주요 투자은행 분석가들은 공개시장위원회가 열리는 1월 마지막 날에 0.25% 정도 인하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었다.


대외 변수·외국 투자자가 한국 경제 좌우

미국 주식 시장급반등에 대부분의아시아 주식 시장이 화답했지만가장 열렬했던곳이 한국 주식 시장이다. 싱가포르의 3.1%,홍콩의 4.4%, 타이완의 5%에비해 한국시장은 7% 상승을 기록했다. 이는 미국이 한국의 최대 수출 시장이라는 점과, 미국 나스닥 시장의 거품을 주도해 온 기술 및 통신산업이 바로 한국 주식 시장의 주요 지주 종목이라는점에서 이해될 수 있다. 하지만그만큼 한국 시장이 외부의 변화와 그에 따른 외국인투자자들의 일거수 일투족에 좌지우지되고 있다는 현실을 보여준 것이기도 하다.

유럽의 반응은 대조적이었다.영국 주식 시장의 경우 초반에는 상승했지만 그효과가 한나절을 가지 못했다. 유럽은 미국의 영향을 받기는 하지만 그들 내부에 기반을 둔 경제를 구축하고 있다. 미국 경제라는 외풍에 영향을 적게 받는 산업 구조와 독자적시장을 형성하고 있기 때문에 설사 미국이 경착륙하더라도 유럽이 맞게 될 파장의 심각성은 한국보다 훨씬 덜할 것이 분명하다.

미국의 금리 인하를 보는 시각도 아시아와는 분명히 달랐다. 미국의 금리 인하 결정이 미국 시장의 경기 침체에대응한 것이므로안정된 성장을 지속하는 유럽에서미국을 좇아금리 인하를 단행할 이유가 없다는 것을유럽 금융 당국자들은 분명히표명했다.모처럼 유로화 강세가 지속될 것이라든가 앞으로 세계 경제의 견인차 역할을 유럽이 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관측들도 유럽 시장이미국 시장에서독립해 움직이고 있다는 사실에 근거하고 있다.

금리 인하 파장은 현상적으로는 미국 시장에서조차 하루 이상 지속되지 못했다. 금리 인하가 발표된 다음 날인 1월4일 뉴욕 주식 시장은 전날의 상승세를 유지하지못했다. 하지만 이번 미국 금융당국이 보여준 금리인하 결정 시기와 폭의 단호함은 시장 참여자들로 하여금 미국 경제가 연착륙하리라고기대토록 만들었음이 분명하다. 적어도 1월말 이전에 추가로 금리 인하가 단행되고 경기 하강속도에 따라 큰 폭의 추가 금리 인하가 이어질 것으로 주요 투자 은행의 시장분석가들은 확신한다. 메릴린치는 상반기 2.5% 성장과 하반기 3.5% 성장 전망에 대해 더욱 강한 확신을 가진다고 밝혔다.

언젠가부터 심리적 요인은 경기 변동에 결정적인요소로작용하기 시작했다. 1988년과 1989년 세계 각국의 기술주 폭등을이끈 것은 이들 기업의 펀더멘털이 좋아서가 아니라 시장의 심리 덕분이었다. 그리고 여기서 생긴 주식 시장의 자본 이득이 미국의 소비수요와 경제 성장을 6% 수준으로까지 끌어올렸고, 또한이 때문에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는1999년 이래 2000년 초반까지 연속 금리를인상해 경기 과열을 막으려고 했다.

그러자 시장 참여자들의심리가 위축되었고 미국 주식 시장은곤두박칠쳤다. 미국 나스닥 시장의 기술주들은 지난해 3월고점에 견주어 40% 정도 하락했다. 하지만 주식 배당금을감안하면 미국 주식 시장 전체에대한 투자손해율은 11.6%에 불과하다고 <파이낸셜타임스>는 밝힌다. 20∼30대벤처 재벌들의 분탕질이 가세해 반 토막난 2000년 한국주식 시장과 주식 투자자들의 심리를 생각해 볼 때 미국 시장 참여자들의 불안 심리는 별 것 아닌 셈이라 할 것이다.


한국 경제의 대외 취약성 더욱 심해져

투자 은행 골드먼 삭스의 분석에 따르면, 지난 2000년 한국을 비롯한 몇몇아시아 국가는3배로 뛰어오른 유가와D램값 폭락으로 국내총생산(GDP)의 최소 1.5% 이상에 해당하는 금액만큼 손해를 본 것으로 나타났다. 유가는 어쩔 수 없다 하더라도 몇몇 산업에 대한 지나친 의존과 그들 몇몇 산업의 교역조건이 변함에 따라 수출 규모와국민 소득이들쭉날쭉하는 현상, 미국 등 특정외부 시장에 대한 과도한 수출 의존, 달러 등기축 통화의 동향에 수반한 자본 흐름과 엔·달러 환율변동이 가져다주는 강한 충격 등이 의미하는 한국 경제의 대외 취약성은 지난몇 년간오히려 심해졌다. 외환 위기가 준 교훈을 당국자와시장 참여자들이 체득해 고치지 않은 결과이다.

새해 벽두 한국 경제의 화두는구조 조정이다. 호시절을 다 보내고, 교역 조건이 악화하고 세계 경제가 하강 국면에 돌입한2001년 들어서야 외환 위기의 교훈을 되새기고있는 것이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올해까지는 줄어든 규모나마 무역 흑자를 낼 것으로 전망되고, 국내 기업을 해외에 매각해 지난해1백50억 달러를 유치한 외국인 직접투자가 계속될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미국의 금리 인하에 따른 외채 이자 절감 폭도 최소 15억 달러가 넘을 것으로 보인다.

금융 구조 조정을 통해 돈을 돌리는 매개 기능을 정상으로 수행하는금융 시스템을갖추고, 기업 지배 구조를개혁해 재벌 일가에 의한 부의 탈법적 흐름을 막아기업과 주주들을 살찌우는 구조 조정을 진전시킬 수 있다면 2001년은 자생성을 갖춘경제로 환골탈태하는 첫해로 기록될 것이다. 하지만 당국이 뒤로 한 걸음 물러나 시장 참여자들의 눈치를보고 시장 참여자들만의 행동이 시장의 원칙인양 생각한다거나, 탈법적 행동을일삼는 시장 참여자들을 솎아내는 제도 개혁을 게을리한다면 경제의 자생성을 갖자는 소망은 헛된꿈으로 끝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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