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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 구조 조정, 급하면 체한다

장영희 기자 ㅣ jjang@e-sisa.co.kr | 승인 2001.01.18(Thu)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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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2월 완료' 집착 말아야…기업 금융 전문 제3의 은행 탄생 여부 관심

사진설명 : 화려함의 뒤안 : 지난 연말 공적자금 2조7천억원이 투입되었으며, 올 상반기 안에 1조7천억원이 더 투입될 한빛은행의 본점 영업부 전경

은행들이 생존 게임에돌입했다. 은행권 재편 구도가 급물살을 타고 있기 때문이다.

우선 국민+주택은행 조합.지난해 하반기 내내 합병 시나리오가난무했지만, 12월 중순까지만 해도 두은행이 짝지으리라고예상한 이는 거의 없었다.우여곡절 끝에두 은행은 합병추진위원회(위원장 김병주 서강대 교수)를 구성하고 합병에 이르는험난한 여정에올랐다. 합병추진위원회는 올 6월말까지 합병 준비를 끝내고 7월 초 합병은행을 본격 출범시킨다는 계획이다.

이보다 앞서 현실화할 조합은 국영이된 금융기관들을 대상으로 정부가주도하는 금융지주 회사 설립이다. 3월께 출범할 금융지주회사는 한빛은행을 주축으로평화·광주·경남 은행과 하나로종합금융을 자회사로거느리게 된다. 막판까지 합류가능성이 점쳐지던 외환은행은 대주주인 코메르츠방크가 유보 입장을 표명해 대상에서 빠졌다.

합병이든 금융지주회사 설립이든두 사안은은행가에 일파만파 영향을미칠 수밖에 없다. 은행 대형화 추세가 그야말로 현실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국민·주택 은행조합은 초대형 소매 금융 전문 은행탄생을 예고한다. 통합 은행은 총자산 규모 1백58조원(2000년 9월 말 현재)으로 세계 60위권. 한빛은행을 주축으로한 금융지주회사 역시총자산 1백4조원(2000년 6월 말 현재)이어서세계 80위권에드는 대형 은행이 된다.

이같은 움직임은 '독자 생존'을부르짖는 여타 은행들을 압박할 수밖에 없다(62쪽 상자 기사 참조). 덩지를키우지 않고서는 살아남을 수 없다는 위기의식이 점점 커질수밖에 없어, 이른바 '제3의 기업금융 전문 대형은행' 출현이 점쳐지는 것이다. 상당수 은행 담당 증권사 애널리스트들은 아직 진로를 정하지 못한 은행들이 이합집산을 거듭할것이라고 내다본다. 결국 2∼3개 은행이합병해 두 대형 은행과 필적할 은행을 만들려 할 것이라는 예측이다.

제3의 대형 은행이 생긴다면 올 연말께 은행 지형은 엄청나게 변할 것이다. 금융전문가들은 슈퍼 뱅크 3개, 중형 시중 은행 2개, 외국계 은행 2개, 국책은행 3개구조로 재편되리라고 본다. 시중 은행 11개(외국계 은행인제일은행 포함), 지방 은행 6개, 국책 은행 3개 등 총 20개 은행이 절반 정도로 줄어드는 것이다. 그렇다면 금융 시장규모에 비해 은행수가 너무 많은, 이른바 '오버 뱅킹' 문제가 크게 완화되는 효과가 생긴다. 오버 뱅킹 문제가 해소되면 현재의 덤핑 출혈 경쟁 양상도 사그라들 수 있다.

좀더 길게 보아 '미들급' 은행들이 자취를 감출 것이라는분석도나온다. 한국금융연구원 지동현 선임연구위원은 "금융지주회사 혹은 합병을 통한 통합화 과정을 거쳐 소수 대형 은행과 다수 소형 은행으로 이분화한형태를 띠게 될 것이다"라고 전망했다. 앞으로 금융기관통합 현상이 가속화해 3개금융지주회사가 시장 점유율 60%를 차지하면 이대열에 끼지 못한 다수의금융기관이 상품·고객·지역이라는 틈새 시장에 특화한전문 은행으로변신하지 않을 수 없다는 것이다.결국 은행 판도가 위와 아래가 불룩한 반면 중간은 홀쭉한 '바벨형' 혹은 '모래 시계형'구조가 되리라는 예측이다.

하지만 이같은 재편구도가 현실화하기까지는 넘어야 할 산이 많다.우선 제3의 대형 은행이 출현하는 데는 곳곳에 복병이 있다. 합병 필요성이 높아지는 국면이라해도 외환은행과 한미은행에서 보듯이 외국인대주주들이 합병을 선택할지가 여전히불투명하다. 설사 합병 외에는 생존할 길이 보이지 않는다고 결정한다 해도 '먹히는' 은행의 노동자들이거세게 반발할 것은 불 보듯 뻔하다.


한빛은행 주도 지주회사 행로 순탄치 않을 듯

자의 반 타의 반으로 합병을결정한 국민·주택 은행의 행로도순탄치만은 않을전망이다. 당장 소매금융(개인 고객)이라는비슷한 분야에 강점이 있는 두 은행이 합쳐 보아야 상승 효과가 별로 없을 것이라는부정적 견해에서부터, 두 은행이화학적으로 융합해 본격적인 합병 시너지를 내기에는 시간이오래 걸릴 것이라는 신중론도 제기된다. 사실 세계적으로 합병은 다반사로 일어나고 있지만 합병 시너지를 만들기는 합병하는 일보다 더어렵다는 것이 정설이다. 미국이나 유럽 은행들의 경우 철저히 계산해 자율적으로 합병했다 해도 성공률이 40%가 안된다.

그나마 성공할 가능성이 높다고 점쳐지는 국민·주택 은행 합병에 비해 한빛은행이 주축인 금융지주회사에 대해서는 비관적전망 일색이다. 금융감독위원회 이근영 위원장은 금융지주회사가 공적 자금을 투입해 깨끗해진 은행들의 결합이므로 '부실 금융기관 집합소'가결코 아니라고 애써 부정하지만, '못난이 총출동'이라는 의문은 좀처럼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부실한금융기관들을 구조조정하기 위한 방편으로 금융지주회사라는우산을 빌렸을 뿐이기 때문이다.

선도 은행이 만들어진다는정부의 낙관론도 곱씹어 볼 대목이 있다. 국민·주택 은행 통합이 선도 은행 탄생을 이끌어낸 것은 분명해 보인다. 문제는 통합 은행이 소매 금융에 강점이 있을 뿐 기업을 대상으로 하는도매 금융에는 취약하다는 점이다. 세계적으로 선도 은행치고 도매 금융을 주무기로 하지 않는은행은 거의 없다. 도매 금융이 강해야한 나라 경제의 실물 부문을 견인하고 글로벌 경쟁에서도 승산이 있기 때문이다. 최근 진 념 재경부장관이 기업 금융 부문의 구조 조정이 미진했다면서,"일부 기업 금융을 전문으로하는 은행들이합병을 위해 교섭 중인것으로 안다"라고말한 것도 기업 금융 분야에 선도 은행이필요함을 웅변했다고 해석할 수 있다.정부가 기업 금융 전문 대형 은행이 될 것으로기대하는 한빛은행도 현재의 틀로는기대 난망이다. 한빛은행의 한 관계자는 "한빛은행을 굿 뱅크(우량 자산)와 배드 뱅크(불량자산) 부문으로나누어 배드 뱅크의 부실을 청소한 후에 다른우량 은행과 합병을 시도한다면 기업 금융 선도 은행으로서 손색이 없을 것이다"라고 주장했다.

정부가 지난해 11월 도입한 금융지주회사 제도는 금융 구조 조정의 핵심 도구다. 금융기관의 대형화·종합금융화가 급진전하는 추세를 반영할 그릇 같은 것이다. 미국·영국 등 이른바 금융 선진국의 선도 은행들치고 금융지주회사라는 형태를 빌리지 않는 곳은 없다. 미국의 시티그룹처럼 지주회사 아래 은행·증권·보험 회사를 자회사로 거느리는방식이 있는가하면, 다수 은행을자회사로 갖는방식도 있다. 기존 은행의 사업 부서를 기업금융·개인 금융·카드 부문 자회사로 분할하는 형태도 부실 은행을 효과적으로 구조조정하는 방안이될 수 있다.


정부, 자기 몸에 맞는 은행으로 변신 유도해야

문제는 어떤 지주 회사 방식이든금융 당국이 금융기관들로 하여금 자기 몸에맞게 변신하도록 적극 유도해야 한다는 점이다. 지난 연말 6개 은행에 공적 자금 7조원을 투입한 정부는 오는 2월 말까지 금융부문의 나머지 문제를 정리하면 2단계금융 구조조정의 시스템 자체는 구축된다고본다.여기까지가 정부가 할 역할이고, 이후 급변하는 금융 환경에서 금융기관 스스로 생존법을찾아야 한다는것이 정부의 생각이다. 그러나상당수 은행의 대주주인 정부가 사실상 '은행재건 최고회의'구실을 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은행들이 순항하는지 여부는 국민의 혈세인 공적자금 회수와도 직결되어 있다.

그런 점에서 올 2월에 2단계 금융 구조 조정이 막을 내린다고 쫓기듯이 말하는것은 너무나 정치적이고 무책임하다는 비판을 받을 만하다. 최근 세계적인 경영 컨설팅 회사인 맥킨지는 구조 조정이 몇 개월혹은 1년내 마무리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전략적 사고를 가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국의 은행 산업이 부가 가치를 창출하는 전략 산업이 되고 그 결과 공적자금을 회수할 수 있을지는 정치시간표에 의해 결론이 날 문제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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