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의 기업인] (주)TIS 유철진 사장
  • 박성준 기자 (snype00@e-sisa.co.kr)
  • 승인 2001.07.1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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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처 업고 부활한 '샐러리맨 신화'/
'주차난 해소' 첨단 시스템 개발…미국에서 먼저 주목, 특허 얻어


1980년대 초반 30대 나이에 국내에서 손꼽히는 대기업 이사로 발탁되어 '이명박 신화'에 버금가는 샐러리맨 신화를 남겼고, 한때 기계 공업·중장비 산업 국산화·선진화에도 일익을 담당했던 한 퇴역 전문 경영인이 벤처 기업 사장이 되어 기업 세계로 돌아왔다. 1980년대 말∼1990년대 중반 현대중장비(주)와 현대정공(주)의 대표이사였으며, 지금은 (주)TIS라는 신생 벤처 기업을 이끄는 유철진씨(59)가 주인공이다.




(주)TIS가 업계의 눈길을 모으게 된 것은 이 회사가 개발한 첨단 주차 시스템 때문이다. 이 시스템이 도입되면, 차가 뒤엉켜 골머리를 앓는 대형 건물의 주차난 해소는 물론, 주차장 건설 및 유지 경비 절감, 공해 방지 등 '1석3조'를 꾀할 수 있다.


건설·유지 경비 절감 등
'1석3조' 주차 시스템


'이지어 파크'라고 부르는 이 주차 시스템의 기본 원리는 센서를 통해 감지한 정보를 실시간으로 처리해 제공하는 것. 주차면과 통로 곳곳에 설치한 센서를 통해 주차장 상황 관련 자료를 중앙 컴퓨터에 전송해 파악하고, 이를 다시 실시간으로 주차장 입구와 층별·주차면 별로 설치된 전광판에 신호로 표시해 주어 운전자가 쉽고 빠르게 주차할 수 있도록 하는 '무인 관리 시스템'이다.


건물주 처지에서도 이 시스템은 적지 않은 도움이 된다. 우선 기존 주차장에서보다 우회 통로가 줄어드는 데에서 오는 경비 절감 효과가 만만치 않다. 회사측은 같은 면적이면 주차면 활용률이 5∼7% 증가한다고 설명한다. 예컨대 기존 주차 면수가 2천1백70여 개인 주차장에 이 시스템을 적용하면 같은 면적에 주차 면을 약 90개 더 늘릴 수 있어, 경비 면에서 20억원 이상 절감 효과를 거둘 수 있다는 것이다.


기존 주차장에 이 시스템을 새롭게 설치하려면 면당 70만원씩 추가 비용이 들지만, 이 시스템은 국내에 소개되자마자 큰 반향을 얻었다. 실제로 이 시스템의 이점을 알아차린 대구 파티마병원은 지난 3월 새로 9층짜리 주차동(주차면 5백31개)을 지으며 건물에 통째로 이 시스템을 적용했다.


유사장은 기업에서 고위 경영자로 활약하면서 틈틈이 미국에 세 차례 건너가 산업공학 분야 석사 학위를 따낸 학구파 기업인이기도 하다. 그가 사업 아이디어를 얻은 것도 1990년대 후반 박사 학위에 도전하기 위해 회사에 휴직계를 내고 미국에 건너간 것이 계기가 되었다. 미국 시카고 오헤어 공항 주차장에 차를 주차하려고 빈자리를 찾아 헤매다가 비행기편을 놓친 '사건'이 그에게 '효과적인 주차 시스템 개발'이라는 아이템을 던져준 것이다.


미국 현지에서 아끼는 후배들과 3년간 씨름한 끝에 시스템 개발에 성공했다. 지난해 8월 미국에서 특허를 얻은 이지어 파크 시스템은 한국보다 시장이 수십 배 큰(전체 주차 면수 1억 개 추산) 미국에서 더 먼저 주목되었다. 미국에 대형 빌딩 2백60개를 소유한 부동산 회사 어반 리테일 등 몇몇 회사가 유사장의 아이디어에 큰 관심을 갖고 말을 붙여온 것이다.


유사장은 "돈벌이에는 별 관심 없다. 우리 시스템을 되도록 많은 사람에게 인정받아 일 벌이기를 잘했다는 보람만은 찾고 싶다"라고 말했다. 유사장은 과거에도 그랬듯이 일이면 일, 공부면 공부 그 자체를 즐기는 '도전자'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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