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조 참여연대 경제개혁센터 소장 인터뷰
  • 이문환 기자 (lazyfair@e-sisa.co.kr)
  • 승인 2001.11.0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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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벌 정책, 전두환 때만도 못하다"
'소액주주운동의 상징' 참여연대 경제민주화위원회가 지난 9월 경제개혁센터로 새롭게 출범했다. 장하성 교수(고려대·경영학)의 뒤를 이어 센터 소장으로 선임된 김상조 교수(한성대·무역학과)는 최근 한 경제 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참여연대가 소액주주운동보다 법·제도를 개선하는 쪽에 집중하겠다고 밝혀 눈길을 끌었다. 하지만 그는 그 인터뷰 내용이 잘못된 것이라며, 해당 신문에 정정 보도를 요청했는데 묵살하고 있다고 강한 불만을 표시했다.




"산업자본이 금융을 지배하면서 총수 경영권을 보호하는 역할을 맡는다면 소액주주 운동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 참담한 심정이다."


경제개혁센터로 이름을 바꾼 이유는 무엇인가? 소액주주운동을 포기한다는 것인가?


그렇지 않다. 소액주주운동과 법·제도 개선을 병행해 가겠다는 것이다. '경제민주화위원회'라는 브랜드를 포기하는 것은 아까웠지만 활동 방향을 넓힌다는 의미에서 이름을 바꾸었다.


특정 기업의 표적 감시는 계속되는가?


애초 목표로 삼았던 5개 사(실질적으로는 삼성전자·SK텔레콤·현대중공업 3개 사) 정기 주총에 매번 참석하진 않을 것이다. 하지만 감시를 포기하겠다는 뜻이 아니다. 주주 권익과 국민 경제에 중요하다고 여겨진다면 5개 기업을 포함한 어떤 기업이든 철저하게 준비해서 주총에 참여할 것이다(김소장은 특히 앞으로 삼성자동차 부채 처리 문제가 참여연대와 삼성 간에 '뜨거운 감자'가 될 가능성을 암시했다).


최근 정부가 재벌 규제 조처를 완화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데.


30대 기업집단 지정 제도와 출자총액 제한 폐지 문제는 워낙 오래 전부터 언론을 통해 왜곡된 형태로나마 알려져 있다. 그러나 감시의 사각지대가 있다. 계열사 금융기관 의결권 제한을 완화하려는 문제가 그것이다. 이는 전두환·노태우 정권에서조차 생각지 못했던 개악이다. 금융기관은 기본적으로 저축자의 돈으로 운영되는 곳이다. 의결권 제한을 푼다는 것은 저축자의 돈을 재벌 총수가 경영권을 방어하는 데 쓰도록 해주겠다는 뜻이다.


출범 초기 DJ 정부는 재벌 개혁을 매우 강하게 추진하지 않았나?


재벌을 개혁한 최초의 정권이 되겠다는 현정권이 어떻게 이렇게 말도 안되는 짓을 하는지 경악을 금치 못하겠다. 문제는 이렇게 중요한 법 개정을 재경부가 야반도주 식으로 추진하고 있다는 점이다. 1999년 8·15 경축사에서 김대중 대통령은 '5+3' 원칙을 발표하면서 보험사의 계열사 주식 보유 한도를 총자산 3%에서 2%로, 투신사의 보유 한도는 펀드 별로 10%에서 7%로 낮추어 놓았다. 이는 매우 중요한 의미를 지니는 재벌 개혁 조처라고 정부 스스로가 자부한 것이다. 그런데 이미 시행령이 바뀌었다. 재경부는 보험업법 시행령을 추석 연휴 전날에, 투신업법 시행령은 추석 연휴가 끝나자 바꾸었다.


시행령을 왜 바꾸었다고 보나?


재경부측 논리는 재벌 계열 금융기관이 증시 침체기에 계열사 주식을 많이 사서 주식 시장을 떠받쳐 달라는 거다. 그러나 산업 자본이 금융을 지배하면서 총수의 경영권을 보호하는 역할을 맡게 되면 소액주주운동은 아무리 해봤자 의미가 없어진다. 지금은 제도를 개선해야 할 시점인데 참여연대는 개선하기는커녕 개악을 막는 데 허겁지겁하고 있다. 참담한 심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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