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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법 내려받기 사이트 신났다

동영상 복제·전송 ‘대중화 시대’…지난해 국내 영화사 피해액 2천억원

이철현 기자 ㅣ leon@sisapress.com | 승인 2005.01.31(Mon)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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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법 복제와 전송을 조장하는 인터넷 사이트의 활동 범위가 음악을 넘어 동영상으로까지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인터넷 전송 속도가 빨라지고 동영상 변환 프로그램이 보급되면서 700MB~1.5GB에 이르는 영화와 드라마 파일을 10~20분이면 업로드와 다운로드를 하는 인터넷 사이트가 ‘활개’치고 있는 것이다.

서울 동부이촌동에 사는 이현우씨(29·가명) 사례를 들어보자. 영화광이라고 자처하는 이씨는 영화관을 찾거나 비디오를 빌려 1주일에 3~4편씩 영화를 감상했으나 이제 컴퓨터 앞에서 하루 2~3편씩 영화를 본다. 인터넷 사이트 소리바다가 제공하는 파일바다에 접속하면 외국 영화, 한국 영화, 드라마까지 내려받을 수 있다. 운 좋으면 미개봉작까지 구할 수 있다. 유저넷·와레즈·FTP로 전송받은 동영상 파일이나, DVD를 디빅스(Divix) 프로그램으로 해킹해 구한 DVD급 화질 영화를 파일바다 서버에 올려놓고 게시판에 알리는 네티즌이 많아 최신 영화 파일을 구하기가 아주 쉽다.

최신 상영작 10~20분이면 내려받아

지난해 하반기까지만 해도 음악 파일은 6~10MB에 불과해 복제와 전송하기가 쉬웠으나 파일 용량이 큰 동영상 파일은 P2P(Peer to Peer) 서비스로는 12시간 이상 걸려야 작품 하나를 내려받을 수 있었다. 올리거나 내려받기가 쉽지 않아 소수 인터넷 동호회를 중심으로 불법 동영상물이 복제·유통되는 데 그쳤다. 하지만 인터넷 사이트 아이팝이 보급하는 팝폴더나 소리바다가 제공하는 파일바다 프로그램을 설치하면 영화관에서 상영되고 있는 영화를 10~20분이면 내려받을 수 있다. 동영상 파일뿐만 아니다. 패키지당 수백만원이 넘는 사진 편집 프로그램이나 3D애니메이션 제작 프로그램까지 시리얼 번호와 함께 구할 수 있다. 한글2005나 한컴오피스 최신판을 비롯한 응용 프로그램을 구하기는 더욱 쉽다.

지금까지 동영상과 프로그램은 썬파일·클럽박스·프루나·당나귀 같은 P2P 사이트를 통해 네티즌과 네티즌 사이에서 불법적으로 복제·전송되었다. 사이트를 운영하는 업체는 단지 사이트에 로그인한 개별 네티즌들의 컴퓨터를 연결해주는 역할에 그친다. 이 과정에서 사이트 업체는 불법 복제 혹은 해킹한 영상물이나 프로그램을 주고받는 것에 관여하지 않는다. 또 다음이나 네이버처럼 인터넷 포털 사이트에 개설된 카페나 동호회를 통해 불법 복제 영상물이 공유되기도 했다. 하지만 팝폴더나 파일바다처럼 유저인터페이스가 크게 강화되어 파일 업로드와 다운로드가 쉽고 전송 속도도 빠른 프로그램이 잇달아 나오면서 동영상 불법 복제가 인터넷에 밝은 마니아의 영역이 아니라 대중화 시대로 접어들고 있다.

박영삼 한국영상협회 회장은 “불법 복제가 동영상 파일에까지 파급되는 것은 불법 복제와 전송을 조장하거나 방조하는 사이트 탓이다”라고 말했다. 팝폴더나 파일바다는 간단한 회원 가입 절차를 마치면 100GB까지 파일을 무료로 올릴 수 있다. 하지만 내려받으려면 요금을 내야 한다. 사이트를 운영하는 업체들은 불법 복제물을 올리는 것에는 관여하지 않지만 네티즌들이 복제물을 내려받을 때 요금을 부과하는 것이다. 양정환 소리바다 사장은 “파일바다는 웹하드 업체이다. 네티즌들이 자기 파일을 임의로 업로드하고 다운로드하는 사이트일 뿐이다. 불법 영상물 복제와 전송에는 관여하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한국영상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영화 불법 내려받기 피해액은 국내 영화사 수익의 10~15%인 3백50억~4백억 원이나 된다. 이 수치는 적발된 사례일 뿐이고 실제 피해 규모는 4~5배 많은 1천4백억~2천억 원으로 늘어난다. 피해가 눈덩이처럼 커지자 한국영상협회는 온라인 불법 복제 단속팀을 운영하고 있다. 영화 제작업체나 수입업체들은 ㈜소프트세이브라는 불법 동영상 단속 전문업체에 의뢰해 포털 사이트나 P2P 사이트에서 벌어지는 동영상 불법 복제 사례를 적발하고 관련 업체에 불법 복제물을 삭제하거나 전송하지 못하게 해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불법 복제 조장 업체, 형사 처벌 불가능

하지만 단속 인력은 수 명에 불과하고 불법 복제 사례는 너무 많아 단속하기에는 역부족이다. 또 일부 사이트는 콘텐츠 업체의 요구를 들어주는 시늉만 내고 있다. 파일바다는 지난 1월24일 소프트세이브가 공유 금지를 요청한 자료를 삭제했다고 공고했으나, 삭제 항목에 올렸다는 영화 <내셔널 트레저>를 비롯한 동영상물이 삭제되지 않은 채 여전히 불법 복제를 기다리고 있었다.

한국영상협회는 지난해 12월 불법 복제 사례를 단속하는 과정에서 확보한 증거를 토대로 불법 복제를 저지른 네티즌들과 관련 업체들을 검찰에 형사 고발했다. 불법 복제물을 올린 네티즌들은 단속에 걸리면 형사 처벌을 면하기 어렵다. 문제는 사이트 업체들이다. 불법 복제 행위를 조장하거나 방조했다는 이유로 업체들을 처벌할 수 있겠느냐는 것이다.

MP3 파일을 복제·전송하는 불법 행위를 조장했다는 사유로 민·형사 재판까지 간 소리바다 사례를 살펴보면 그에 대한 해답을 찾을 수 있다. MP3 파일을 저작권자와 상의 없이 올리거나 전송한 네티즌들이 주범이라면 소리바다는 방조범에 해당한다. 방조범이란 주범이 전제되어야 한다. 하지만 MP3 파일 복제는 주범이 너무 많고 명확하지 않아 처벌하기 어렵다. 주범을 처벌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방조범만 처리할 수는 없다. 소리바다 운영자가 형사 처벌을 면한 것은 이 때문이다.

하지만 민사상 손해 배상 책임에서는 벗어나기 힘들 듯하다. 한국음악저작권협회가 소리바다 운영자 양정환씨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서울고법 민사5부 재판부는 ‘양씨 형제는 원고측에 1천9백여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소리바다가 저작권 침해가 일어나지 않도록 별다른 예방 조처를 취하지 않아 방조한 책임이 있다고 재판부가 인정한 것이다. 법무법인 지성 김지원 변호사는 “(동영상 파일 불법 복제·전송과 관련해) 사이트 업체들이 불법 행위를 조장하거나 방조한 것으로 판단되므로 소리바다 판례를 적용하면 형사 처벌은 힘들지 몰라도 민사상 손해 배상 책임을 면하기는 어려울 것이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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