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재용씨 회사'' 5공 측근이 매입했다.
  • 소종섭 기자 (kumkang@sisapress.com)
  • 승인 2003.11.2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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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두환 전 대통령의 차남 전재용씨가 최근까지 운영했던 회사인 ‘오알 솔루션즈 코리아’(솔루션사)를 5공 당시 청와대 비서관과 제1부속실장을 지낸 손삼수씨가 인수한 것으로 밝혀져 그 배경이 주목된다. 육군사관학교를 졸업하고 경희대 대학원을 나온 손씨는 전두환씨의 최측근 인사 가운데 한 명이다. 손씨가 이 회사를 인수한 시점은 검찰이 재용씨의 ‘100억원대 괴자금’을 추적하고 있다는 사실이 공개된 때와 정확히 일치하는, 지난 10월27일이다.

서울 송파구 가락동에 있는 솔루션사는 주로 소프트웨어 컨설팅과, 소프트웨어를 개발하거나 공급하는 사업을 한다. 2001년 1월 오라클 출신 컨설턴트 10여 명이 모여 ‘웨어밸리’라는 이름으로 창업한 이 회사는 첫해 25억원, 2002년 1백20억원 매출을 올리며 급성장해 업계에서 주목되었다. 재용씨는 올 2월부터 10월26일까지 이 회사 대표로 있었는데, 9월25일 회사 이름을 오알솔루션즈코리아로 바꾸었다.

손씨는 회사 인수 과정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주장했다. 선도전자와 선도텔레콤 등을 운영해 이 분야에 밝아 회사 규모를 키울 생각으로 이 회사를 인수했다는 것이다. 손씨는 “전두환 전 대통령과 특별한 관계는 없고, 재용씨와도 그냥 아는 사이일 뿐 친밀한 관계는 아니다. 이 회사는 비자금과는 아무 관련이 없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5공 당시 5년여 동안 청와대, 그것도 한때 제1부속실장이라는 핵심 요직에 근무했다.

전두환-전재용-손삼수 삼각관계 주목

전두환-전재용-손삼수 삼각 관계가 주목되는 이유는, 솔루션사가 완전한 ‘전재용 회사’이기 때문이다. 2001년 1월 재용씨는 7억원을 투자해 이 회사를 만들었다. 처음에는 ‘밸유매니지먼트’(나중에 JNW홀딩스로 바뀜) 이름으로 투자했으나, 2002년 9월에는 본인 이름으로 바꾸었다. 1991년에서 1993년까지 대우그룹, 1999년 8월부터 그 해 12월까지 대우증권 등 2년 남짓 직장 생활을 한 경력밖에 없는 그가 불과 1년 만에 어디서 7억원이라는 거액을 마련한 것일까.

관계자들의 증언을 종합해보면, 재용씨는 솔루션사에 투자하기 전 여러 회사에 투자했으나 실패를 거듭했던 것으로 보인다. 거액을 투자한 재용씨가 1년 만인 2001년 말 이 회사에 나타나 “내가 투자한 회사 가운데 약속을 지킨 회사는 이 회사가 유일하다”라고 말한 것이 그런 반증이다. 재용씨는 주변 사람들에게 “5억원 단위로 투자했다”라고 말한 적도 있다.
재용씨는 또 올 초부터 유난히 ‘미국’에 집착했던 것으로 알려져, 진작부터 그가 해외로 자금을 빼돌릴 통로를 찾았던 것이 아닌가 하는 의혹도 일고 있다. 이렇게 보는 데는 여러 이유가 있다.

우선 재용씨는 지난해 10월 경영에 참여하고 싶다며 솔루션사 이사를 맡은 뒤, 올 1월에는 미국 본부장을 맡겠다고 강하게 경영진을 압박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사업 측면에서 그런 구도는 바람직스럽지 않다고 본 당시 대표 ㅂ씨가 이에 반대하자 재용씨는 ㅂ씨를 밀어내고 아예 자신이 대표를 맡았다는 것이다.

재용씨는 또 솔루션사 경영에 별 관심이 없었다. 대표를 맡은 지 2개월 뒤인 지난 4월 미국으로 간 그는 7월11일 입국해 잠깐 머무르다 7월19일 출국한 뒤 아직까지 미국에 머무르고 있다. 재용씨가 솔루션사 대표가 된 뒤 뚜렷하게 한 일이라곤 미국에 새로운 법인을 만든 것이다. 솔루션사는 2002년 9월 한국소프트웨어진흥원이 미국 실리콘밸리에 운영하는 아이팍(iPak)에 미국 지사를 만들어 운영해 왔는데, 재용씨는 이 지사를 폐쇄하고 지난 3월 새 회사를 만들었다. 이 법인의 대표는 릭 이라는 한국계 미국인인데, 그는 솔루션사 이사이기도 하다(박스 기사 참조).

재용씨가 운영했던 회사들의 등기부등본에 미국과 관련 있는 인물이 다수 등장하는 것도 눈길이 가는 대목이다. 재용씨가 2000년 8월 창립해 그 해 12월12일부터 2002년 8월12일까지 대표로 있었던 의료용 기기 제조 및 도·소매업체인 ‘뮤앤바이오’ 대표 류연옥씨는 지난해 11월 이 회사 대표를 맡았지만, 창업 당시에만 모습을 보였을 뿐 그 이후 계속 미국 메릴랜드에 머무르고 있다. 이 회사 관계자는 “뮤앤바이오는 실적이 없는 이름만 있는 회사이다”라고 말했다. 이 회사의 이사인 한면기씨는 미국인이다.

‘전재용 100억원’을 조사하고 있는 대검 중수 2과(과장 유재만 부장검사)는 뮤앤바이오 대표 류씨와 솔루션사 미국 법인 대표 이씨를 ‘재용씨의 자금 관리인’이 아닌가 주목하며 추적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재용씨가 법인간 거래를 이용해 거액을 해외로 빼돌리는 과정, 미국에서 돈을 운용하는 과정에 이들이 도움을 주었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는 것이다.

류씨는 재용씨의 절친한 친구인 류창희씨의 친누나이다. 류창희씨는 올 8월14일부터 10월27일까지 재용씨와 함께 솔루션사 공동 대표를 맡았다. 뮤앤바이오 이사인 미국인 한면기씨는 류연옥씨의 남편이고, 이 회사 감사인 김상엽씨도 류씨와 혈연 관계인 것으로 알려졌다. 류창희씨는 재용씨와의 관계에 대해 “친구일 뿐이다. 할 말이 없다”라며 일방적으로 전화를 끊었다.

재용씨는 ‘100억원’에 대해 “아버지와는 무관하다”라고 대리인인 이양우 변호사를 통해 주장했지만, 이런 거액을 재용씨에게 줄 수 있는 또 다른 사람이 있는지 의문이다. 검찰은 전두환씨가 관여한 혐의가 드러나면 재용씨는 증여세 포탈 혐의로, 전씨는 허위 재산 목록 작성 등 혐의로 사법 처리한다는 강경 방침을 세워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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