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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러시아 ‘용호상박’ 공중전

쫓고 쫓기는 전투기 개발 경쟁 50년/한국전·베트남전 거치며 급속도로 발전

송병규 (자유 기고가) ㅣ 승인 1999.09.09(Thu)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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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차 세계대전 끝 무렵인 44년 말, 독일은 전세를 역전시키고자 세계 최초의 제트 전투기 매서슈미트(Me)262를 실전에 투입했다. Me262는 완만하게 뒤로 젖혀진 후퇴날개에 Jumo 터보 제트 엔진 2기를 장착한 최신예기였으나, 수적 열세와 조종사들의 훈련 부족 때문에 전세를 역전시키는 데 실패했다.

독일 패망 이후 제트 엔진과 공기 역학 분야의 앞선 기술들이 미국과 소련으로 흘러들어갔고 이를 기초로 미국은 미국 최초의 제트 전투기 F80 슈팅스타를 개발했다.

6·25 때 한국 상공에서 작전하게 된 F80 전투기는 미그15라는 소련의 신형 전투기와 맞닥뜨리게 되었다. 미그15는 날카롭게 뒤로 젖혀진 후퇴날개에 의한 고속 성능과 강력한 클리모프 엔진이 제공하는 상승 성능으로 F80을 압도했다. 제공권에 위협을 느낀 미국 공군은 실전 배치 중이던 당시의 최신예기 F86 세이버 전투기를 우선적으로 한국에 배치했다. 본격적인 후퇴날개(후퇴각 35°)를 가진 F86 세이버는 3년 간의 한국전쟁 기간에 미그15와 치열한 공중전을 벌이면서 격추비 10 대 1이라는 놀라운 전과를 거두었다. 기체 성능만 볼 때는 F86이 미그15보다 최고 속도·상승력·상승 고도·화력 등 여러 면에서 약간씩 처졌지만, 2차 세계대전을 겪은 노련한 미국 조종사들은 성능의 열세를 기량의 우위로 보충했다.

한국전쟁이 끝나고 냉전 시대에 접어들자 전투기 설계에도 큰 변화가 생겼다. 고속으로 적지에 침입해 적의 심장부를 공격하는 타격 능력이 공군력의 최우선 과제로 등장하게 된 것이다. 따라서 이때 개발된 미국 전투기들은 두 부류로 나뉘게 되었다. 미국 본토로 침공하는 소련 전략 폭격기를 요격하기 위한 F102나 F106 요격기는 빠른 시간 안에 높은 고도까지 상승해 적기를 요격할 수 있도록 급상승 능력과 고속 성능에 주안점을 두었다. 반면 F105·F4·F111과 같은 침공용 전투기는 2개의 강력한 엔진과 2차 세계대전 때의 폭격기와 맞먹는 폭탄 탑재량을 가지고 고속으로 적진에 침투할 수 있도록 설계되었다. 전자 공학이 발달해 레이더와 미사일이 실용화하자 일부 전투기는 기관포 없이 미사일만으로 무장하게 되었다.

유럽·알래스카·아시아로부터 본토가 침공당할 위협을 느끼던 소련은 미그19·미그21과 같은 경량급 전투기와 수호이(Su)15·미그25와 같은 대형 요격기를 개발했다. 이 전투기들은 연료 탑재량·전자 장비 등에서 제약이 있었으나 강력한 엔진을 탑재해 뛰어난 속도와 상승력을 자랑했다.

냉전 시대에 개발된 이 전투기들이 본격적으로 격돌한 곳은 베트남이었다. 미군은 대형 전투기인 F4를 투입해 제공권 장악을 시도했으나 작고 날렵한 북베트남의 미그기에 고전했다. 미사일을 여덟 발이나 장착한 미국의 F4 전투기가 미그기의 구식 기관포에 격추되는 일이 자주 발생했다. 미사일 만능주의의 환상이 깨진 것이다.

베트남전쟁에서 얻은 교훈을 통해서 미국은 전투기 본연의 임무, 즉 공중전 성능의 중요성을 깨달았다. 70년대 이후에 선을 보인 F15·F14·F16·F/A18 등은 모두 레이더와 미사일을 이용한 장거리 전투 능력과 기관포를 이용한 근접 공중전 성능을 겸비하고 있다. 특히 이 시기의 전투기 대부분은 정밀한 지상 공격 능력도 함께 갖춘 다기능 전투기로 설계되었다.

이에 자극된 소련도 미그29·수호이27과 같은 새로운 전투기를 개발했다. 공중에서 순간적으로 기체를 정지시키는 수호이27의 코브라 기동은 에어쇼에서 그 광경을 지켜보던 서방측 관계자들을 경악하게 만들었다. 또한 소련은 레이더·적외선 탐지기·헬멧 장착 조준 장치와 같은 전자 장비와 신형 미사일 개발에도 힘을 쏟아 전투기의 전투 능력을 향상시켰다.

이 전투기들은 80∼90년대를 거치면서 더욱 발전되어 F15E·F16C 블록50/60·F/A18E/F·수호이30·수호이35 등으로 발전했으며, 특히 러시아는 96년 서울 에어쇼에서 추력 편향 노즐을 이용해 추진력의 방향을 변화시킬 수 있는 수호이37을 선보여 세상을 놀라게 했다. 이들이 각국의 주력 전투기로 활약하는 지금 미국에서는 기존 전투기와 한 차원 다른 신기술이 도입된 F22 랩터를 개발해서 양산 체제를 갖추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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