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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화협, '남북 화해' 발걸음 부산

민화협, ‘남북 기본 합의서 실천 결의안’ 채택 요청…의원 201명 서명

기자 ㅣ 승인 1998.12.17(Thu)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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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사회의 보수와 진보를 아우르는 정당·사회 단체 간의 통일운동 협의체인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민화협·상임의장 한광옥 외 8명)가 본격적인 활동에 돌입했다. 민화협은 91년 12월13일 당시 남북한 총리 명의로 서명한 ‘남과 북 사이의 화해와 불가침 및 교류 협력에 대한 기본 합의서’(남북 기본 합의서) 채택 7주년을 기념해 ‘민족 화해 주간’(12월7∼13일)을 선포했다. 민화협은 이 기간에 여러 가지 행사와 기념 사업을 개최해 금강산 관광으로 무르익은 남북 화해 협력 분위기를 확산할 방침이다.

그중에서도 민화협이 가장 역점을 두는 사업은 국회로 하여금 ‘남북 기본 합의서 실천을 위한 결의안’을 채택하도록 하는 것이다. 민화협은 이길재 의원(국민회의)의 청원 소개로 국회의원 2백 1명의 서명을 받은 결의안 채택 청원서를 12월4일 국회에 냈다. 민화협은 청원서에서 ‘91년 12월13일 채택된 남북 기본 합의서는 민족 화해를 이루어서 대결을 종식하고, 교류 협력을 증진해 통일의 기반을 조성하기 위한 민족 화해의 장전(章典)’이라고 밝히고, ‘국회는 남북 기본 합의서의 정당성을 재확인하며, 민족 화해의 새 시대를 열어 가기 위해 이 남북 기본 합의서를 적극적으로 실천할 것을 결의한다’라는 내용의 결의안을 국회가 채택해 달라고 요청했다.

한광옥 상임의장, 민화협 활동 본격 가동

한편 청원서를 제출하기 앞서 한광옥 상임의장은 청원자 대표인 오자복 상임의장과 소개 의원 대표인 이길재 의원 등과 함께 박준규 국회의장을 방문해, 여야를 초월해 서명을 해준 국회의원들에게 대해 감사하고 “국회 관련 상임위와 본회의에서도 ‘남북 기본 합의서 실천을 위한 결의안’ 이 원만히 통과되어 남북 관계 발전에 국회가 크게 기여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라고 요청했다. 박준규 의장도 원만한 처리를 약속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회가 남북 기본 합의서 실천 결의안을 채택하는 것은 몇 가지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우선 남북 통일에 앞서 남남 통일을 이룬다는 의미가 있다. 민화협은 국민회의·자민련 등 정당은 물론 자유총연맹에서 자주평화통일민족회의에 이르기까지 이념적 색깔이 보수와 진보를 모두 아우르는 2백1개 정당·사회 단체 연석회의 성격의 민간 통일운동 기구로 출범했다. 따라서 이 연석회의가 남북 문제에 관해 한목소리를 내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었다. 그런데도 쉽게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었던 것은 ‘화해 협력과 평화 공존을 통한 민족 통일’을 핵심으로 한 기본 합의서 정신을 국민적으로 확산하는 일이 민화협의 창립 취지와 맞아떨어졌기 때문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여야를 불문하고 국회의원 정수의 3분의 2가 넘는 2백여 의원이 지지 서명을 한 것도 의미를 부여할 수 있는 대목이다. 이로써 민화협이 청원한 국회 결의안이 사실상 채택된 것과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한광옥 의장은 이와 관련해 “국회 결의가 무난히 이루어질 것으로 본다”라고 말했다.

지난 14대 국회에서도 이와 비슷한 움직임이 있었다. 93년 민주당 조순승·김태식·김병오 등 국회의원 93명이 발의해 정부에 남북 기본 합의서의 국회 비준 동의 절차 이행을 촉구하는 결의안을 국회에 상정했으나 14대 국회 회기 전에 채택되지 못해 자동 폐기된 적이 있다. 그러나 지금은 여야 구도나 사회의 분위기가 달라졌고, 김대중 대통령 또한 ‘남북 기본 합의서 실천이 곧 통일의 지름길’이라는 인식을 거듭 피력해 왔기 때문에 국회의 결의안 채택은 김대중 정부의 대북 포용 정책에 힘을 실어 줄 것으로 보인다.

비록 의원 개인 자격의 방문이지만 지난 11월 설 훈(국민회의)·박종웅(한나라당) 의원이 금강산을 다녀온 것도 국회 차원의 통일 준비 첫걸음으로 볼 수 있다. 설의원은 민화협 집행위원장이며, 박의원은 국회 연구 단체인 ‘통일 대비 의원 연구 모임’ 회장이다. 특히 박의원은 지난 국정 감사 때 금강산 관광 사업에 반대하는 당론과 달리 “금강산 관광 사업은 남북한의 각종 교류 확대를 위해서도 예정대로 추진되어야 한다”라고 소신 발언을 한 바 있다. 국회 결의안 채택은 민족 화해 정착에 대한 국회의 의지를 분명하게 밝히고, 남북 기본 합의서 실천 방안 같은 국회 차원의 통일 준비에 착수하는 계기를 마련할 것으로 보인다.

남북 기본 합의서는 91년 12월13일 판문점에서 남과 북의 총리(정원식·연형묵)가 자주·평화·민족 대단결이라는 7·4 공동 성명 정신을 바탕으로 하여 남북한이 지키고 진전시켜야 할 제반 문제에 처음으로 합의한 문서이다. 이 기본 합의서는 남북한의 내부 논의 절차를 거쳐 92년 2월 발효했으며, 그해 9월 평양에서 열린 제8차 남북 고위급 회담에서 ‘남북 교류·협력 부속 합의서’ 등 3개의 부속 합의서와 ‘남북 화해 공동위원회 구성·운영에 관한 합의서’ 발효에 합의한 바 있다.

남북 기본 합의서에는 분단 현실을 극복하고 화해 협력과 평화 공존을 통한 통일에 이르는 길이 구체적으로 담겨 있어 ‘통일 이정표’ ‘통일 설계도’라는 호평을 받아 왔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남북한 당국자들이 스스로 약속을 지키지 않는 ‘죽은 문서’라는 혹평을 받기도 했다. 이는 기본 합의서와 부속 합의서들에 명시된 각종 제도적 틀이 가동되지 못하는 현실에서 말미암은 것이다.

따지고 보면 금강산 관광도 사실상 남북 기본 합의서를 실천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정부의 한 고위 관계자는 “북한은 그동안 1년에 2천명 정도 금강산 관광객을 받아 왔다. 그런데 12월4일 현재 금강산을 다녀온 한국 관광객은 3천명에 이른다. 북한이 1년 동안 해온 것이 2주 만에 이루어지고 있다”라고 밝혔다. 남북 기본 합의서의 기본 정신이 남북 사이의 화해와 협력이라고 한다면, 이 합의서는 여전히 살아 숨쉬고 있고, 이것만 실천하면 통일이 보인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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