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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 심하면 '장애인 학교' 못간다?

특수교육법 개정 논란/입학 심사권 놓고 교육부·장애인 권익 단체 극렬 대립

김은남 기자 ㅣ ken@sisapress.com | 승인 1996.07.11(Thu)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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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저널 김봉규
높디 높은 학교 문턱:1급 정신 지체 판정을 받은 윤경애씨의 딸 미경이는 14세가 되어서야 가까스로 배울 기회를 얻었다.
 
윤경애씨(40)는 딸 미경이의 선생님을 ‘천사’라고 부른다. 태어나서 지금까지 학교 문턱도 밟아보지 못한 미경이에게 배우는 기쁨을 안겨 주었기 때문이다. 미경이는 올해 열네 살. 그러나 5번 염색체 이상으로 1급 정신 지체 판정을 받은 미경이의 몸무게는 15kg을 넘지 않는다. 혼자서는 잘 걷지 못하며, 대소변도 가리지 못한다.

입학철만 되면 윤씨는 몸살을 앓아 왔다. 미경이가 다섯 살 되던 해부터였다. 국립학교·재활원 다녀 보지 않은 곳이 없다. 그러나 대부분의 학교는 ‘최소한 혼자 걸어 다닐 수는 있어야 한다’며 미경이의 입학을 거부했다. 경기도의 한 재활원은 보증금 2천만원을 낼 수 있느냐고 물었다. 지하 단칸방에 세들어 사는 윤씨로서는 엄두를 내기 어려운 액수였다. 이름난 특수 학교인 ㅅ재활원도 가정 형편을 물은 뒤 고개를 저었다.

윤씨가 가까스로 희망을 찾은 것은 올들어 구청에서 복지관을 소개받고 나서였다. 이제 미경이는 1주일에 두 번 복지관에 나가 물리 치료와 작업 치료(도구 놀이를 통한 치료)를 받고, 이틀은 복지관 선생님이 집에 와 음악과 미술을 가르쳐 준다.

특수 학교장, 장애 덜한 학생부터 뽑기도

특수교육진흥법이 전면 개정된 것은 2년 전인 94년이다.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의 통계에 따르면, 94년 장애 어린이의 교육률은 20%를 밑돌았다. 이 연구소 박옥순 연구원은 그때를 ‘장애 어린이가 정상적인 교육을 받기가 극히 어려운 상황’이었다고 돌아본다. 특히 미경이 같은 중증 장애아는 더 그랬다. 시설이 좋은 학교는 신청자가 밀려 있는 데다, 학교장이 장애 어린이의 입학 여부를 결정하게 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특수 학급’을 둔 일반 학교뿐 아니라 중증 장애아를 우선 교육해야 할 ‘특수 학교’마저도 장애가 덜한 학생을 먼저 선발하려 한다는 비판이 제기되었다.

94년 개정된 법은 이같은 비판을 수용했다. 그 중 눈길을 끈 것은 특수교육심사위원회(심사위원회) 조항이다. 교육부와 각 시·도 교육청 산하에 독립적으로 꾸려지는 심사위원회는 장애 어린이를 진단·평가하고 적절한 교육 기관에 배치하는 일을 한다. 학교장이 입학 여부를 놓고 전횡을 행사할 여지를 차단한 셈이다.

그런데 최근 논란이 다시 일고 있다. 학교장에게 학생 심사·선정 권한을 되돌리도록 법을 개정해야 한다는 움직임이 본격화하고 있는 것이다. 지난 6월18일에는 교육부장관 명의로 이같은 개정안을 골자로 한 입법 예고까지 나간 상태이다. 현행 절차가 번거롭기만 할 뿐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것이 그 이유이다. 대구광역시 교육청 박춘길 장학사(초등교육과)는, 학교장을 중심으로 한 학교 단위 심사위원회가 장애아 개개인에 대해 더 정밀한 진단·검사를 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한다. 현행법상 학교 처분에 승복할 수 없을 경우 학부모가 해당 위원회에 재심을 청구할 수 있게 되어 있으므로(특수교육진흥법 제26조) 큰 문제가 되지는 않으리라는 것이다.

그러나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김성재 이사장(한신대 기독교교육과 교수)은 장애아 부모의 불편을 고려하기보다는 행정상의 불편함을 축소해 보려는 기만적인 시도라고 비판한다. 현행 절차가 번거롭다는 것은 인정하지만, 그것은 심사위원 10∼12명이 시·도 전체를 맡고 있는 구조적인 문제점에서 말미암았다는 것이다. 따라서 김이사장은 오히려 심사위원회의 기능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장애 어린이를 심사·배치하는 업무는 시·군·구의 하급 교육청으로 이관하고, 심사위원회는 하급 교육청 지원·감독 업무를 맡는 방향으로 옮겨가야 한다는 것이다. 한국특수교육협회 박승명 회장(강원 명진학교 교장) 또한 특수 학교의 열악한 설비·재정이 중증 장애아를 외면하게 만드는 근본 원인이라며, 이에 대한 지원을 확대하는 쪽으로 심사위원회의 기능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더 큰 문제는 ‘장애인 교육권 확보’라는 대원칙 자체가 흔들릴 수도 있다는 우려이다. 윤점룡 교수(전주 우석대·특수교육과)는 “94년 개정 법은 특수 교육을 통합 교육의 방향으로 끌어나가겠다는, 21세기 특수 교육의 좌표를 제시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크다”라고 강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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