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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저널

대여점 책은 ‘세균 운동장’

한국미생물학회 오염도 조사/일반 균은 신간의 11배, 대장균은 20배

朴晟濬 기자 ㅣ 승인 1995.10.12(Thu)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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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에는 책 위생 문제가 그다지 큰 관심거리가 아니었다. 하지만 최근 들어 사정은 변하고 있다. 불특정 다수를 상대로 책을 빌려주는‘서적 대여점’이 등장했기 때문이다. 문제는 여러 사람 손을 거치면서 더러워진 책이 병원균을 전염시키는 등 공중 보건에 좋지 않은 효과를 가져오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다.

한번쯤 생각해 봄직한 이 문제를 과학적인 실험으로 조사·분석한 결과가 나와 눈길을 끌고 있다. 정가진 교수(서울대·미생물학)가 전국 5대 도시 서적 대여점에서 유통되는 책의 미생물 오염도를 조사해 최근 그 결과를 내놓은 것이다. 한국미생물학회 이름으로 작성된 이 보고서의 정식 이름은 〈대여점 서적 미생물 오염도 분석 결과〉이다. 조사 결과, 대여용 서적은 신간 서적에 비해 미생물 오염도가 훨씬 심한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는 이같은 결과를 바탕으로 하여 ‘병원성 미생물은 전혀 검출되지 않았지만 비병원성 균이라 하더라도 발병 소지가 없다고 할 수 없으므로, 조사 결과를 그대로 보아 넘겨서는 안된다’고 결론지었다.

보고서는 대여용 서적이 신간 서적보다 일반 세균이 11배나 많았다고 지적했다. 각종 질병 원인이 되는 대장균은 20배나 많았다. 신간 서적에서는 피부병·부스럼·무좀 따위를 일으키는 곰팡이균류나 화농성 염증과 관계 있는 연쇄상구균, 장티푸스 원인이 되는 살모넬라균 같은 질병과 관계 있는 세균이 전혀 검출되지 않았다. 대여용은 곰팡이류가 책 한장마다 1백6마리, 분변성 대장균과 살모넬라균은 책 2.5장마다 1마리, 쉬겔라균은 책 5장마다 1마리꼴로 발견되었다(도표 참조).

조사에서 특히 눈길을 끄는 부분은, 병원 근처 대여점에서 유통되는 책의 미생물 오염도가 훨씬 심각하다는 점이다. 실험 결과에 따르면, 병원 근처 서적 대여점의 책, 특히 만화책이 가장 주의할 책으로 나타났다. 살모넬라균과 쉬겔라균이 다량 검출되었으며, 일반 세균 수도 1장마다 약 7천마리로 다른 책보다 매우 높은 수치로 나타난 것이다.

환자나 어린이는 빌린 만화책 볼 때 주의

병원 근처 대여용 만화에서 발견된 일반 세균 수는 다른 곳 대여 만화의 일반 세균 수보다 약 50배가 많았다. 그보다는 덜하지만 소설책도 주의할 대상이다. 일반 장소에서 빌려주는 소설책에 비해 병원 근처 대여점 소설책에서 발견된 미생물 수는 종류에 따라 같거나, 최고 5배나 많았다. 이에 비해 대여용 잡지는 미생물이 거의 발견되지 않았다.

조사 작업을 이끈 정가진 교수는 이같은 결과를 조심스럽게 분석했다. “병원 근처 대여용 책이 일반 장소에서 빌리는 책보다 미생물 오염도가 높은 점으로 보아, 이들 대여용 책의 주고객이 환자인 것으로 생각된다. 또 조사된 책 가운데 만화의 위생 상태가 특히 좋지 않은 까닭은, 순환율이 가장 높고, 다른 서적보다 소홀하게 관리·보관하는 탓으로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정교수는 조사 결과에 대해 안심할 수 없는 근거 두 가지를 들었다. 첫째, 병원성 세균은 사람의 몸 바깥으로 배출되면 오랫동안 생존하기 어렵기 때문에, 이번 조사에서 발견되지 않았다고 해서 그같은 세균이 책에 아예 존재하지 않았다고 장담할 수 없다는 것이다. 둘째, 미생물 오염은 주로 사람 침으로 이뤄지는데, 조사할 때 책에 묻은 침이 말라버려 세균이 사멸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달리 말해서 만약 세균이 완전히 죽어 없어질 정도로 침이 마르기 전에 책이 대여된다면 세균도 따라 옮아갈 수 있다는 것이다. 정교수는 이같은 근거를 바탕으로, 면역력이 약한 환자나 만화책을 주로 보는 어린이들은 대여용 책을 볼 때 특히 주의하라고 충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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