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퓨터로 인권 지킨다
  • 金恩男 기자 ()
  • 승인 1995.12.2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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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운동사랑방, PC통신 통해 ‘인권 정보’ 전달…데이터 베이스도 구축
최근 국가보안법으로 구속 수감된 사람이 누군지 알고 싶다면? 그 궁금증을 풀 수 있는 가장 빠른 길이 열렸다. 이 달부터 PC통신을 통해 시시각각 생생한 인권 소식을 접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인권운동사랑방(대표 서준식)이 한국통신 전용망(HiNET-P)을 이용해 제공하기 시작한 ‘인권 정보’가 그것이다.

사회·시민 단체가 PC통신을 이용해 각종 정책과 논란거리를 홍보하고 쟁점을 끌어내는 것은 최근의 두드러진 추세이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과 환경운동연합이 PC통신을 적극 활용하는 대표적인 단체이다. 그러나 인권운동사랑방이 제공하는 ‘인권 정보’는 단순한 정책 홍보뿐 아니라 ‘대중의 정보 공유’를 이상으로 삼고 있다는 점에서 특히 눈길을 끈다.

세계 최초 팩시밀리 신문 <인권하루소식>이 모태

‘인권 정보’가 광범위한 정보를 제공할 수 있는 바탕은 <인권하루소식>이다. 인권운동사랑방이 지난 2년간 주 5회씩 발행하고 있는 <인권하루소식>은 국내뿐 아니라 세계에서도 처음일 것으로 추정되는 인권 전문 팩시밀리 신문이다. 이 신문은 그간 팩시밀리나 우편을 통해 독자 손에 전달돼 왔다. 이미 변호사와 각 인권단체 회원 등 6백명이 넘는 독자를 확보해 ‘안정권’에 들었다고 자평하던 이 신문은 이제 PC통신이라는 대중적 매체와 결합함으로써 더 많은 독자(일반 PC통신 이용자)와 더 빨리 접촉할 수 있게 되었다.

PC통신을 통한 인권 정보 서비스를 진두에서 지휘해 온 강기훈씨(인권운동사랑방·인권자료실장)는 “신문을 발행하면서 꾸준히 축적한 역량이 자료를 정리하고 데이터 베이스를 구축하는 원동력이 되었다”고 강조하면서도 이 서비스가 단순히 <인권하루소식> 기사를 제공하는 수준에 그치지 않을 것임을 분명히 했다. 그가 궁극적으로 구상하는 것은 명실상부한 인권 전문 정보자료센터 구축이다. 희대의 ‘유서 대필 사건’ 주인공으로 그 자신이 인권 유린의 대표적인 희생양이기도 했던 강씨는, 인권운동 또한 하루빨리 정보화·과학화해야 함을 강조한다. 그것만이 현실을 바르게 읽어내고 대처할 수 있는 지름길이라는 것이다.

‘인권 정보’의 다양한 메뉴에는 이러한 야심찬 계획이 잘 드러나 있다. △<인권하루소식>을 날짜·분야·주제어 별로 다양하게 검색할 수 있는 ‘인권하루소식’난 △인권운동사랑방 소속 변호사·교수·활동가 들과 인권 상담을 할 수 있는 ‘온라인 인권상담’난 △국내외 주요 인권 문제 관련 문헌·기사 등을 수록한 ‘인권 자료실’난 등이 그것이다. 이 가운데 ‘온라인 인권상담’과 ‘인권 자료실’은 내년부터 서비스할 예정이다. <인권하루소식>도 현재는 올해치밖에 볼 수 없지만 연말께면 93년 8월에 처음 나온 창간 준비호부터 최신호까지 모두 볼 수 있게 되리라는 소식이다. 이때쯤이면 키워드를 이용한 본문 검색도 가능해질 듯하다. 이를테면 ‘양심수’라는 단어를 선택하면 본문 내용에 ‘양심수’ 단어가 들어간 기사 모두를 검색할 수 있게 된다.

정보 내용 못지 않게 눈길을 끄는 것이 대중적인 접속 방법이다. ‘인권 정보’는 하이텔·천리안·나우누리 등 대형 통신 서비스에 가입하지 않은 사람도 쉽게 이용할 수 있다. ‘이야기’ 등 통신 프로그램을 실행시킨 후 ‘01410’으로 전화를 걸어 초기 화면에서 ‘HNEWS(human rights news의 약자)’라고만 입력하면 된다(연말까지의 접속 방법은 아래 ‘인권 정보 찾아가기’ 참조). 회원으로 가입할 때 가입비나 월 이용료는 따로 없으며, 비회원도 ‘guest’라는 사용자번호(ID)로 대부분의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이용료(분당 10원)는 전화 요금 고지서에 함께 부과된다. ‘인권 정보’가 이처럼 열린 구조를 택한 이유는 단순하다. 인권처럼 안 팔리는 주제를 대형 통신 서비스사에서 달가워할 리 없거니와, 이는 최대 다수의 정보 공유라는 인권운동사랑방의 애초 의도와도 맞물리기 때문이다.

첫걸음은 내디뎠지만 아직 해결해야 할 문제는 많다. 인력 부족이 그 첫째 과제이다. 입력해야 할 자료는 산더미 같은데 전담 인력은 두 사람뿐이다. 프로그램 개발이나 데이터 베이스 구축 같은 기술적인 부문은 (주)화엄정보통신(대표 정진호)이 전담해 주지만, 그 안에 내용을 채우기 위해서는 자료 정리 요원, 또는 당장 타자라도 빠르게 두드려 줄 자원봉사자가 절실한 실정이다. 더 많은 정보를 확보하는 일도 당면 과제이다. 강기훈씨는 “우리가 가진 모든 정보를 공개하겠다. 다른 단체나 개인도 갖고 있는 인권 정보를 최대한 공개해 달라”고 호소한다. 전화 번호는 02-715-9185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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