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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5만 특공대, 저공 침투 대기중

귀순 최승찬씨 특수 부대 실상 공개/인간 폭탄 제조, 초저공 낙하·한국군 변장 훈련 강화

이정훈 기자 ㅣ 승인 1996.09.19(Thu)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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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북한의 인간 병기:교도대 지도국은 유사시 AN2기 등을 타고 낙하 침투해 특수 게릴라전을 펼친다. 위는 북한군 행진 모습.  
 
지난 7월11일 예성강과 한강을 헤엄쳐 건너 귀순한 최승찬씨(29)는 93년 7월 북한군 특수 부대인 ‘교도대 지도국’ 산하 38항공육전여단을 제대했다. 교도대 지도국은 한국 육군의 공수특전단에 비교할 수 있는 부대로 북한군에서 최강의 전력을 자랑한다. 5만여 명으로 구성된 이 부대는 유사시 레이더에 걸리지 않는 AN2기 등을 타고 전선 지역을 넘어 후방 깊숙이 낙하 침투한다.

   
 
ⓒ시사저널 백승기
귀순자 최승찬씨:67년 5월 개성에서 출생해 개성 운학인민학교와 보선고등중학교를 졸업했다. 83년 5월~93년 7월 38항공육전여단에서 근무했고, 제대 후 벽돌공장의 자재 인수원으로 있다가 지난 7월11일 귀순했다. 시사저널백승기 pox@sisapress.com
 
 
이 부대의 전신인 특수 8군단(일명 124군 부대)은 68년 1월21일 청와대를 기습했고 그해 가을 울진·삼척 지구에 침투했다. 두 사건 이후 북한은 74년쯤 이 부대의 명칭을 교도대 지도국으로 바꾸었다. 북한 특수 부대 출신으로는 김신조씨 이후 처음 귀순한 최씨가 베일에 가려 있던 교도대 지도국의 조직·구성·훈련 상황을 하나하나 밝혔다.

교도대 지도국에는 각 3개씩 저격·경보·항공육전·공군저격 여단이 있어 모두 12개 여단으로 구성되어 있다(<표> 참조). 저격여단은 한국의 원자력발전소와 미사일 기지 등을 파괴하는 것이 주임무이다. 경보여단은 저격여단과 흡사한 작전을 수행하나, 북한 지역에 투하된 한국군 특수 부대를 제압하는 반(反) 특공대 훈련을 병행하는 차이가 있다. 이중 함흥 지역에 주둔한 87경보여단은 자전거와 스키를 타는 부대로 알려져 있다. 백리·2백리 행군을 할 때도 이 부대는 자전거를 타고 행군하고, 겨울에는 스키 타는 훈련을 한다.

부대 편성, 일반 부대와 큰 차이

저격·경보여단은 한국내 주요 시설물을 파괴하고 이동해 버리지만, 항공육전여단은 보병 부대나 기계화 부대가 올 때까지 점령 지역을 유지하고 있어야 한다. 때문에 원자력발전소와 같은 주요 시설물을 공격하기보다는, 주요 고개나 고지 등을 점령·유지하는 것이 주임무이다. 최씨가 근무한 38항공육전여단에는 여군으로 구성된 북한군 유일의 여자 강하(降下) 소대가 있다. 지난해 MBC TV가 가미카제 식으로 폭탄을 메고 적진으로 뛰어내리는 여자 낙하산 부대의 훈련 모습을 방영했는데 바로 이 부대가 여자 강하 소대이다. 원래는 각종 군사 행사에 참가하기 위해 만들어졌으나 유사시 한국 여군복을 입고 침투하는 임무를 수행한다.

6·25 때 미군기의 융단 폭격으로 초토가 되었던 북한은 유사시 한·미 연합 공군기가 펼칠 반격을 매우 두려워한다. 따라서 한·미 공군이 사용하는 비행장과 레이더·관제 시설을 무력화하기 위해 공군저격여단을 창설했다. 이 부대는 지대공 미사일 기지를 습격해 북한 공군기의 작전 영역을 확보하는 임무도 병행한다. 원래는 공군사령부 소속이었으나, 15년 전쯤 교도대 지도국 산하로 넘어왔다. 해군에도 2개 저격여단이 있다. 그러나 교도대 지도국이 아닌 해군사령부 소속으로 남아 있다.

특수전(게릴라전) 부대인 만큼 교도대 지도국의 편성은 일반 부대와 차이가 있다(<표> 참조). 이 중 최선임 부대 격인 저격여단은 최소 전투 단위가 분대가 아니라 조(組)로 되어 있는 것이 특징이다.

일반적으로 북한군은 8명으로 분대를 구성하지만, 저격여단의 조는 3∼4명으로 구성된다. 교도대 지도국 산하 다른 여단과 보병 부대에서는 상사가 분대장을 맡지만 저격여단의 조장은 한 단계 높은 특사이다. 소대장도 일반 부대에서는 중위가 맡는데, 저격여단에서는 상위가 담당한다. 중대장 역시 대위가 아닌 소좌이고, 대대장도 소·중좌가 아닌 중·대좌가 맡는다.

경보여단은 소대 대신 ‘대(隊)’가 있는 것이 특징이다. 이 부대는 12명으로 구성된 분대와 40명으로 된 대, 1백30명인 중대, 5백여 명인 대대로 구성된다. 최씨가 속했던 항공육전여단과 공군저격여단은 8명인 분대와 25명인 소대, 80명인 중대, 5백명인 대대, 3천5백명인 여단으로 구성된다(최씨는 자신이 속했던 항공육전여단에 대해서는 비교적 정확히 묘사했으나, 다른 여단의 구성과 인원에 대해서는 제대로 설명하지 못했다).

<진짜 사나이> 부르며 훈련


   
   
 
낙하산을 사용한 ‘고공 강하’는 전세계 특전 부대의 공통 사항이다. 그러나 북한의 교도대 지도국만은 ‘저공 강하’를 모토로 한다. 저공 강하해야만 지상 공격으로부터 생존할 수 있는 가능성과 목표 지점에 정확히 착지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91년 이전까지 북한은 9월14일 개발되었다고 해서 ‘자유 9·14’라고 불리는 낙하산을 사용했다. 자유 9·14 낙하산은 최소한 1백50m를 자유 낙하해야 펼쳐지기 때문에 특수부대원들은 지상 6백∼7백m 상공에서 뛰어내려야 한다.

저공 강하를 향한 북한 특수 부대의 꿈은 91년에 40m만 자유 낙하해도 펼쳐지는 신형 낙하산이 개발됨으로써 80m 강하라는 초저공 강하를 실현했다. 그러나 말이 80m 강하이지 실제로는 눈 깜박할 사이에 땅에 떨어지므로, 대원들은 재빨리 낙하산 줄을 당기도록 훈련 받아야 한다. 북한의 심각한 유류 사정은 특수 부대의 강하 훈련에도 영향을 미쳐 이들이 실제 비행기를 타고 점프하는 것은 1년에 단 한 차례뿐이다. 대신 80m 높이 철탑에서 뛰어내리거나, 산과 산 사이의 케이블을 타고 가다 80m 아래 계곡으로 뛰어내리는 지상 훈련을 반복하고 있다.

교도대 지도국 소속 대원은 필요하면 한국군 행세를 할 수 있도록 훈련 받는다. 이를 위해 한 달간 ‘합법강습소’에 입소하는데, 이곳 교관은 전원 한국군 출신 월북자들이다. 입소 첫날 한국군 군복이 지급된다. 이 군복에는 맹호·백마·열쇠 부대 등 한국군 사단 마크와 이병·일병·상병 계급장, 군번과 이름을 새긴 이름표가 붙어 있다.

일과 생활은 한국군의 병영 생활과 똑같이 진행된다. 오전 6시에 기상해 연병장에서 일조 점호를 하고 고향에 대한 묵념을 한다. 이어 구보를 하는데, ‘초전박살’ ‘뭉치자 싸우자 이기자’ 같은 한국군 구호를 외친다. 아침 식사 때는 대오를 갖춰 식당으로 가는데 <진짜 사나이>를 부르며 간다. 그러나 한국군 식판이 모자라서 ‘국방군은 이런 식판에다 밥을 받아 먹는다’라며 식판을 보여주기만 한다.

교육 시간에는 피교육생 대표가 교관에게 ‘필승’이라는 구호를 붙여 경례하고 인원 보고를 한다. 교육에 들어가기 전 교관은 ‘국방군이 쓰는 총은 M16이었는데 최근 K2 소총으로 바뀌었다’는 설명과 함께 두 종류의 총을 보여준다. 그러나 M16과 K2 소총이 부족해 피교육생들에게는 M16 목총이 지급된다. 이 목총을 들고 ‘받들어 총’과 한국군 총검술을 배운다. 이때 피교육생들이 제대로 따라하지 않으면 교관은 ‘원산폭격’과 ‘김밥말이’ ‘뒤로 취침’ 따위의 한국군 식 얼차려를 시킨다.

강의 시간에는 한국군의 논산훈련소와 기무사·헌병 교육도 있다. 한국군 복장으로 침투했다가 헌병에게 걸리면 ‘서울 어느 학교를 졸업하고 논산훈련소에 입소한 것은 언제이다’라고 말하도록 훈련 받는다. 또 교도대 지도국과 비교될 수 있는 한국의 공수단·해병대의 조직과 훈련에 대해서도 강의를 듣는다. 매일 저녁이면 그 날 밤의 암구호가 배포되어 전원 이를 숙지해야만 한다. 내무반 생활 역시 한국군과 똑같아서 일석 점호 때 내무반장은 ‘왼쪽에 수류탄 투척, 오른쪽에 수류탄 투척’ 같은 얼차려를 시키기도 한다.
교도대 지도국은 부대원들이 합법강습소에서 배운 것을 유지할 수 있도록 매년 80시간씩 합법 훈련을 실시한다. 이때 전부대원은 사단 마크·계급장·이름표를 새긴 한국군 군복을 입고 한국군 용어를 사용하며 한국군으로 행세해야만 한다.

최씨가 제대하기 전까지 교도대 지도국 군단장은 림태영 중장(한국군 소장에 해당)이었다. 림태영은 스물일곱 번이나 남조선을 갔다 왔다는 사람으로 ‘공화국 영웅’ 칭호를 두 번이나 받은 2중 영웅이다. 그러나 최씨의 직속 상관이던 38항공육전여단장 김영일 소장(준장)은 밀로(密路·비밀리에 남조선으로 침투하는 것)를 해본 적이 없다고 한다.

   
  여자 특수 부대원들:유사시 한국 여군복을 입고 침투하는 임무도 맡고 있다.  
 
항공육전여단 분대원에게는 기본 무장으로 5.45㎜ 자동보총과 실탄 3백발, 탄창 4개, 수류탄 4발이 지급된다. 분대당 2 자루씩 7.62㎜자동보총이 지급되는데, 이 총은 2백m까지 수류탄을 발사하는 투척기 구실도 병행한다. 강구 지뢰(크레모아)와 철갑탄, 소이탄도 지급된다.

고지 점령 같은 큰 임무를 수행할 때는 항공육전여단의 1개 대대가 실동(출동)한다. 1개 대대는 5개 중대로 구성되는데, 이 중 4개는 점령 임무를 수행하는 육전중대이다. 나머지 1개 중대는 60㎜ 박격포 9문을 메고 낙하해 육전중대를 지원하는 포 중대이다. 이 다섯 중대와는 별도로 대대 직속 통신·비반충포(탱크 공격용 무반동포)·화승총 소대가 있다. 화승총은 직승기(直昇機·헬기)를 공격해 떨구는 무기로, 헬기를 타고 기동하는 한국군의 공중강습단에 맞서기 위해 이 소대를 편성했다.

특수전 부대는 행군 능력이 뛰어나야 한다. 이를 위해 항공육전 부대원은 20㎏짜리 모래 배낭을 메고 기본 무장을 갖춘 채 매월 한 차례 2백리(80㎞) 행군을, 매주 한 차례 백리 행군을 한다. 2백리는 13시간 안에, 백리는 6시간 안에 주파해야 한다(보병은 백리를 7시간30분 안에만 주파하면 된다). 때로는 2,3일간 전혀 자지 않고 4백리를 계속 걷는 연속 행군을 실시하기도 한다.

실탄 사격은 1년에 고작 백 발

북한의 ‘불바다 위협’과, 국제원자력기구의 북한 핵 사찰로 긴장이 높아졌던 93년쯤 항공육전대 부대원은 실제 전투 장비를 갖추고 2백리 행군에 나선 적이 있었다. 이때 이들이 멘 배낭의 무게는 30㎏ 정도였는데, 행군 결과 제한 시간보다 3시간 정도 늦어져 문제가 되었다고 한다.

야생(野生) 적응 훈련이라고 할 수 있는 ‘어려운 지대 극복 훈련’도 행군 이상으로 힘들다. 이 훈련은 황해북도와 강원도 사이 천m가 넘는 낭림산맥 지대에서 펼쳐진다. 때로 갈증과 피로에 지친 전부대원이 쓰러져 이들을 구하려고 다른 부대가 출동하리만큼 악명 높은 훈련이다.

야외 훈련 때 식사는 전투 식량으로 해결한다. 대표적인 전투 식량은 물만 부으면 밥이 되는 ‘건쌀’과, 나물·고기·된장 등을 섞어서 말린 ‘건채’가 있으나 맛은 없다고 한다. 최씨는 “그러나 병사들은 탄약만 충분하면 남한 침투시 보급 투쟁으로 식량을 해결할 수 있다고 믿고 있다”고 말했다.

또 하나 강조되는 훈련이 사격과 격술 훈련이다. 최씨는 북한 특수 부대가 보병 부대에 비해 실탄 사격이 많다고 강조했으나, 실탄 사격은 1년에 백 발 가량을 쏘는 것이 고작이다. 실탄 사격 대신 북한군은 ‘탄침(彈針)’ 사격을 한다. 탄침은 화살처럼 표적에 꽂히기 때문에 거둬다 다시 사용할 수 있다. 격술은 한국군의 특공 무술에 비교할 수 있는 것으로 태권도 동작을 응용해 급소 치기를 하는 살상 무술이다.

남북한의 특수 부대가 맞붙는다면 어느 쪽이 이길까. 체격 조건만으로 살펴본다면 승자는 단연코 한국군 특수 부대일 것이다. 최씨는 체격이 좋고 몸무게가 많이 나가야 교도대 지도국에 뽑힌다고 말했으나, 그의 키는 1백61㎝, 몸무게는 60㎏(귀순 직후에는 50㎏)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북한 특수부대원은 ‘친애하는 지도자 동지가 명령만 내리신다면 폭탄을 안고 적진에 투하하겠다’는 맹세문에 서명하고, 매일같이 암송해 정신 무장이 잘 되어 있다고 한다. 최씨는 “93년 북한 핵 위기가 고조되었을 때 차라리 전쟁이 일어났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북한 군인들은 전쟁을 두려워하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최근 정부는, 탈북자 수용소 건설 등을 골자로 하는 ‘북한 탈출 주민의 보호 및 정착 지원에 관한 법률(안)’을 확정하는 등 북한 급변 상황에 대한 대비책을 세우고 있다. 북한의 급변은 통일의 기회일 수도 있지만 동시에 전쟁을 포함한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는 순간이 될 수도 있다. 이때 한국 깊숙이 투하되어 불안을 고조시킬 부대가 교도대 지도국이다. 한 북한 전문가는, 교도대 지도국을 비롯해 김정일 정권을 지탱해 주는 군부 조직을 제대로 아는 것이 통일로 가는 첫걸음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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