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속 언론사주 3인의 구치소 생활
  • 차형석 기자 (papapipi@e-sisa.co.kr)
  • 승인 2001.10.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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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정치인 면회 오지 말라"/독서와 운동으로 소일
"감옥 생활을 잘 견디고 용기를 내라." 지난 10월12일 오후 김영삼 전 대통령이 서울 구치소를 방문해 수감된 언론사주 3명을 면회하는 자리에서 한 말이다. 배석한 한나라당 박종웅 의원은 "석방을 위해 국회가 나섰으니 이 정부가 석방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김 전 대통령이 사주들에게 말했다"라고 전했다.


언론사주 3인이 구속된 지 두 달째. 사주가 비교적 담담하게 생활하고 있다고 각 언론사 관계자들은 말한다. 해당 언론사는 담당 기자와 직원을 한 사람씩 두고 면회 일정 조정, 면회인 안내, 도서 지원 등 옥바라지를 하고 있다.


해당 언론사 담당 기자·직원이 옥바라지




〈조선일보〉와 〈동아일보〉 관계자는 따로 사무실을 두지 않고, 필요할 때만 직원이 구치소로 가서 '담당 업무'를 본다고 밝혔다. 조희준 회장의 넥스트 미디어 그룹은 구치소 부근 상가 사무실을 월세로 빌려 임시 연락소로 쓰고 있다. "오전 오후 두 차례 면회하는데, 오가는 시간이 많이 걸려 어쩔 수 없이 직원이 상주하고 있다"라고 이 회사 관계자는 말했다. 1999년 〈중앙일보〉 홍석현 회장이 구속되었을 때 〈중앙일보〉도 서울 구치소 부근에 임시 연락사무소를 설치해 활용했었다.


〈조선일보〉 방상훈 사장은 사장실 관계자를 통해 사내 e메일로 자신의 하루 일과를 직원들에게 알린다. e메일은 시간대 별로 촘촘히 '구치소에서의 하루'를 보여주고 있다.


방사장은 운동과 면회와 독서로 시간을 보내고 있다. 오전에는 1시간 동안 사방이 벽으로 막힌, 6평 정도 되는 별도 공간에서 만보 걷기 운동을 하고, 오후에는 변호사를 접견하거나 면회인을 만난다. 방사장은 텔레비전을 시청하거나 틈틈이 요가를 하며 저녁 시간을 보낸다. 사장실 관계자는, 방사장이 성경을 주의 깊게 읽고 있고, 주로 가족·친지와 방일영 장학회원들이 면회를 온다고 전했다.


방사장은 편집국 간부들은 면회를 오지 말라고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교도소 안에서 사주가 편집 방향을 지시한다고 구설에 오를까 우려해서이다. 노조측이 도의상 면회하겠다는 의사를 회사측에 전했으나 방사장은 직원들도 오지 말라는 뜻을 전했다.


〈동아일보〉 김병관 전 명예회장은 심근경색 증세를 보여 지난 8월21일 구치소 내 병동으로 옮겼다. 운동은 거의 하지 않고, 주로 책을 읽으며 지낸다. 최근에는 김회장이 법정 스님의 수필집 세 권과 박경리의 소설 〈토지〉, 이광요 자서전을 요청해 회사측이 넣어주었다.


친지들이 주로 면회하고, 김회장 본인은 정치인이 면회하는 것을 달가워하지 않는다는 것이 회사측 관계자의 전언이다. 이 관계자는 67세 고령인 김회장이 아내를 잃고 상심해 '석방되면 전국의 사찰을 돌며 아내의 영혼을 위로하는 제를 올리고 싶다'는 말을 자주 한다고 말했다. 다른 구속 사주들은 김회장에 대해서 고령에 부인을 잃어 상심한 채 옥살이를 하는 것이 힘들겠다는 걱정을 면회인에게 자주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일보〉 조희준 전 회장의 구치소 생활도 크게 다르지 않다. 주로 시사 주간지와 월간지, 경영 관련 서적을 읽으며 소일하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조회장이 무릎 류머티스 관절염으로 고생하고 있다고 전했다.


봄과 가을이 없다는 감옥 생활. 구치소에서 언론사주들은 동병상련을 나누는 추운 겨울을 맞이하고 있고, 국회에서는 한바탕 뜨거운 석방 논쟁이 벌어질 전망이다. 이미 지난 10월11일 야당 의원 56명은 '구속 언론인 석방 촉구 결의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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