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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도라의 테이프’ 열릴까 말까

최규선-정·관·재계 인사 대화 녹음 테이프, 행방 묘연…공개되면 ‘대파란’

나권일 기자 ㅣ nafree@sisapress.com | 승인 2002.05.20(Mon)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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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규선씨(42)가 정·관계 중요 인사를 만날 때마다 증거로 남겼다는 녹음 테이프의 행방이 묘연하다. ‘최규선 테이프’는 검찰 수사의 고비고비마다 공개되어 파란을 일으켰다. 손에 넣기만 하면 특종은 떼어 놓은 당상이니 테이프를 확보하려는 기자들의 물밑 경쟁도 치열하다(41쪽 상자 기사 참조).


지난 4월8일 천호영씨(37)가 처음 공개한 테이프와 녹취록에는 ‘김박’(김홍걸)과 ‘권노갑 사위’라는 용어가 등장해 김홍걸씨 비리 의혹에 불을 당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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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뉴스위크 한국판
마이클 잭슨과 나란히 선 ‘게이트 주역’ 김홍걸(맨 왼쪽)·최규선씨.



민주당 설 훈 의원은 4월19일 기자회견을 열어 “최씨가 지난해 12월 윤여준 의원을 통해 이회창 전 총재에게 전해달라며 2억5천만원을 주었다”라고 폭로하면서 증거가 있다고 말해 테이프의 존재에 대한 의문을 증폭시켰다. 급기야 지난 5월7일 ‘최규선 육성 테이프’가 공개되자 불길은 권력의 심장부인 대통령과 청와대로 옮겨 붙었다. 김영삼 정부가 박경식씨의 ‘김현철 비디오 테이프’로 허물어졌듯이 김대중 정부는 최규선 녹음 테이프로 휘청거렸다.


최규선씨가 녹음 테이프에 집착했던 이유에 대해서는 두 가지 해석이 있다. 하나는 최씨가 평소 서른한 살에 미국 클린턴 대통령 공보 보좌관을 지내며 권력의 핵심에 있었던 조지 스테파노풀러스(40)를 추종했다는 시각이다.


스테파노풀러스가 중요 인사를 만날 때마다 녹음했고, 그것을 나중에 회고록을 만드는 주요 재료로 삼았는데, 최씨가 이를 모방했다는 것이다. 최씨는 1999년 스테파노풀러스의 회고록 <클린턴 롤러코스터>를 <너무나 인간적인>이라는 제목으로 번역했고, 오는 6월에는 최씨도 자서전을 출간해 ‘정치적 재기’를 선언할 계획이었다.


다른 하나는, 최씨가 1998년 경찰청 특수수사과 조사와 지난해 국정원 내사를 거치면서 특히 녹음에 집착했다는 시각이다. 최씨는 지난해 4∼5월 김은성 국정원 2차장에게 두 차례나 불려간 뒤 극도로 불안에 떨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최씨는 이때부터 보이스펜 녹음기로 중요 인사들과 나눈 대화를 거의 다 녹음한 뒤 복사해 보관했다. 최씨 자신도 지난 4월14일 김홍걸씨에게 전화로 메시지를 전하면서 “내 한 몸 죽어도 내 아들이 증언할 수 있도록 나는 모든 녹음을 남겨서 안전한 사람에게 맡겨 놓았다”라고 테이프 보관 사실을 인정했다.


최씨는 녹음한 테이프를 사무실 금고 속에 보관해 두었는데, 라면 상자보다 작은 크기의 사물함 1개 분량이었다고 한다.








변호인·사촌형·내연의 처 등 ‘주목’


정가에 폭풍을 몰고올 녹음 테이프는 누가 가지고 있을까? 우선 정·관·재계 인사들과 대화한 내용이 담겼다는 녹음 테이프를 보관하고 있을 만한 인사로는 최씨의 변호를 맡은 강호성 변호사와 대필 작가 허철웅씨(40), 최씨의 대리인 격인 최씨 이종사촌형 이창현씨(44), 그리고 최씨의 내연의 처로 알려진 염혜정씨(34) 등이 거론된다.






강호성 변호사와 이창현씨는 테이프 보유 사실을 강하게 부인하고 있다. 잠적한 대필 작가 허씨도 한국판 <뉴스위크>에 “자서전 집필용 녹음 테이프 9개 외에는 더 보관하고 있지 않다”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염혜정씨는 서울 삼성동 집과 신사동 가게(씨네시티 8층 휴게실)에 한 달째 나타나지 않고 있다. 염씨가 자주 찾던 경북 상주시 소재 비구니 사찰 연화사에서도 종적을 찾을 수 없다.
검찰은 지난 5월7일 염씨가 운영하는 휴게실 종업원들에게 “염씨가 나타나 주는 것이 나라를 위하는 길이다”라며 염씨로부터 연락이 올 경우 꼭 설득해 달라고 부탁한 것으로 확인되었다.


염씨는 미국에 있는 최씨 부인 손 아무개씨 (45) 대신 최규선씨의 자금을 관리해 왔다. 최씨의 비서를 지낸 천호영씨는 “염씨는 회사 직원이 아닌데도 매주 월요일 정례회의에 참석했다. 염씨를 대하는 최씨의 정성이 극진했다”라고 주장했다.


무어니 무어니 해도 정가의 관심은 이들 테이프 가운데 설 훈 의원이 주장한 ‘윤여준 테이프’가 실제 있는지에 쏠려 있다. 검찰 주변에서는 만약 그런 테이프가 있다면 염씨가 아니라 잠적한 김희완씨(46)나 변호인이 가지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그러나 최규선씨와 김희완씨가 끝까지 입을 열지 않을 경우 상당 기간 미궁에 빠질 수 있고, 테이프가 아예 없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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