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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죄 부추기는 ‘극단적 소유권’

최재천 변호사 · 법무법인 한강 대표 ㅣ 승인 2002.06.03(Mon)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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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디언 수콰미쉬 족과 드와미쉬 족의 추장이었던 시애틀은 땅을 팔라는 백인들의 협박에 이렇게 대답하고 끝내 땅을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나의 부족은 물을 것이다. 백인 추장이 사고자 하는 것이 무엇인가를. 우리로서는 무척 이해하기 힘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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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우리가 공기를 사고 팔 수 있단 말인가? 대지의 따뜻함을 어떻게 사고 판단 말인가? 우리로선 상상조차 하기 힘든 일이다. 부드러운 공기와 재잘거리는 시냇물을 우리가 어떻게 소유할 수 있으며, 또한 소유하지도 않은 것을 어떻게 우리로부터 사들이겠단 말인가.” 대지는 인간의 소유물이 아니며 인간이 오히려 대지의 소유물이라고 이해했던 인디언들의 소유권 개념이 드러나 있다.


대동강 물을 판 봉이 김선달과 영혼을 판 파우스트


조선 후기의 풍자적인 인물 봉이 김선달은 한양에 왔다가 서북 사람에 대한 차별과 낮은 문벌 때문에 뜻을 이루지 못하자 양반과 부유한 상인들을 비꼬는 여러 우화를 만들어 냈다. 그 중의 하나가 한양 상인을 속여 대동강 물을 팔아먹은 이야기. 매매가 4천냥은 당시 시세로도 황소 60마리를 살 수 있을 정도였다고 한다.

일종의 사기 사건이라 함이 옳겠지만 이미 공물에까지 소유권 개념이 자리 잡고 있었음을 알려준다. 괴테의 <파우스트>에서 주인공 파우스트는 메피스토펠레스와 계약을 맺고 쾌락적 삶과 젊음을 사는 대신에 자신의 영혼을 팔아치운다. 확실한 보증을 위해 한두 줄의 매매 기록을 요청하는 메피스토펠레스에게 파우스트 박사는 한 방울의 피로 서명을 마치고 자신에 대한 모든 권리를 넘겨준다. 육신과 영혼까지도 인간의 소유이기 때문에 매매가 가능하다는 극단적인 소유권 사상의 역사적 표현이다.





시대와 나라마다
조금씩 다른 소유권에 대한 인간의 관념이
인간의 존엄성에
대한 극단적인 침해로
이어지기도 한다.
16세기 초부터 19세기 중엽까지의 흑인 노예무역이 대표적인데,
인신 매매는 현대에
와서도 극성이다.

시대와 나라마다 조금씩은 다른 소유권에 대한 인간의 관념이 인간의 존엄성에 대한 극단적인 침해로 이어지기도 한다. 16세기 초부터 19세기 중엽까지 대서양을 사이에 두고 행해졌던 흑인 노예 무역이 대표적이다. 노예제와 인신 매매가 법적으로 폐지된 지 무려 1백50여년이 지났는데도 전세계에는 2천7백만명에 이르는 현대판 노예들이 살고 있다고 한다. 국제이주기구(IOM)는 여성과 어린이가 국제적으로 인신 매매되는 건수만도 한 해 2백만에 이를 것으로 추정한다. 지난 5월15일 로마에서는 ‘21세기의 노예제, 인신 매매 근절을 위한 국제 회의’도 열렸다.




자식·아내를 ‘내 것’이라고 여기는 생각이 가정 폭력 원인


사람은 어떠한 경우에도 소유권의 대상이 될 수 없다. 오로지 물건만이 소유나 거래 대상이 될 수 있는 것이다. 우리 법도 ‘물권은 법률 또는 관습법에 의하는 것 외에는 임의로 창설하지 못한다’(민법 제185조)고 정했다. 하지만 극단적인 소유권 사상은 인신 매매나 도둑질말고도 범죄의 원인이 되고 있다. 자식을 내 것이라 여기는 잘못된 생각은 어린이 학대를 낳았다. 그래서 이를 막기 위해 ‘아동복지법’을 두었다.

아내에 대한 소유권 사상은 가정 폭력으로 이어졌고 그래서 가정폭력방지및피해자보호등에관한법률이나 가정폭력범죄의처벌등에관한특례법을 만들어야 했다. 인신 매매도 남의 일이 아니어서 우리 법은 약취와 유인의 죄(형법 제31장) 등 인신 매매를 규율하는 규정도 가져야 했다. 그런데도 우리는 2001년 7월 미국 국무부가 발표한 정부의 인신 매매 방지대책·수사·피해자 보호 면에서 부실한 국가 명단에 포함되어 있다.
변호사·법무법인 한강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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