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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 검찰이 콩가루니…”

육사·비육사 출신 법무관 ‘암투’ 극심…양측, 병역비리 공방도 치열

나권일 기자 ㅣ nafree@sisapress.com | 승인 2002.10.08(Tue)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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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합뉴스
김창해 준장·고 석 대령·이명현 중령·유관석 소령(왼쪽부터)이 국회 법사위에서 증인 선서를 하고 있다.



지난 8월과 9월 국회 법사위원회 증인으로 여러 차례 출석한 국방부 법무과장 고 석 대령은 “1999년 군 검찰이 이정연씨 병역면제 의혹을 내사한 사실이 없다”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증인으로 함께 출석한 군 법무관 이명현 중령과 유관석 소령은 고대령이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대령·중령·소령이 최고 상관인 국방부장관 앞에서 격렬하게 치고 받자 군 안팎에서는 ‘콩가루 군대’라는 비난이 쏟아졌다. 이들의 직속 상관인 김창해 국방부 법무관리관은 부하들의 활동비를 횡령했다는 의혹까지 받아 군의 체면을 구겼다(오른쪽 위 상자 기사 참조). 상명하복을 강조하는 군 내부에서 어째서 이런 일들이 벌어지는지는 군 법무 조직의 특수한 정서를 모르고서는 이해하기 어렵다.



법무관 3백여 명…육사 출신 4명이 요직 독점



군 법무관들은 군인이면서 또 한편으로는 법조인이다. 법무관들의 가장 큰 고민은 양자를 모두 잘 해내기가 어렵다는 데 있다. 법무관들이 인사권을 쥔 지휘관의 지시나 청탁을 뿌리치고 자유롭게 수사하거나 판결하려면 불이익을 각오해야 한다. 사법고시 출신 단기 법무관과 달리 법무고시에 합격한 뒤 10년을 복무해야 변호사 자격증을 딸 수 있는 대다수 법무관은 더욱 그렇다.



법무관 가운데서도 군 검찰관들의 속앓이는 더 심하다. 겉으로는 군 검찰이 기무·헌병이라는 군 경찰 조직을 지휘하는 상급 기관이지만 실제는 군의 권력 기관인 이들이 협조하지 않으면 수사 성과를 내기가 어렵다. 따라서 법무관이 군 기관 세력과 의견 갈등을 빚었을 때 과감하게 맞서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대통령 하명으로 시작된 1999년 병무비리 수사조차 지지부진했던 것은 그 때문이다.



법무 출신과 육사 출신이 대립한 지도 오래되었다. 현재 군 법무관 3백여명 가운데 육사 출신은 4명에 불과하다. 비육사 출신은 극소수인 육사 출신이 군내에서 성골 대접을 받으며 법무관리관이나 법무실장 등 노른자위 보직을 독점하고 있는 것을 못견뎌 한다.



그들은 육사 출신이 기무·헌병과 유착해 법무관들의 명예를 훼손하고 있다고 비판한다. 반면 육사 출신은 법무 출신이 군대에서 편하게 생활하면서 좋은 대우만 바라는 사람들이라고 평가 절하한다. 육사 출신은 군인 정신을 첫째로 꼽는 반면, 법무 출신들은 ‘원칙 수사와 소신 판단’이라는 법조인 의식을 첫 번째로 꼽는다.



김창해 준장·고 석 대령이 육사 출신이고 이명현 중령·유관석 소령이 법무 출신이다. 군 일각에서 병역비리 공방을 육사와 법무 출신의 싸움이라는 시각으로 보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명현 중령은 1999년, 국방부장관에게 보낸 병무비리 수사 보고서에서 고 석 대령을 기무사와 유착해 군 기관 범죄 수사를 조직적으로 방해한 상급자로 묘사하기도 했다.



<시사저널>은 최근 군 정보기관이 이같은 법무 조직의 갈등 구조에 개입한 흔적을 엿볼 수 있는 문서를 입수했다. 군 검찰이 병역비리 수사를 진행 중이던 1999년 상반기에 작성된 것으로 보이는 이 문서 제목은 ‘법무(병과) 참고 자료’이다. A4 용지 13쪽 분량으로, 내용과 글꼴을 볼 때 군내 정보기관이 작성한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 문서는 수사나 판결에서 법무관들의 의견보다는 지휘관들의 의견을 더 존중하고, 법조인으로서보다는 군인으로서의 계급을 우선하는 군내 주류 세력의 시각을 그대로 반영하고 있다.



눈길을 끄는 것은 1999년 당시 ‘차기 병과장 선발과 관련한 개인 인물’ 부분이다. 당시 법무 3·4기 출신 법무관 고위 간부들에 대해서는 ‘기회주의 처신을 한다’거나 ‘권위주의적인 성향이 있다’고 평가 절하하면서도 김 아무개 대령(육사 36기)에 대해서는 ‘대인 관계가 원만하고 군인 정신과 원칙을 중시하며…육사 출신이라는 한계 때문에 병과 내·외적으로 불이익을 받기도 하였다’고 호평했다(위 문서 자료 참조).



법무 출신들은 이 문서가 군 정보기관이 자신들의 입맛에 맞는 인물을 차기 법무 병과장으로 진급시키기 위해 만든 자료라고 파악하고 있다. 실제 이 문서에서 우호적으로 거론된 김대령은 그 해 장군 진급 심사를 손쉽게 통과했고, 법무 출신들이 ‘개악’이라고 주장하는 2000년 군 법무 개혁을 앞서서 지휘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름을 밝히지 말라고 요구한 현직 군 법무관은 “이 문서의 내용은 일선 법무관들보다는 군부의 주류와 기무·헌병 세력이 줄기차게 주장해온 것들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군 검찰과 군사 법원 실질적 독립 △지휘권을 빙자한 상사의 수사 개입 방지 명문화 △법무 장교의 계급구조 개선 △군 고위층 및 특수수사 전담 부서 신설 등이 현재 당면한 군 법무 병과의 개혁 과제라고 주장했다. 군 법무 조직의 위상을 격상하는 개혁안이 마련되지 않는다면 아무리 대통령이 하명하는 병무비리 수사라고 해도 계속 실패작으로 끝날 수밖에 없다는 주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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