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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쓴 곳은 국방부 특조단”

의문사위 위원의 ‘허원근 일병 자살’ 결론에 대한 논리적 반론

김준곤 (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 제1상임위원) ㅣ 승인 2002.12.16(Mon)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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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합뉴스
지난 9월12일 ‘허원근 일병 타살’을 발표하는 의문사위원회 김준곤 상임위원.



중대장 전령으로 근무하던 허원근 일병은 휴가 출발을 하루 앞둔 1984년 4월2일 강원도 화천의 한 GOP 부대 중대본부 막사 근처에서 가슴에 두 발, 머리에 한 발 총상을 입고 숨진 모습으로 발견되었다. 그 후 군에서 다섯 번이나 재조사를 했는데도 결과는 자살이었고, 이번 국방부 특별진상조사단(특조단)도 동일한 결론을 내렸다.


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위원회)가 지난 8월20일, 허원근 일병 사망 사고에 대해서 첫 발표를 했을 때 한 일간지는 위원회가 소설을 쓰고 있다고 보도했다. 그 신문은, 중대본부 내무반에서 한 발을 맞고 쓰러진 뒤 누군가에 의해서 시체 발견 장소로 옮겨져 두 발을 더 맞고 절명했다는 사실에 대해 당시 중대본부 사병들이 극구 부인하고 있으며, 특히 한 사병이 위원회가 ‘소설’을 쓴다고 말한 점을 들어 대서 특필한 것이었다.


특조단, 총성 세 번 울린 비밀 못 밝혀


위원회가 조사하는 과정에서도 사건을 목격했을 것으로 보이는 중대본부 사병 6명이 목격 사실을 부인하고, 2명만이 현장을 목격했다고 진술했다. 그렇다면 위원회는 왜 여섯 사병의 진술을 배제하고 두 사람의 진술을 사실 인정의 근거로 채택했는가.


이 사건을 푸는 열쇠는, 총상은 세 군데이나 총성은 두 번 들렸고, 현장에서 탄피가 2개만 회수되었다는 데에 있다. 결국 한 발이 모자라는 것이다. 18년 전, 7사단 헌병대 조사 기록에는 총상은 세 군데이나 사건 당일 오전 10시에서 11시 사이에 총소리를 두 번 들었다는 증언자가 다수여서 두 발이라고 사실 인정하였다. 검증조서에도 탄피가 2개만 발견되었다고 기록되어 있다.


특히 조사 결과 보고서에 당시 의문점으로 ‘총상은 3개소인데 탄피는 2개 회수, 15발들이 1탄창 중 잔여탄 13발’로 기재했다. 2발만이 발사되었다고 인정한 것이다. 그런데 당시 헌병대는 아무런 설명도 없이 다음날 정밀 수색 끝에 탄피 1발을 발견했다고 기록했다. 세 차례 총성을 청취했다는 진술은 어디에도 없었다.


위원회는 처음부터 그 한 발의 비밀을 찾아 나섰다. 그 과정에서, 사건 당시 내무반에 없었던 다른 사병들로부터 그날 오전 중대본부 내무반에서 핏자국을 보았으며, 핏자국을 지우기 위해 물청소를 했다는 진술을 받았다. 그리고 대대 상황병과 대대장 운전병, 대대 상황장교, 연대장의 진술에서 그날 새벽에 ‘허일병 자살 보고’를 접수했다는 진술이 나왔다.


오전에 총성이 두 번 울린 뒤 각 초소에서 근무하던 사병들로부터 시체 발견 현장 근처에서 사람들이 움직이는 모습을 목격했다는 진술도 확보했다. 그래서 위원회는 당시 내무반에 함께 있었던 사람들을 집중 추궁하지 않을 수 없었다. 조사 과정에서 이 아무개 하사가 먼저 내무반 안에서 새벽에 총격이 있었다고 진술했고, 그 후에 전 아무개씨도 입을 열기 시작했다.
위원회는 결국 여섯 사람의 진술을 믿지 않기로 하고 그들의 진술 증거를 배척했다. 그런데 국방부 특조단은 여섯 사람의 진술을 채택하고 위원회가 채택한 증거를 배척한 것 같다. 그렇다면 특조단은 나머지 한 발의 비밀을 입증해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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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합뉴스
허일병 사건을 자살이라고 발표하는 국방부 정수성 특조단장.



특조단의 이번 최종 결과 발표에 의하면 ‘다음날 찾은 탄피 1발을 추가로 도식하는 것이 누락되었고’라고 하여 갑자기 탄피 한 개가 등장한다. 총성도 ‘총성 청취 당시 시계를 보고 상황일지를 기록한 송 아무개씨의 진술에 의거 10:55경으로 기록해야 하나 09:50경으로 잘못 기록한 것’이라고 하여 1시간여 사이에 세 발의 총성을 들었다고 주장하는 듯하다. 즉 한 발의 총성을 들었다는 사람과 두 발을 들었다는 사람의 진술을 합하여 합계 세 발로 계산한 것 같은데 이것이야말로 어불성설이다. 그렇다면, 시간을 정확하게 기록하지 않은 상태에서 한 시간 사이에 다섯 사람이 각자 두 발을 들었다고 한다면 총소리가 열번 울렸다고 발표할 것인가.


허일병의 시체 사진에 피 묻은 탄띠가 뭉쳐져서 시체 앞에 놓여 있는 것도 문제다. 이에 대한 의문을 던지자 특조단은 기자들에게 허일병이 스스로 한 발을 우선 쏜 다음, 피가 옷과 탄띠에까지 배어 나오자 괴로워서 탄띠를 풀어 옆에 두고 나머지 두 발을 쏘았다고 설명했다고 한다.


특조단 주장대로 자살하기는 불가능하다


특조단의 위와 같은 설명은 정말 납득하기 어렵다. 특조단의 설명대로 한번 ‘재연’해 보자. 가슴에 한 발 쏘았을 때 총은 후반동에 의해 저만치 날아가 떨어졌을 것이다. 그런데 총을 맞은 허일병이 스스로 일어나 탄띠를 풀고, 기어가 총을 잡은 다음, 손과 자세를 바꾸어 가슴에다 두 번째 격발을 한다. 그리고 다시 날아간 총이 있는 데까지 기어가서 총을 들고 원래 자리로 돌아와 머리에 총을 대고 세 번째 격발을 한다. 이것이 정녕 가능하단 말인가.


특조단 주장의 옹색함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특조단은 문제의 두 사람 중 이 아무개 하사는 진술을 번복했기 때문에 언급하지 않고, 국방부 조사를 거부한 전씨에 대해서는, 전씨가 위원회에서 한 모든 진술이 허위라고 발표했다. 그러나 국방부가 뭐라고 하든 두 사람의 진술은 그대로 존재한다.


특조단에도 법무장교가 여럿 있어서 법률적인 검토와 조언을 하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이번 특조단의 발표를 살펴보면 법률적 검토가 전혀 없었던 것 같다. 왜냐하면 서로 상반된 증거 중에서 하나의 증거를 채택할 때, 상대가 채택한 증거에 대해 믿지 않으므로 그 증거를 배척한다고 표현해야 한다. 이것이 자유심증주의에 의한 증거 채택이다. 그럼에도 특조단은 위원회가 제시한 증거에 대해 ‘날조·조작’이라는 용어를 선택함으로써 법률적 판단에 무지함을 드러낸 것이다. 이같은 결과는 이번 조사에 군 법무관을 참여시키지 않았기 때문에 생긴 것으로 판단된다.


특조단이 허일병 사건을 재조사한다면서 위원회의 조사 기록을 보내 달라고 요청했을 때, 위원회 조사관들이 이번에도 자살로 결론 날 것이 뻔하므로 기록을 주어서는 안된다고 강력하게 반대했다. 그러나 나는 조사 기록은 어느 개인이나 기관의 단독 소유물이 아니며, 국가 기관들이 상호 간에 신뢰를 가지고 협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위원회의 조사에 한 점 의혹이나 부끄러움이 없다면 더욱 당당해야 하고, 만일 어떤 실수나 잘못이 있으면 열린 마음으로 비판을 받아야 한다며, 한 페이지도 남김 없이 복사해 특조단에 넘겨 주었다.


그런데 특조단은 위원회의 조사 기록을 가져가 허점과 실수한 부분을 찾아내 난도질하고, 결국 위원회가 사건을 ‘날조·조작’했다는 극언도 서슴지 않았다. 초등학생도 믿지 못할 내용을 발표하면서 ‘이후 위원회는 재조사를 해서는 안되며, 특조단의 기록 또한 절대 내줄 수 없다’고 했다. 특조단의 조사에 문제가 많아 위원회가 조사 기록을 열람하는 것이 두렵기 때문인가.


더욱이 특조단은 아무런 근거 없이 허일병이 중대장의 만행을 고발하기 위한 방법으로 자살을 선택했다는 발표까지 했다. 허일병이 중대장의 만행을 고발하기 위해 죽음을 선택했다면 이는 군 민주화와 연관성이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허일병 사건을 개정된 법에 의해 재조사해야 할 충분한 이유가 있는 것이다. 따라서 특조단은 모든 기록을 위원회에 보내주고, 조사에 협조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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