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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정 대립, 갈 데까지 갔다

비정규직 입법안 놓고 갈등 고조…민노총·한국노총 연대 파업 별러

김은남 기자 ㅣ ken@sisapress.com | 승인 2004.11.24(Wed)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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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돌린 부부는 남보다 못하다더니, 요즘 참여정부와 노동계가 꼭 그짝이다. 진보적 노동학자로 손꼽히던 김대환 장관이 노동부 수장으로 취임하던 올 초만 해도 분위기는 좋았다. 민주노총은 김장관에게 축하 메시지를 보냈고, 급기야 6월 초에는 노사정 대표자회의도 열렸다. 민주노총이 노사정위원회를 탈퇴한 지 5년 만의 일이었다.

이로써 지난해 철도노조·화물연대 파업에 대한 공권력 투입 이후 싸늘하게 식어버렸던 노·정 관계는 복원되는 듯했다. 그러나 해빙기도 잠시. LG칼텍스정유·서울지하철 등에 대한 정부의 직권중재 조처로 다시 감정이 악화하기 시작한 노·정은 최근 ‘전국 공무원 노동조합’(전공노) 파업을 계기로 등을 돌리고 말았다.

그리고 급기야 파국 전야. 11월26일로 예고된 민주노총·한국노총 총파업을 앞두고 노·정은 결별을 향해 치닫고 있다. 참여정부를 ‘반노동 정권’이라고 규정한 노동계는 이번 총파업을 ‘제2의 노동법 사태’에 비견하고 있다. 민주노총과 한국노총 양대 노총이 연대 파업을 선언한 것 자체가 1996년 말 노동법 날치기 통과 이후 처음이라고 노동계는 강조하고 있다.

특히 노동계는 여론전에서 쓴맛을 본 전공노 파업과 달리 이번 총파업에서는 폭넓은 사회적 공감대를 이끌어낼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하고 있다. 총파업 최대 이슈가, 지난 몇년 사이 우리 사회의 어두운 그늘로 떠오른 비정규직 문제이기 때문이다.

이번에 비정규직 문제가 특히 쟁점이 된 것은, 노동부가 지난 9월 ‘기간제 및 단시간 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 등 비정규직 관련 법안을 제출했기 때문이다. 이 법안은 11월2일 국무회의를 통과해 현재 국회에 상정되어 있다. 문제는 ‘비정규직 보호법’이라는 정부 설명과 달리 노동계가 이 법을 ‘비정규직 양산법’으로 받아들이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에 노동계는 총파업이라는 실력 행사를 통해서라도 법안 통과를 반드시 저지하겠다고 벼르고 있다.

“차별 방치하면 양극화 심화”

그런가 하면 민변·참여연대 등 1백3개 시민·사회 단체 또한 ‘비정규 노동법 개악 저지와 노동기본권 쟁취를 위한 공동대책위원회’(비정규공대위)를 꾸리고 측면 지원에 나섰다. 참여연대 박영선 사무처장은 “비정규직 문제는 이미 노동 문제를 넘어 보편적 인권 문제로 떠올랐다. 8백만명(노동부 추산 5백40만명)에 달하는 비정규직 차별을 방치하면 우리 사회의 양극화는 더 심해질 수밖에 없다”라고 주장했다.

실제로 외환위기 이후 비정규직은 매년 80만 명씩 늘어나며 폭발적인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2004년 현재 전체 노동자 3명 중 1명꼴(37%)인 이들 비정규직의 월평균 임금은 1백15만원으로 정규직(1백77만원)의 65% 수준에 불과하다. 4대 보험 가입률도 정규직의 3분의 1 수준이다.

더 큰 문제는 이들이 해고의 위협에 상시적으로 노출되어 있다는 사실이다. 특히 일자리가 줄어든 최근에는 상황이 더 심각하다. 몇년 전만 해도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비정규직도 사람이다’라며 차별 해소를 요구하곤 했다.

그러나 요즘은 이마저도 언감생심이다. 최근 계약직 금융 텔러 1백87명이 계약 기간(5년) 만료를 앞두고 무더기 해고 통보를 받은 데 항의해 천막 농성을 벌이고 있는 농협중앙회의 비정규직노조 방덕환 부위원장은 “우리는 정규직화를 요구하는 것이 아니다. 오직 일을 더 할 수 있게 기회를 달라는 것인데, 회사가 이마저도 거부하고 있다”라며 무력감을 토로했다.

비정규직 입법안이 통과되면 이런 열악한 상황이 아예 만성화할 것이라는 데 노동계는 주목하고 있다. △파견 업종 확대(현재 26개 업무에만 제한적으로 허용되고 있던 ‘파견 대상’을 전면 확대) △파견 기간 연장(현행 1년→3년) △기간제 근로 사용 기간(현행 1년→3년) 제도화 등 독소 조항을 담고 있는 입법안이 통과되면 결국 남는 것은 ‘모든 노동자의 비정규 노동자화’일 뿐이라고 이들은 주장하고 있다.

이에 대해 노동부는 말도 안되는 엄살이라고 일축하고 있다. 이번 입법안의 핵심은 비정규직에 대한 불합리한 차별을 해소하고 남용을 규제하는 것이라고 노동부 엄현택 근로기준국장은 말했다. 이를 위해 차별 행위를 한 사업자에게 과태료를 최고 1억원까지 부과하게 하는 등 처벌을 대폭 강화했다는 것이다. 엄국장은 나아가 파견 업종 확대가 핵심 논란거리가 되고 있지만, 파견 업종을 전면 확대한다고 해도 현재 전체 노동자의 0.43%(약 5만3천명)에 불과한 파견 근로자가 증가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고 주장했다.

“노동부 안대로 하면 일자리 안늘어나”

문제는 노동부가 이번 법안을 통해 ‘비정규직 보호’와 ‘노동시장 유연성’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한꺼번에 잡으려다 재계와 노동계 어느 쪽의 지지도 얻지 못하게 되었다는 사실이다. 비정규직을 보호하되, 기업의 고용 의욕을 위축시키지 않게끔 한다는 것이 노동부의 기본 방침이었다. 그러나 노동부 식으로 각종 제한을 풀면 정규직을 비정규직으로 대체하려는 사업주가 늘어나 결과적으로 전체적인 일자리가 늘어나지는 않을 것이라고 비정규공대위 김주환 상황실장은 주장했다. 일의 순서로 보아도 노동부가 방향을 완전히 거꾸로 잡고 있다고 김선수 변호사는 지적했다. 현존하는 비정규직 차별 문제를 우선 해결한 뒤 재계의 요구를 반영할 방법을 모색해야지, 실효가 없을지도 모를 차별 금지 조항을 내세워 비정규직 대폭 확대를 허용하는 것은 책임 있는 정부의 태도라고 할 수 없다는 것이다.

논란이 확산되면서 일각에서는 법안 처리를 연기하자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11월19일 경제5단체 합동 공청회에 참가한 김세형 매일경제신문 논설위원은 “노동계도 결사 반대하고, 심지어 재계도 경제 부담 증가를 들어 반대하는 법안을 지금 굳이 강행할 필요가 있겠느냐”라고 반문했다. 그러나 노동부는 시간을 끌수록 비정규 노동자들의 고통만 가중된다며 애초의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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