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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저널

병원은 리베이트 먹고 산다?

병원·제약사 ‘검은 공생’ 드러난 성가롤로병원 비리 의혹 전말

순천·소종섭 기자 ㅣ kumkang@sisapress.com | 승인 2005.01.03(Mon)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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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약회사와 병원 간의 검은 공생 관계가 드디어 밝혀지는가. 전남 순천에 있는 성가롤로병원 노동조합(위원장 김정수)은 지난해 12월13일 이 병원 약재부장 박 아무개씨를 순천지방검찰청에 고소했다. 22년간 이 병원에 근무한 박씨가 제약회사들로부터 리베이트를 받아 병원에 입금하지 않고 횡령한 금액이 최근 5년간 10억원에 이르니 조사해 달라는 것이었다. 노동조합은 제약회사들이 매출액 몇 %에 해당하는 리베이트를 주겠다고 병원측에 약속한 서류와 병원 경리과에 입금된 리베이트 내역을 기록한 서류 등을 입수해 검찰에 제출했다.

‘성가롤로병원 사건’은 그 동안 관행으로 치부되어 왔던 제약업계와 병원계의 오랜 비리인 리베이트 문제를 제대로 규명할 수 있는 기회라는 점에서 주목되고 있다. 설립된 지 35년이 지난 성가롤로병원은 병상 5백55개에 직원 6백50명, 의사 70여 명으로 전남 지역에서 손꼽히는 종합 병원이다. 리베이트를 횡령한 당사자로 고소된 박씨는 30년 넘게 성직에 봉직해온 천주교 수녀이다.

이 때문에 현지에서는 검찰 수사 결과에 따라 사건의 파장이 천주교계로 번질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실제로 이번 사건과 관련해 천주교 광주대교구 주교와 순천지구 신부가 직접 움직였고, 로마교황청에서 조사관을 보내 사건을 조사했던 것으로 밝혀져 파장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35~36쪽 딸린 기사 참조).
수녀회가 운영하는 병원이 이 정도니…

<시사저널>이 입수한, 이 병원 약재부장과 경리과장 수녀가 작성한 서류에 따르면, 성가롤로병원의 리베이트 수수는 광범위하면서도 정기적으로, 오랜 기간에 걸쳐 이루어졌다. 성가롤로병원이 종교단체인 까리따스 수녀회가 운영하는 곳이라는 점에서 유추해보면 일반 병원의 리베이트 수수는 훨씬 크고 일반화해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에 따라 이번 사건을 계기로 결국 국민이 그 비용을 부담하게 되는 병원과 제약업계의 고질적인 리베이트 수수 관행을 뿌리 뽑아야 한다는 여론이 일고 있다.

서류에는 이름만 대면 알 만한 제약회사 30여 개의 이름이 나오는데, 성가롤로병원은 다양한 수법으로 이들로부터 리베이트를 받았다. 이 병원은 제약회사 1백20여 곳과 거래하고 있다. 우선 현금으로 받은 경우다. ㅅ사의 경우 한 품목 매출액의 20%를 현금으로 주겠다는 견적서를 병원에 냈다. ㅇ약품 관계자는 병원 관계자와 만나 “한 해에 한 번씩 매출액의 10%를 현금으로 냈다”라고 증언했다. 2002년 문서에 보니 실제로 이 회사가 1천만원을 현금으로 낸 사실이 기록되어 있었다.

병원이 구입한 물품을 제약회사가 대신 결제하는 수법도 있었다. 제약사들은 A4용지·팩스·공기청정기·전화기·밥솥 등 규모가 작은 것에서부터 1백76만원짜리 책장, 3백30만원에 달하는 테이블, 5백만원어치 내과 비품 등을 병원에 사주었다.

주유권이나 상품권을 주는 경우도 있었다. 문서에는 10만원짜리, 30만원짜리 상품권 수십 장이 병원측에 건네진 사실이 기록되어 있다. ‘기부금’ 형식을 빌려 병원이나 까리따스 수녀회에 거액을 기탁한 일도 있었다. 때로는 3천만원, 때로는 1천만원의 뭉칫돈이 이런 식으로 건너갔다.

성가롤로병원 서류에는 나와 있지 않지만 제약업계 사정에 정통한 한 관계자에 따르면, 제약회사들이 리베이트를 건네는 방법에는 두 가지가 더 있다. 하나는 법인카드를 주는 것이다. 월 매출이 3천만원일 경우 3백만원 정도가 한도인 법인카드를 병원 관계자에게 건네는 것이다. 최근 들어서는 기프트카드가 인기를 끌고 있다. 정해진 액수만큼 쓴 뒤 그냥 버리면 되므로 흔적이 남지 않기 때문이다.
리베이트 평균 액수는 매출액의 10%

리베이트를 받기 위해 성가롤로병원은 제약회사들과 이른바 ‘약정서’를 체결했다. 약정서에 따르면, 제약회사들은 제품에 따라 5~35% 리베이트를 주겠다고 병원측에 약속했다. ㅁ약품사는 ‘분기마다 총 매출액의 10%를 현금으로 지급한다’고, ㅎ약품사는 ‘주사제는 10%, 다른 약품은 5%를 몇 개월씩 모아서 지급한다’고, ㅅ약품은 ‘주사제 사용량의 20%를 2개월 후에 지급한다’고 약속하는 등 회사마다 지급 금액과 시기가 달랐지만 액수는 평균 10% 정도였다.

2004년 7월 이 병원이 중외제약으로부터 들여오던 수액을 교체하기 위해 업체들로부터 견적을 받았을 때 한 업체는 ‘매출액의 10%를 리베이트로 주겠다’고, 다른 업체는 ‘발전기금으로 1천만원을 내고, 매출액의 10%를 리베이트로 주며 항생제를 사용할 때는 20%를 주겠다’고 제안한 사실도 문서에서 확인되었다. ‘주사제에 대해 1개 사용할 때 7백20원씩 지급하되, 10만원 단위로 끊어 주유권으로 지급한다’고 약정한 업체도 있었다.

리베이트와 관련해 제약회사들을 상대한 병원측 창구는 약재부장 박씨였다. 일단 박씨가 이들로부터 상품권·현금·수표 등을 받아 경리과에 넘긴 것이다. 박씨가 기록한 장부에는 경리과에 돈을 넘긴 날짜와 금액, 그리고 받아간 수녀의 이름이 기록되어 있다. 물품일 경우 물품 이름 옆에 얼마짜리인지 금액까지 써놓았다. 박씨가 제약회사들이 약정서대로 돈을 주는지를 꼼꼼하게 챙겼다는 것을 보여주는 반증으로 해석되는 대목이다.

바로 이 부분에서 박씨와 노조의 주장이 엇갈린다. 박씨는 노조가 자신을 고소한 직후인 지난해 12월15일 기자회견문을 내고 “관행으로 자리 잡고 있는 비정상적인 상거래 구조에서 아무도 자유로울 수 없다는 점을 빌미로 한 모함이다”라고 항변했다. 자신은 업무 성격상 병원으로 들어오는 리베이트를 받는 역할을 할 수밖에 없었고, 들어온 돈을 꼬박꼬박 경리과에 입금했을 뿐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박씨는 기자의 취재 요청에 응하지 않았다.

그러나 노동조합과 일부 수녀들의 말은 박씨와 다르다. 이 병원 원무과장인 김정수 노조위원장은 “병원으로 들어와 직원들의 복리 후생에 쓰여야 할 돈 일부가 어디론가 사라졌다. 최근 따져보니 1998년 이후 제약회사들이 약정한 돈과 병원으로 실제 들어온 돈이 47억원 정도 차이가 난다”라고 주장했다(34쪽 상자 기사 참조). 익명을 요구한 한 수녀는 “약재부장은 장부에 기록한 돈만 경리과에 넘겨주었다. 2004년 6월 약재부장 서랍에서 우연히 현금 8백93만원이 발견된 사건이 있었는데, 이 돈은 장부 어디에도 기록되어 있지 않은 돈이다. 이것만 보아도 박씨의 말은 신빙성이 떨어진다”라고 말했다.

1998년부터 2004년 11월까지 성가롤로병원이 구입한 약품값은 3백88억여원이다. 하지만 이 기간 병원 경리과에 기부금으로 입금된 금액은 2억4천8백여만원에 불과했다. 평균 10%의 리베이트가 병원에 들어온다고 계산했을 때 38억원 정도는 입금되어야 하는데 턱없이 못 미치는 금액이다.

검찰, 리베이트 수수 진술 확보

약정대로라면 ㄱ제약은 2002년 1천만원을 이 병원에 주어야 했으나 경리과에는 3백20만원만 입금되었다. ㅇ사는 2002년 2천2백60만원을 주어야 했으나 4백60만원, 2003년에는 1천7백만원을 주어야 했으나 2백63만원만 입금되었다. ㅈ사는 2002년에 1천3백만원을 주어야 했으나 50만원만 들어왔고, 2003년에는 6백만원을 주어야 했으나 한푼도 들어오지 않았다. 제약업계 사정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업계 관행상 업체들이 약정 금액을 안 줄 수는 없다. 제약업체들 처지에서 만약 약속한 리베이트를 안줬다가 약재부장이 코드를 삭제하게 되면 더 이상 약을 납품할 수 없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노동조합은 병원에 약품을 공급하는 역할을 ㅇ사가 독점하는 것에 대해서도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7년 간이나 약품 납품권을 독점하는 것은 예가 없는 경우이기 때문에 박씨와 무언가 커넥션이 있다고 보고 조사하고 있다. 병원의 한 관계자는 “도매상을 바꾸려고 다른 도매상을 불러 병원이 사용하는 약품 명단을 보여주며 논의한 적이 있는데, 그는 자기한테 납품권을 주면 전체 매출액의 8%를 병원에 주겠다고 했다”라고 말했다. ㅇ사가 독점 대가로 상당한 이득을 챙기고 있고, 그것이 어떤 방식으로든 박씨와 연관이 있을 것이라고 보는 것이다.

전남 광주에 본사가 있는 ㅇ사는 1997년 9월 성가롤로병원이 종합 병원으로 성장하는 것과 때맞추어 창업해 이 병원에 연 60억원어치씩 약품을 납품해왔다. ㅇ사 고위 관계자는 “정상적인 마진 외에 다른 돈을 챙긴 적이 없다. 병원측에 돈을 줄 때도 전부 기부금 처리를 했다”라며 문제될 것이 전혀 없다고 주장했다.

이 사건을 수사하고 있는 순천지방검찰청은 이미 병원측에 리베이트를 주었다는 일부 제약회사 관계자의 진술을 확보하고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정석우 형사3부장은 “관련된 제약회사가 스무 군데가 넘어 조사에 애를 먹고 있지만 1월 안에 수사를 끝낼 수 있을 것 같다”라고 밝혔다. 정부장은 “뻔한 사항인데 당사자들이 부인하면 밝히기가 쉽지 않은 것 아니냐. 고소인측 주장이 좀더 개연성이 있어 보이지만 (피고소인의 혐의를) 입증하기가 쉽지만은 않다. 노력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서울 지역에 있는 한 제약회사 고위 관계자는 “업계에서는 순청지청의 수사가 초미의 관심사다. 결과를 지켜보고 있다”라고 말했다. 또 다른 제약회사 관계자는 “올 것이 왔다는 생각이 든다”라고 말했다. 그 동안 사회 각 부문에서 관행으로 자리 잡았던 부정 비리가 타파되어 왔는데 이제 제약업계 차례가 되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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