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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감옥으로 날 보내주오”

외국 교도소에 수감된 한국인 죄수들

신호철 기자 ㅣ eco@sisapress.com | 승인 2005.02.14(Mon)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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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을 받더라도 한국에 가서 받고 싶다.” 영국 링컨 모톤 교도소에 수감된 한국인 채 아무개씨(27)는 청춘을 차갑고 낯선 이국의 감옥에서 보내고 있다. 그녀는 2002년 11월 마약을 가지고 영국 공항을 통과하다가 경찰에 붙잡혔다. 아는 언니에게 속아 내용물이 무엇인지도 모른 채 가방 전달 심부름을 한 것이 화근이었다. 영국 법원은 징역 42개월(이후 석방 심사)형을 선고했다.

채씨는 2003년 초 현장 조사를 위해 면회 온 한국 검사에게 “말도 안 통하는 이곳에서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할지 캄캄하다”라며 한국 교도소로 보내달라고 하소연했다. 하지만 그녀의 바람은 실현되지 못했다. 당시에는 영국과 한국 사이에 수형자를 넘겨주는 제도가 없었기 때문이다.

채씨와 같은 처지인 한국인이 들으면 반가울 소식이 생겼다. 지난 1월24일 법무부는 외국인 수형자를 자국으로 보내 징역을 마치게 하는 ‘유럽 수형자 이송 협약’에 가입하라는 초청장을 유럽평의회로부터 받았다고 밝혔다. 채씨에게 복역 2년 만에 드디어 한국 교도소로 이송될 길이 열린 것이다. 유럽수형자이송협약은 유럽뿐만 아니라 미국·일본 등 57개국이 가입한 다자간 조약이다. 이 조약에 따르면, 복역 기간은 외국 사법부가 내린 판결에 따르지만, 감형·가석방 권리는 한국 정부에 있다. 물론 수형자 본인과 양국의 동의를 받는 절차는 있다. 이르면 오는 8월부터 외국에 있는 한국인 수형자에게 협약이 적용된다.

해외에 수감된 한국인 수형자가 얼마나 되는지 정확한 통계는 없다. 2004년 말, 외교부 국정감사 때 공개된 자료를 바탕으로 5백58명이라고 보도된 적이 있었다. 하지만 이는 2001년 1월부터 2004년 7월까지 한국인이 외국에서 구속된 사례를 집계한 것으로, 그 전부터 구속된 사람 수는 빠져 실제 재소자 수와는 차이가 있다(25쪽 표 참조). 이 통계만 놓고 보면 해당 기간에 일본이 3백15명으로 구속자가 가장 많았고 중국이 1백32명, 미국 24명 순이었다.

2004년 9월 법무부는 중국 교도소에 있는 한국인이 1백53명이라고 밝힌 바 있다. 중국 법정에서 징역 10년 이상 중형을 받은 한국인은 22명이다. 중국은 유럽수형자이송협약에 가입되어 있지 않다.

한국인들이 외국 감옥에 갇히게 된 사연은 다양하지만 특히 두드러진 것이 마약 관련 범죄다. 지난 3년 반 동안 구속된 한국인 5백58명 가운데 50명이 마약 사범이었다. 한국인이 연루된 국제 마약 사건으로 가장 유명한 것은 2002년 발생한 나이지리아 마약 조직 사건이다. 한국의 이태원을 무대로 활동하던 나이지리아 마약 조직이 한국 대학생·회사원 12명(10명은 여성)을 유인해 마약 운반책으로 삼았던 세계적 사건이었다.

‘공짜 해외 여행’이라는 꼬임에 빠진 한국인들은 마약이 든 가방을 전달받아 세계 각국의 공항을 드나들었다. 2002년 6월 전 아무개씨(24)와 러시아 동포 손 아무개씨(25) 등 4명이 일본 공항에서 마약을 소지한 혐의로 붙잡혀 각각 징역 4년~5년 6월을 선고받았다. 2002년 12월에는 네덜란드 스키폴 공항에서 코카인을 운반하던 박 아무개씨(29)와 또 다른 박씨(36)가 잡혀 징역 3년을 선고받았다. 브라질에서도 2명이 비슷한 과정으로 체포되었다. 영국 링컨 모톤 교도소에 수감된 채씨도 바로 이 나이지리아 마약상에게 걸려든 희생자였다. 감옥 안 인종 차별 상상 초월

마약 조직의 두목인 나이지리아인 오비오하 프랭크 친두(39)는 2003년 10월 독일에서 체포되었는데, 어이없게도 2004년 5월21일 덴마크 감옥에서 탈옥해 한국 수사 당국을 허탈하게 만들었다. 서울중앙지검 관계자는 “프랭크는 인터폴에 수배되었는데 아직 검거되었다는 소식을 들은 바 없다. 한국 피의자 중에는 무고한 사람도 있기 때문에 그가 진작 체포되었다면 재판 결과가 달라질 수 있었다”라며 안타까워했다.

마약 이외의 범죄로는 절도(41명)·사기(35명) 순이다. 일본의 경우 전체 한국인 구속자 3백15명 가운데 2백50명이 ‘기타 범죄’로 분류되어 있는데, 주일 한국대사관 관계자는 ‘기타’의 세부 내용에 대해 “여권 위조 등 불법 체류와 관련된 사람들 또는 범죄 내역이 통계에 잡히지 않은 사람들이다”라고 설명했다.

미국이나 영국 교도소는 일반적으로 한국 교도소보다 복지 시설이 좋다고 알려져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한국인들은 고국으로 돌아가기를 바란다. 채씨처럼 언어·문화적 고립감은 수형자에게 ‘2중의 징역’이기 때문이다.

동양인들은 감옥에서 인종 차별에 시달리기도 한다. 미국 교도소의 경우 히스패닉과 흑인이 주도권을 잡고 동양인을 놀리는 경우가 많다. 체구가 작고 어려 보이는 한국인 수형자를 상대로 성희롱이나 강간 사건도 빈번하다. 캘리포니아 놀코 교도소 수감자를 인터뷰했다는 미주 한국일보 김경원 기자는 “감옥 안에서 동양인들은 바깥보다 더 심한 차별을 받는다. 내가 인터뷰한 남성 한인 죄수는 ‘밤이 오는 것이 괴롭다’며 성폭력 실태를 털어놓았다”라고 말했다.“한국 가야 감형·가석방 쉽다”

다른 이유로 한국 교도소행을 원하는 사람들도 있다. 미국 로스앤젤레스 영광교회 이수민 목사(미주 자국민보호위원회 회장)는 6년 전부터 미국 감옥에 수감된 한인들을 한국으로 송환하자는 운동을 벌여왔다. 그는 “미국 사법제도와 한국 사법제도가 크게 다르다. 미국 법정이 한국보다 형량이 무거운 데다 감형·가석방이 어렵다”라고 말했다. 한국 사법 당국 관할로 옮겨 감형이나 가석방을 기대하겠다는 뜻이다.

외교부 관계자는 “한국 정부가 감형과 가석방을 남용할 경우 외국 정부가 한국인 수형자들을 넘기기 꺼리게 된다”라며 지나친 기대를 경계했다. 또 외교는 상호주의 원칙을 따르기 때문에 자국민 수형자를 봐줄수록, 한국에서 범죄를 저지른 외국인에 대해서도 같은 호의를 베풀어야 한다. 현재 한국 감옥에 있는 외국인은 유럽인 51명, 미국인 38명, 일본인 9명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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