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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저널

"동물과 인간의 경계는 없다"

제인 구달 박사 인터뷰/"대형 유인원 보존 계획은 생명 사랑 운동"

박성준 ㅣ snypesisapress.com.kr | 승인 2003.11.11(Tue)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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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인 침팬지 연구가이자 동물애호가·환경운동가인 제인 구달 박사(70)가 1996년에 이어 또다시 한국을 찾았다. 이번에 방한한 목적은 한국 청소년들에게 자연의 소중함을 일깨우고, 최근 서울대 최재천 교수가 설립한 한국영장류연구소를 돕기 위해서다. <시사저널>은 지난 11월10일 오전, 서울 힐튼호텔에 마련된 작은 회의실에서 그녀를 인터뷰했다. 새벽부터 조찬 모임을 강행한 탓인지 조금 피곤해 보였지만, 그녀는 인터뷰 내내 작지만 분명한 목소리로 질문에 답했다.

오는 11월 말 프랑스 파리에서 구달 박사가 ‘원숭이 특사’로 관여하고 있는 대형유인원생존계획(The Great Apes Survival Project·GRASP)의 예비 회의가 열리는 것으로 알고 있다. 어떻게 해서 이런 프로젝트가 시작되었나?
우선 바로잡을 게 있다. 처음에는 원숭이 특사였지만, 지금은 그 계획의 고문으로 일을 돕고 있다. 대형 유인원이 살고 있는 콩고 지역의 상황은 최악이다. 인도네시아 오랑우탄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모두가 육식 고기를 얻기 위한 사냥, 그리고 불법적인 벌목으로 인해 서식지가 파괴되면서 벌어진 일이다.

보존 계획은 현재 어떤 상황인가?
지금은 모든 일이 체계화해 있으며 보존 계획을 위해 관련 전문가와 단체들을 모으고 있는 단계다. 현재 이 계획을 위해 대형유인원생존계획을 비롯해 대형유인원헤리티지·유엔개발계획(UNDP)·콩고분지삼림계획(Congo Basin Forest Initiative) 등 다섯 가지 계획이 진행 중이다. 이 중 콩고분지산림계획에 현재 6천만 달러가 모여 돈이 가장 많다. 미국이 절반을 기부했고, 나머지는 유럽연합 국가들이 부담했다.

대형 유인원의 멸종 위기가 어느 정도인가?
매우 심각하다. 100년 전만 해도 아프리카에는 침팬지가 100만 마리 가까이 있었다. 고릴라 보노보 오랑우탄도 비슷했다. 정확한 숫자는 나오지 않았지만 오늘날 지구에 존재하는 침팬지의 개체 수는 15만 마리에 불과하다. 특히 심각한 것은 이들이 아프리카 중부의 21개국에 흩어져 있다는 것이다. 숫자가 적은 데다 서식지가 고립되어 상황이 매우 어렵다.

대형 유인원 보존 대책을 성공시키기 위한 가장 중요한 요인은 무엇인가?
첫째가 설득(persuade)이요, 둘째가 동의(agree)이며, 셋째는 협력(join)이다. 우선 대형 유인원이 ‘자기 것’이라는 사고부터 버려야 한다. 그러나 인간은 이기적이어서, 보존에는 동의하더라도 어떤 주제에 대해서는 상반된 입장을 보이기도 한다.

예를 든다면?
벌목을 둘러싼 이해 대립이 대표적이다. 어떤 나라는 자기네는 벌목과는 전혀 관련이 없다고 주장한다. 또 다른 나라는 벌목을 규제하는 데에는 찬성하지만, 고기를 얻기 위해 대형 유인원을 사냥하는 것을 규제하는 일에 대해서는 난색을 보인다.

아프리카를 무대로 활동하는 대형 기업의 협조 여부도 중요하다고 본다. 기업들은 어떤 태도를 보이고 있는가?
적지 않은 회사가 협조 자세를 보이고 있다. 가령 세계 최대의 벌목 회사로 꼽히는 시비아이(독일 국적의 회사)는 실제 원숭이 서식지의 식물상·동물상을 어떻게 다뤄야 할지를 설명한 지침을 작성해 이를 실천하고 있으며, 인부들에게도 지침서를 나눠준다.
요즘 아프리카에서는 석유 탐사와 개발이 한창이라는데, 그것은 문제가 되지 않는가?
석유 탐사는 별 문제가 없다. 벌목하는 회사가 훨씬 더 심각한 문제다. (자신의 손바닥을 가리키며) 여기가 벌목 지역이라고 치자. 우선 벌목 회사는 목재를 실어 나르기 위해 길을 낸다. 그러면 곧 차가 다니게 되고, 관광까지 시작되어 인간을 불러모은다. 이것이 원숭이 서식지에는 결정적인 영향을 준다. 내가 알기로 코노코(세계 굴지의 석유 메이저)는 숲을 해치지 않고서도 유전 자원이 있는지 여부를 판별할 첨단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고 들었다. 벌목 회사말고는 휴대전화 제품을 만들 때 원료로 쓰는 콜탄 문제도 심각하다. 콜탄을 채굴하느라고 콩고 동부 지역의 산림이 심각하게 훼손되고 있다.

좋은 소식은 없는가?
아프리카 가봉 대통령은 최근 자국에 국립공원 13개를 지정해 보존하겠다고 발표했다. 6개국이 공동 참여하는 콩코 분지 프로젝트 또한 자기네 기금을 국립 공원을 새롭게 조성하는 데 쓰고 있다. 아프리카의 다른 나라, 최소 3개국에서 대형 유인원 서식지 내 벌목을 금지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아직 실현되지 않은 계획이지만, 원숭이 서식지에서 벌목을 금지하는 대신 생태 관광을 벌이는 데 상당한 열의를 보이고 있다. 사실 벌목에 관한 한, 유럽 회사보다는 아시아 계열 회사들이 훨씬 더 파괴적이다.

대형 유인원을 보존하려는 계획이 인간에게는 어떤 의미를 갖는가?
대형 유인원은 인간에게는 검은 얼굴을 한 가장 가까운 친척이다. 이들은 인간과 동물을 명백히 구분할 경계가 없다는 점을 우리에게 가르쳐준다. 이들의 존재는 인간의 진화 경로를 알려주기도 한다. 이런 존재를 사라지게 한다는 것은 우리의 손자·증손자를 비롯한 후손에게 큰 오점이 될 것이다. 야생 유인원이 앞으로 50년 후 동물원보다 더 열악한 상황에 놓인다면 얼마나 불행한 일이 되겠는가.

대형 유인원 멸종을 막기 위한 국제 사회의 노력에 한국인이 할 수 있는 일은?
국제적 노력에 한국이 동참하고 있다는 것은 반가운 일이다. 최박사(서울대 최재천 교수)의 영장류연구소는 이같은 공동 노력에 선구 역할을 할 수 있다. 앞으로는 대형 유인원 보호를 위한 대중적인 운동이 일어나길 바란다. 나는 내가 벌이는 ‘뿌리와 새싹’ 운동(침팬지 보호를 비롯한 일종의 생명 환경 교육 운동)을 통해, 한국의 아이들도 세상의 모든 문제에 대해 대화할 수 있기 바란다. 아프리카에는 인간의 남획 탓에 고아가 된 침팬지도 많다. 나는 한국의 아이들이 고아 침팬지 돕기에도 참여하기를 바란다. 또 젊은 학생들도 아프리카를 찾아 일할 수 있으면 좋겠다. 이같은 일이 우리가 공동으로 지향하는 생명 사랑 운동에 큰 몫을 할 것이라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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