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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촌 새 프로젝트 '고릴라 살리기'

대형 유인원 구명 위한 논의 ‘꿈틀’…침팬지·오랑우탄도 멸종 위기

박성준 ㅣ snype00@sisapress.com | 승인 2003.11.11(Tue)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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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릴라·오랑우탄·침팬지·보노보는 누가 뭐라고 해도 변함없는 ‘인류의 사촌’이다. 분류학상 ‘대형 유인원(Great apes)’에 속하는 이들은 인간과 유전자를 96% 이상 공유하고 있다. 특히 침팬지는, 겹치는 부분이 98.4%에 이를 정도로 인간에 가깝다.

대형 유인원이 인간과 더 가까워질 수 있었던 것은 1985년에 작고한 고릴라 연구가 다이언 포시, 그리고 최근 한국을 찾은 제인 구달(88~89쪽 인터뷰 참조) 등 일부 동물행동학자들의 평생을 건 노력 덕분이었다. 다이언 포시는 아프리카 르완다의 산악 지대에서 고릴라의 친구가 되었으며, 제인 구달은 케냐의 곰비 강에서 침팬지의 식구가 되어 그들과 함께 늙었다. 이를 통해 이들은 대형 유인원이 인간과 별반 다르지 않으며, 때로는 인간보다 훨씬 더 진한 휴머니즘을 가질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해 보였다.

그러나 대형 유인원과 그 사촌인 인간은 결정적인 차이가 있었다. 대형 유인원이 자연을 엄마 품으로 생각하고 산 반면, 그 사촌인 인간은 엄마 품을 떠나 엄마에게 거역하고, 심지어 엄마를 정복하려 들었다. 인간은 한 배에서 난 사촌을 처참하게 짓밟기도 했다. 그 결과, 사촌지간의 운명은 특히 현대에 들어 판이해졌다. 대형 유인원은 현재 절체절명의 멸종 위기에 내몰렸다. 유엔환경계획(UNEP)의 클라우스 퇴퍼 박사는 이처럼 심각한 상태를 ‘자정이 될 때까지 1분만 남은 상황’이라고 빗대기도 했다.

오는 11월26일부터 28일까지 프랑스 파리에서는 이들 대형 유인원과 인간을 화해시키기 위한 뜻깊은 회의가 열린다. 유엔환경계획과 유네스코가 공동 주관해 ‘대형 유인원 살리기 계획(GRASP)을 위한 정부간 전문가 회의’의 제1차 예비 회의를 여는 것이다. 이 회의의 궁극적인 목적은 멸종 위기에 직면한 대형 유인원 보호 대책을 내놓겠다는 것이다. 이 회의의 논의 결과는 2004년 12월 이전 열릴 본회의에 상정된다.

유엔환경계획과 유네스코는 최근 회의를 개최하기 앞서 대형 유인원이 살고 있는 세계 23개국에 긴급 회의를 열기 위한 ‘사발통문’을 돌렸다. 두 국제 기구는 또 지난해 9월 남아프리카공화국 요하네스버그에서 열린 세계환경회의 때 제출했던 보고서를 바탕으로, 유인원별 위기 현황과 최근의 보호 실적, 범세계적인 대책의 필요성 등을 서술한 토론 자료도 준비했다.
오늘날 대형 유인원은 상상 이상으로 심각한 멸종 위기에 직면해 있다.
먼저 고릴라. 아프리카 대륙의 대서양 연안국인 나이지리아와 카메룬 국경 지역에는 1980년대만 해도 고릴라 3개 아종 가운데 하나인 ‘웨스턴 로우랜드 고릴라’가 1천5백 마리 있었다. 그러나 최근의 조사 결과 생존한 고릴라는 1백50~2백 마리. 2001년의 한 조사에 따르면, 또 다른 아종인 ‘이스턴 로우랜드 고릴라’(주로 콩고민주공화국 북부 지역에 서식)도 불과 5년 사이 80~90%가 사라진 것으로 조사되었다. 마지막 아종인 ‘마운틴 고릴라’(주로 부룬디·우간다·르완다 국경의 화산 지대에 서식)도 최근 3백 마리 정도만 남은 상태다.

20년 전까지만 해도 아프리카 대륙의 고릴라 개체는 최소 10만 마리 이상이었던 것으로 알려진다. 하지만 최근 전문가들은 전체 개체가 1만 마리를 넘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유엔환경계획과 유네스코의 토론 자료는 이같은 조사를 바탕으로 고릴라가 ‘전반적인 멸종 상태’ 또는 ‘심각한 멸종 상태’에 놓여 있다고 규정했다.

식용 위한 남획이 멸종 위기 부른 주범

아프리카 대륙 적도 연안에서부터 내륙 깊숙이까지 폭넓은 지역에 분포하는 침팬지나, 이보다 작은 침팬지 종류로서 콩고민주공화국 내륙 지역에서만 서식하는 보노보(일명 ‘피그미 챔팬지’), 그리고 인도네시아의 수마트라와 보르네오에 사는 오랑우탄도 멸종 위기에 몰리고 있기는 마찬가지다. 1980년대 말 14만5천~23만 마리가 있었던 침팬지 ‘서부 아종’(개체 수가 가장 많음)은 오늘날 10만5천 마리 이하로 줄었다. 오랑우탄 또한 1980년대 말 18만 마리에서 현재에는 3만~5만 마리만 남은 상태다.

이처럼 대형 유인원의 개체 수가 급감하게 된 가장 중요한 요인은 개발에 따른 서식지 훼손, 식용과 실험용으로 쓰기 위한 밀렵 등 인간의 행위였다. 아프리카 고릴라는 매년 2.1%씩 서식지를 잠식당하고 있으며, 인도네시아와 말레이시아의 오랑우탄은 매년 5%씩 보금자리를 잃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침팬지 연구가로 출발해 지금은 환경운동가로도 활동하고 있는 제인 구달이 상황을 매우 비관적으로 보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그녀는 최근 한국에서도 출판된 <생명 사랑 10계명>(바다출판사)에서 특히 식용을 위한 남획을 걱정했다. ‘야생 고기 거래를 관리하는 데 각국이 협력해 조처를 취하지 않으면, 앞으로 10~15년에 아프리카 중서부 숲에서 모든 영장류와 많은 동물이 멸종할 것’이라고 경고한 것이다.

유엔환경계획과 유네스코 그리고 ‘대형 유인원 생존 계획’이 대형 유인원 살리기에 팔을 걷어붙이고 나선 것은, 유인원이 인간을 빼닮은 데서 오는 동정심 때문만은 결코 아니다. 전문가들에게 대형 유인원은 인간 생존 환경의 악화 여부를 가늠할 주요 지표 동물(indicator)로 이해되고 있다. 즉 대형 유인원의 생존·멸종 여부는 인간의 지속 가능성 여부와 직결되어 있다는 것이다. 바로 이 때문에 유엔환경계획은 아예 대형 유인원 멸종이 ‘인간 기원의 연결 사슬을 파괴하는 일일 뿐 아니라, 인간성의 일부를 파괴하는 행위’라고 규정해 왔다.

유엔환경계획·유네스코는 대형 유인원 감소 추세가 위기 상황을 지나 비상 상황으로 전환될 무렵인 2000년 대형 유인원 생존 계획을 출범시켰다. 오는 11월 말 파리에서 열리는 제1차 예비 회의에서는 이를 위해 대형 유인원 서식지에서의 벌목 행위 금지, 대형 유인원에 대한 수렵·거래 금지 대책과 함께 이를 실행할 강력한 법적·제도적 장치를 마련할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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