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형철 유엔 주재 북한대사 인터뷰
  • 이창주 편집자문위원ㆍ코네티컷 대학 교수 (sisa@sisapress.com)
  • 승인 2000.09.1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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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형철 유엔 주재 북한대사 인터뷰/“테러국 해제 문제 진전 있어야”
8월25일 오전 10시에 리형철 유엔 주재 북한 특명 전권대사와 만나기로 약속했으나 교통 체증으로 30분 늦게 뉴욕 맨해튼 2번가 애비뉴 외교센터 13층에 위치한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유엔대표부에 도착했다. 북한에서 온 여비서가 연신 미소를 지으며 친절히 안내했다. 리대사와 반갑게 악수를 나누고 응접실로 자리를 옮겨 담배 한 대를 교환하는 것으로 인터뷰를 시작했다. 이 자리에는 동포 사회를 담당하고 있는 차승남 참사가 배석했다. 북·미 관계가 급박하게 돌아가고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이 유엔 밀레니엄 정상회의에 참석해, 대표부는 과거에 비해 인원이 늘어나 있고 분주한 모습이었다.

김영남 위원장이 유엔 총회에 참석한 것은 그동안 미국이 희망하던 북조선 고위급 인사 방미와도 관련이 있다고 보는데, 이번에 워싱턴을 방문하게 되는가? 전문가들은 김위원장과 앨 고어 부통령 간에 고위급회담이 예정되어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아직 모른다. 저 사람들(미국 행정부)이 무엇인가 분명한 것을 내놓지 않고 있다. 기다리고 있는 중이다. 그동안 떠들어만 왔지 아직까지 실제적으로는 과거와 똑같다. 우리는 이번이 중요한 시점이라고 본다. 만나려면 클린턴 대통령도 만나야지.

헌법상 대외적으로 국가를 대표하는 김영남 위원장이 유엔 밀레니엄 정상회의에 참석한 것은 북·미 최고위급회담이 열릴 수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둔 때문이 아닐까. 이 부분에 대해 사전 협의가 있었는가?

가능할 수 있다. 필요하다면 국가를 대표하는 사람끼리 만나 호상 문제를 논의할 수 있는 것이다. 우리 장군님이 말씀하신 대로 미국이 테러국 문제에 성의를 보인다면 북·미 수교를 할 준비가 되어 있다. 고위급회담 개최 문제는 그동안 누차 논의되어 왔다. 클린턴 대통령이 알아서 할 일이다. 이제 말이 아닌 행동으로 보여주어야 할 것이다.

리대사가 말한 뜻과 흐름을 대략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서울에서 전하는 보도에 따르면 뉴욕에서 김대중 대통령과 김영남 상임위원장 간에 회담이 이루어질 것이라고 한다. 구체 일정이 잡혀 있나?

현재 한국의 대표부와 협의하고 있지만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 다른 일정들도 고려해야 되고, 아직까지 모든 것이 미정이어서 결과를 좀 두고봐야 할 것 같다.

역시 최대 관심은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서울 방문이다. 일설에 따르면 북·미 관계와 밀접한 연관이 있다고 하는데, 언제쯤 실현될 것으로 보는가?

장군님은 약속을 대단히 중요하게 생각하기 때문에 서울 방문은 분명히 이루어질 것이다. 그러나 그 시기를 내가 말할 수 있는 위치가 아니며 알지도 못한다. 주변의 여러 가지 사정을 판단하여 결정할 것으로 본다. 우리 공화국에는 많은 외교적 일들이 전개되고 있다.

국제 사회를 놀라게 한 지난 6월의 역사적인 남북 정상회담이 누구 작품이냐를 놓고 의견이 분분하다.

두 말할 것도 없이 우리 장군님이 이루어 놓은 것이다. 장군님의 결단 없이 어떻게 가능한가. 김대중 대통령도 놀랐다고 하지 않았나. 딴생각을 가지고 있는 주변 국가들에게 우리 문제는 우리가 자주적으로 해결한다는 높은 뜻을 보인 것이다. 그동안 이들은 북남 대화를 하라고 하면서 민족 문제에 개입하려고 하였고, 남한 정부는 이들을 통하여 해결하려고 하였다. 공조체제 어쩌고 하면서 우리가 해결해야 될 일들을 외세와 더불어 하려고 하니까 그들의 불필요한 개입 야욕을 키워 준 것이다.

북한에 대한 재미 동포 사회의 인식이 새롭게 변하고 있고, 여러 형태로 교류를 희망하는 현상들이 나타나고 있다. 그러나 접촉 창구가 불투명해 대표부가 어떤 역할을 하는지 궁금해 하고 있다.

우리 공화국은 재미동포연합을 유일하게 권한을 부여받은 동포 단체로 인정하고 있으며, 이 단체에 동포의 창구 역을 맡기고 있다. 대표부는 중요한 사항들만 취급하고 있다. 일반 동포들은 재미동포연합을 통해 관심 있는 분야를 협의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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