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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네시아 새 정부 앞길 험난

인도네시아 와히드 대통령·메가와티 부통령 체제 출범… 부패 청산·사법 개혁 등 과제 산적

崔寧宰 기자 ㅣ 승인 1999.11.04(Thu)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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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 유혈 충돌과 혼란을 끝내고 인도네시아가 마침내 새로운 시대를 열었다. 이번에 대통령·부통령으로 당선된 압둘라만 와히드와 메가와티 수카르노푸트리는 모두 수하르토 시절의 부패 정치와는 거리가 먼 인물이다. 세계 4위 인구 대국을 이끌게 될 이 두 사람은 과거의 어느 정치인보다 정직하고 공정하다고 평가되고 있다.

부통령 메가와티는 인도네시아의 대표적인 민주 인사로 잘 알려져 있다. 그런데 대통령인 와히드는 상대적으로 외국인에게는 낯선 인물이다. 하지만 인도네시아 국내에서 와히드는 대단히 지적이고 유머를 갖춘 지도자로 인정받고 있다. 특히 그는 여러 언어에 능통하다. 그는 카이로의 알아즈하 대학에서 신학을 전공했고, 60년대 후반에는 바그다드 대학에서 문학을 공부했다.

‘구스 두’로 불리는 와히드는 대중에게 대단한 인기를 얻고 있다. 이는 무엇보다 그의 도덕성 때문이다. 인도네시아 국민은 그가 도덕적으로 의심할 여지가 없는 인물이라고 믿는다. 그는 조직원이 3천5백만이나 되는 인도네시아 최대 이슬람 조직 나들라툴울라마(NU)를 이끌고 있다. 이슬람 조직 지도자이면서도 그는 ‘정교(政敎) 분리’입장을 지키는 인물로 알려져 있다. 그래서 그는 항상 지지자들에게 다른 종교를 존중하고 인도네시아 경제를 좌우하는 화교를 보호하라고 설교한다. NU는 이슬람 근본주의를 경계하기 위해 만들어진 조직이다.

민주화 길 함께 걸은 ‘개혁 콤비’

와히드는 개혁주의자이다. 그는 수하르토 체제를 가장 강력하게 비판한 정치가였다. 그는 절친한 친구인 메가와티 여사가 야당 세력에 몸을 담기 훨씬 이전부터 민주화 그룹에서 활동했다. 대통령에 당선한 뒤 첫 기자회견에서 그는 “정부는 반드시 정직해야만 하고 국민에게 거짓말을 하지 말아야 한다”라고 말했다. 이 발언은 밀실 정치와 부패에 물들어 있는 옛 정치인을 겨냥한 것이다.

그는 군부가 저지른 인권 탄압에 대해서도 매우 비판적이었다. 그는 한때 분리 독립 운동이 거센 아체 지역에서 독립 여부를 결정하는 주민 투표를 실시하자고 주장해 군부를 긴장하게 만든 적도 있다.

대통령·부통령이 모두 개혁적인 인물로 바뀌었지만 인도네시아가 안고 있는 경제적·정치적 어려움은 그대로 남아 있다. 와히드와 메가와티는 이제 야당 시절처럼 개혁에 대한 선명성이 아니라 실제로 국정을 이끌어가는 능력으로 평가되어야 할 처지가 되었다.
두 사람은 우선 식량 부족 문제를 풀어야 한다. 오는 12월은 이슬람이 가장 성스럽게 여기는 라마단이 시작되는 달이다. 이 때쯤이면 항상 식량 공급이 문제가 된다. 특히 가난한 이슬람 지역에 식량이 제대로 공급되지 않을 경우 새 정부는 출범 초기부터 흔들릴 가능성이 있다.

그 다음 문제는 발리 은행 비리이다. 발리 은행의 공공 자금은 하비비 대통령의 선거 자금으로 불법 유용되었다. 국제통화기금·세계은행·아시아개발은행과 일본은 인도네시아에 지원하기로 한 47억 달러 차관을 발리 은행 비리 수사와 연계할 계획이다. 인도네시아 당국이 이 문제를 제대로 수사하지 않는다면 차관을 끊겠다는 것이다. 이 사건이 잘 해결될 몇 가지 조짐은 있다. 인도네시아 당국이 하비비 전 대통령의 측근이자 비리 용의자를 속속 밝혀내고, 의회가 이 은행을 감사하기 시작한 것이다.

새 정부가 다음으로 할 일은 내년도 예산을 빨리 짜서 올해 말까지 의회에 제출하는 것이다. 인도네시아의 경제 정책 결정자들은 전통적으로 균형 예산을 편성해 왔다. 의회도 이를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와히드·메가와티 정부는 새로 편성할 예산에 저소득층을 위한 지출을 늘릴 계획을 갖고 있다. 이런 원칙을 따르다가는 자칫 재정 적자가 나기 쉽다. 이는 국제통화기금이 제한하는 사안이다. 결국 부유층을 위한 지출을 줄일 도리밖에 없다. 만약 새 정부의 개혁 정책이 기득권층의 저항을 돌파한다면 그동안 집권 골카르당 엘리트가 누려 왔던 각종 경제 혜택을 끊는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다.

악명 높은 사법 체제도 개혁 대상이다. 사법 개혁에 대한 공감대는 이미 널리 퍼져 있다. 하지만 이는 여전히 민감한 문제이다. 와히드 대통령은 11월 말께 최고 법정까지 개혁할 수 있는 사법제도개혁위원회를 설치할 예정이다. 하지만 사법 제도를 너무 빠른 속도로 바꾸는 것을 경계하는 목소리도 있다.
군부와 관계를 어떻게 설정하느냐도 큰 숙제이다. 군부는 현재 동 티모르에서 있었던 대량 학살과 파괴를 지원했다는 비난을 받고 있다. 그런데 인도네시아 내부에서 동 티모르 문제는 의회가 독립을 승인하고 유엔에 모든 문제를 넘겨주는 쪽으로 결론이 나고 있다. 동 티모르 독립을 의회가 승인한 뒤부터 인도네시아군은 동 티모르 문제에서 손을 떼기 시작했다. 동 티모르와 서 티모르 접경 지대의 반독립파 민병대를 동 티모르로 쫓아보내고 동 티모르 난민을 고향으로 돌려보내기 시작하는 등 동 티모르 반독립파 민병대를 지원하는 방침을 바꾸기 시작했다. 이 모든 조처는 정치권이 압력을 넣었다기보다는 군부 스스로 진행하는 사안이다. 새 정부는 군부의 이런 변화와 판단에 맞추어 새롭게 관계를 설정해야만 한다.

광활한 인도네시아 영토 곳곳에서 일어나는 분리 독립 운동을 처리하는 문제는 아마 두 사람에게 가장 큰 골칫거리가 될 것이다. 와히드와 메가와티는 모두 인도네시아에서 가장 크고 인구가 많은 자바 섬 출신이다. 그래서 소수 민족과 다른 섬들의 분리 독립을 기본적으로 반대하고 있다. 실제로 와히드 대통령은 취임 연설에서 상당 부분을 민족 단결과 영토 보존을 강조하는 데 썼다. 그러나 만약 두 사람이 이 문제에 대해 더 유연한 태도를 가지려고 해도 군부가 이를 허용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실세 아닌 상징적 인물”… 국정 수행 능력 미지수

전문가들은 인도네시아가 육체적으로든 정치적으로든 강력한 지도자를 필요로 한다고 본다. 그러나 새 대통령 와히드는 2년 전부터 병에 시달려 왔다. 한쪽 눈은 완전히 실명이고 나머지 한 눈도 거의 장님에 가깝다. 그는 보조자가 없을 경우 대통령 직을 수행하기도 어려운 실정이다. 이들은 또 종교 정당 지도자로 태생적 한계를 갖고 있는 와히드가 과연 까다롭고 보수적인 이슬람 정당들과 수하르토 정부 시절부터 육성된 정·교 분리 전통을 갖고 있는 관료를 융화시키며 이끌고 갈 수 있을지 의문을 낳게 한다. 비판론자들은 메가와티 또한 수동적인 태도 때문에 국정 수행 능력이 떨어진다고 본다. 결국 두 사람은 실세라기보다는 상징적인 인물이라는 지적이다.

새 정부에 대한 평가와 전망이 엇갈리고 있지만 가장 중요한 포인트는 인도네시아를 보는 외국의 시각이다. 인도네시아 경제의 목줄을 서방 국가가 쥐고 있기 때문이다. 서방은 대통령 선거를 전후해서 이 나라 내부에서 일어난 변화를 일단은 긍정적으로 보기 시작했다. 스탠리 로스 미국 국무부 동아시아 차관보는 이제 인도네시아가 안정 상태에 들어갔고 혼란은 더 이상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10월21일 스탠리 피셔 국제통화기금 부총재는 인도네시아에 대한 차관 공여가 수주일 안에 재개되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전세계는 이번 인도네시아 선거를 권위주의 몰락, 민주화, 40여년 만에 이루어진 평화적인 정권 교체라고 평가했다. 하지만 이 나라가 정치·경제 안정을 이룩하고 대외적인 신뢰를 회복해야만 이런 평가가 더욱 빛을 낼 수 있다. 출발은 일단 산뜻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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