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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에 번지는 ‘고3병’

한국 뺨치는 교육열·대입 경쟁 …정부 교육 개혁 청사진이 과열 부채질

난징·성진용 통신원 ㅣ 승인 1999.05.20(Thu)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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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중국에서 잘 팔리는 약 가운데 왕불랴오(忘不了)와 나오칭송(腦經松)이 있다. 왕불랴오는 ‘절대 잊을 수 없다’, 나오칭송은 ‘머리가 아주 편하다’는 뜻. 둘 다 먹으면 머리가 좋아진다는 약이다. 실제로 어느 정도 효과가 있는지는 모르지만, 이 약품을 제조한 회사들은 요즘 의학 전문가를 동원하거나 이 약을 먹고 대학에 합격하는 데 도움을 받았다는 유명 대학 학생들을 광고에 내세워 판매에 열을 올리고 있다.

중국은 한국과 달리 가을에 새 학기를 시작한다. 따라서 중국의 대학 입시 열풍은 여름철에 불어닥친다. 중국인들이 가오카오(高考)라고 부르는 대학 입시가 두 달 남짓 남은 지금, 막판 정리에 힘을 모으고 있는 입시생이나 그 뒷바라지를 하는 학부모 들이 머리가 좋아진다는 약에 관심을 갖는 것은 결코 이상한 일이 아니다. 중국 정부가 교육개혁안을 발표한 올해에는 입시생과 학부모는 물론, 중국 사회 전체가 대학 입시 문제를 놓고 술렁거리고 있다.

도시 주민 90% “자녀를 대학에 보내겠다”

중국의 교육 제도는 한국과 흡사해서 시아오쉬에(小學; 초등학교) 6년, 추중(初中; 중학교) 3년, 가오중(高中; 고등학교) 3년을 마치면 대학에 진학할 수 있다. 자녀들에 대한 교육열은 일찌감치 시아오쉬에에서부터 달아오른다.

내년에 시아오쉬에에 진학하는 아이의 학부모인 왕(王) 아무개씨는 “돈과 연줄을 동원해서라도 아이를 좋은 학교에 보낼 계획이다”라고 말했다. 중국 역시 한국과 비슷한 학군제를 실시하고 있어서, 학생들은 거주 지역 학교에 진학하는 것이 보통이다. 따라서 지역을 뛰어넘어 더 나은 학교에 진학하려면 돈과 연줄이 필요하다. 그 액수는 학교에 따라 다른데, 왕씨가 생각하고 있는 학교의 경우 인민폐 3만 위안(약 4백35만원) 정도의 찬조금을 내야 한다. 인민폐 3만 위안은 난징(南京)에서 평균 수준의 봉급(난징 시 도시 근로자 평균 월급은 7백 위안 정도: 98년 난징시 통계자료)을 받는 직장인이 4년 정도 한푼도 쓰지 않고 저축해야 모을 수 있는 돈이다. 따라서 좋은 학교를 찾아다니는 것은 돈 많은 사람에게나 가능한 일이다. 왕씨와 왕씨 남편은 모두 은행에서 일하는 직장인이어서 3만 위안이 적은 액수가 아니다. 하지만 왕씨는 “아이의 장래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라고 말했다. 중국인들은 자식이 출세하기를 바라는 부모들의 마음을 왕즈청롱(望子成龍)이라는 말로 표현하는데, 이런 마음은 중국인과 한국인이 조금도 다르지 않다.

최근의 한 조사 자료에 따르면, 중국 도시에 거주하는 주민 90% 이상이 자녀들이 대학에 진학하기를 희망한다. 그리고 이미 적지 않은 가정의 가계 지출에서 자녀 교육비가 우선 순위를 차지하고 있다. 이것은 개혁 개방 이후 중국의 경제 사정이 나아지면서 중국인들의 관심이 자녀 교육으로 쏠리고 있기 때문이다. 또 현재 대다수 중국 가정에는 ‘용(龍)’이 되기를 기대할 수 있는 자녀가 오직 한 명밖에 없다. 그것은 중국 정부가 인구를 억제하려고 소수 민족 등 몇몇 예외를 제외하고, 한 가정에 아이를 하나만 낳도록 규제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한 자녀에게 부모의 사랑이 모두 쏠리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

그런데 현재 18∼24세 중국 젊은이들이 대학을 포함한 고등 교육기관에 입학하는 비율은 10%에도 못 미친다. 대학 입학 정원이 최근 들어 급격하게 늘고 있지만 중국인들의 교육열을 만족시키지 못하고 있다. 그리고 중국 역시 명문 대학을 선호하는 경향이 아주 뚜렷해서 입시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 더불어 입시생들이 느끼는 부담도 함께 커지고 있다.

이같은 상황에 대해 최근 언론을 비롯한 사회 곳곳에서 걱정하는 소리가 터져나오고 있다. 아이들의 부담을 줄이기 위해 교육 제도를 개혁해야 한다는 여론이 거세지고 있는 것이다. 많은 전문가가 대학을 비롯한 고등교육을 발전시키고, 대학 신입생 모집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교육 제도를 개혁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래야 아이들의 입시 부담을 줄이고 국민의 교육열을 만족시키고, 교육 기간을 늘림으로써 실업을 줄이고, 또 중국이 필요로 하는 고급 인력을 육성해 낼 수 있다는 것이다. 대학 입학 정원을 늘리자는 주장은 언뜻 보면 가뜩이나 심각한 중국의 실업 문제를 더 악화시킬 것처럼 보인다. 중국 정부가 대학 졸업자에 대한 직업 분배 제도를 철폐하면서, 대학 졸업자의 실업이 새로운 사회 문제로 떠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의 인식은 다르다. 대졸자의 취업난은 인재가 넘쳐 흘러서 발생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오히려 빠르게 발전하고 있는 중국 사회의 모든 방면에 꼭 필요한 전문 인력은 턱없이 부족하다고 말한다. 다만 대졸자가 월급이 높고 조건이 좋은 직장만 찾아다니는 것이 취업난을 유발하는 근본 원인이라고 본다.

이런 현실을 반영해 얼마 전 중국 정부는 교육 개혁 청사진을 내놓았다. 여기에는 대학을 비롯해 고등 교육기관 입학률을 2000년까지 11% 수준으로 올리고 2010년까지는 15%로 끌어 올릴 것이라고 명시되어 있다. 이밖에도 많은 내용을 포함하고 있는 교육 개혁안의 목표는, 새로운 21세기에 발맞추어 중국의 성장과 발전을 이끌어 갈 인재들을 길러 내겠다는 것이다. 그 내용은 한국의 대학수학능력시험과 유사하게, 사고력과 응용력 등 학생들의 소질과 문제 해결 능력을 측정하는 방식으로 시험 과목과 문제 내용을 바꾼다는 것이다. 한마디로 지금 중국은 경제 성장에 따라 날로 높아가고 있는 인민들의 교육열과, 지속적인 발전을 위해 고급 인력을 육성하려는 중국 사회의 요구가 맞물려 고학력 사회를 향한 발걸음을 내딛고 있다.

빈곤 가정 자녀 교육 혜택은 ‘숙제’

지식 사회를 향해 돌진하는 그 반대편의 그늘에는 가정 형편이 어려워 기본적인 교육 혜택마저 누리지 못하는 아이들의 문제가 도사리고 있다. 최근 장이모(張藝謀) 감독이 내놓은 새 영화 <한 명의 아이도 빼놓을 수 없다(一個都不能少)>가 문제의 심각성을 다시 일깨우고 있다. 이 영화는 가정 형편이 어려워 학업을 포기하고 도시로 일자리를 찾아 나선 산골 초등학교 3학년 아이를 교사가 찾아가서 공부를 다시 계속하게 한다는 내용이다. 도시로 가는 버스비조차 없는 교사가 차비를 마련하기 위해 반 아이들이 함께 힘을 모으는 모습과, 무모하게까지 느껴지는 교사의 노력이 관객들의 감동을 자아낸다.

중국 정부 역시 이 사실을 모르고 있지 않다. 중국 정부는 시아오쉬에 6년과 추중 3년 등 모두 9년으로 규정하고 있는 의무 교육을 오는 2000년부터 전국에서 실시하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있다.

그런데 빈곤 가정 아이들의 교육 문제는 의무 교육 보급만으로 해결되지 않는다. 중국의 많은 아이가 어린 나이에 직접 돈벌이에 뛰어들어야 할 정도로 가정 형편이 어려워, 정부가 규정하고 있는 의무 교육마저 받지 못하는 처지에 놓여 있다. 이것은 개혁 개방 이후 가속화하고 있는 도농간·빈부간 격차와,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는 중국 사회의 실업 문제가 아이들 교육 문제로 바로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정부의 노력은 물론 사회 전체의 관심이 요구된다. 중국 정부는 빈곤 가정 아이들의 학업을 돕는 ‘희망공정(希望工程)’이라는 공익 사업을 벌여 사회 전체의 참여를 유도하고 있다.

장이모 감독 역시 ‘현재 중국에는 매년 평균 백만 명의 아이들이 가정 형편이 어려워 학교 교육을 받지 못하고 있다. 사회 전체가 함께 노력하면 15%의 아이들을 학교로 보낼 수 있다’는 자막으로 영화를 끝맺으며, 중국인들의 가슴에 ‘한 명의 아이도 빼놓을 수 없다’는 메시지를 심어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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