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 미래 해전 이끌 '바다의 왕자' 이지스
  • 주성민 (자유 기고가) ()
  • 승인 2001.01.18 00:0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첨단기술 집합체…한국 해군, 7000t급 함 설계 곧 착수

사진설명 미국 해군의 최고 병기 : 겉보기에는 별로 무장한 것 같지 않지만 미사일을 1초에 한발씩 기관총처럼 쏘아대며 100여개의 목표를 한꺼번에 공격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었다.

지난해 12월29일 진해군항부두에서 구축함 2척과 고속전투수송함 1척이해상방위 임무를 마치고 전역했다. 주인공은 구축함인 광주함·강원함과 초계함급 경남함이다. 1940년대 미국에서 건조되어 나이가 불혹이 넘은 이 고물 군함들이 전역함으로써 21세기 한국의 해역은 국내 기술진이 건조한 군함들만으로 지키게 되었다.

해군은 1970년대부터 전투함정국산화에 힘쓴 결과 1980년부터는 호위함(1500t급), 1982년부터는 초계함(1200t급),1998년부터는 구축함(3820t급)을 건조해 작전 배치했다. 1992년부터 잠수함 시대를 연 해군은앞으로 3천t급 중형 잠수함을 독자개발할계획이며, 2008년께는 꿈의 구축함이라고 불리는 이지스급구축함(7000t)도 갖출 계획이다.그렇다면 해군이 그토록 심혈을 기울여 갖추려고 하는 이지스함은 현대 해전에서 어떤 의미가 있으며, 한국 해군의 객관적인 전력은 어느 수준일까.

1982년 아르헨티나에 점령된포클랜드를 되찾으려고 영국이 함대와 3만 병력을 파병하자, 아르헨티나군의 항공공격부대는 쉬페르 에탕다르 전투기에 프랑스제공대함 미사일 '엑조세'를 달고 날아갔다. 공격 목표는 영국의 최신형 프리깃함 셰필드 호였다.그들은 탄두에 고성능 폭약 165kg이 장착된 AM39엑조세 한 발을 발사해 셰필드 호를 격침해 버렸다. 5만 달러짜리 값싼 미사일 한 발로1억 달러짜리 호위함을 가라앉혔으니 얼마나경제적인 전투를 벌인 셈인가.

포클랜드 전쟁은 20년전에 일어났는데, 그때 이미 해전은미사일에 달려있었다. 군사 강국들의 해군은 함포에 신경 쓰지 않는다. 그들은 까마득히 멀리 있는 적의전투함을 레이더로 먼저 포착해 미사일로 끝장내는일에 승부를 걸고 있다. 함포는 고작 40km 거리를공격할 수 있지만, 미사일은 수백km 떨어진 목표를 박살낸다. 따라서 현대 해전은 함포를 쏘는 전쟁이 아니라 미사일 전쟁이다.


미사일로 끝장내는 첨단 군사 기술의 집약체

과거에는 대구경 함포를 장착한 전함들이 대양을 가로지르며근거리작전을 수행했지만, 수평선 너머 보이지도 않는 적을미사일로 공격하는 것이 현대전이다.근거리 공격용 함포는 장거리 미사일의 적수가 될 수 없다. 그 동안 레이더·미사일과 군사용컴퓨터는 빠르게 진보했고, 그 모든 기술이 집적된 결과가 바로 이지스 순양함(Aegis Cruiser)이다.

1983년 미국 해군 티컨디로가 호에실전 배치된 이지스 시스템은 미사일·발사대·사격통제장치·레이더가 모두 컴퓨터로결합되고 제어된다. 이지스함에는대함·대공·대지 공격용 미사일이 실려 있고, 2백 개가 넘는 목표를 동시 추적하는 AN스파이-원 레이더로적을 탐지하면 미사일 61발이 격납된MK 41 수직 발사대 2대가 작동하면서 갑판의해치가 열린다. MK 41 발사대 2대는미사일을 1초에 1발씩 발사해 모두 1백22개의 목표를1분 사이에 동시 공격할 수 있다. 이지스함은 미사일을 기관총처럼 쏘아대 벌떼처럼 달려드는 적의 항공기와 전투함을 완벽하게 막아낼 수 있다.

앞뒤에 가느다란 개틀링 건을 하나씩 장착했을 뿐인 미국 해군의 레이크 체임플런 호는 무장이 빈약한 배처럼보이지만 실은치명적인 화력을 보유한 신형이지스함이다. 최대 출력 420km인 스파이-원알파 레이더는이동하는 트랙 2백56개를 추적할 수있고, 갑판 아래에는 마하 2.5인 SM-2MR초음속 대공 미사일, RGM-84A 하푼 중거리 대함 미사일, 잠수함공격용 RUR-5A 아스락미사일, 지상공격용 토마호크 장거리 순항 미사일이 숨겨져 있다. 컴퓨터로 제어되는 많은 시스템의 결합체인 이지스는 모든 전투력을 통합한 미국해군 최고의 주력 병기다.

미국 해군의 위스콘신호는 1943년건조된 골동품 같은 존재이지만,장갑을 강화하고 선체를 모조리 개조하고미사일을 탑재해구형 군함 중에서는 '최고'였다. 선체에는5인치·16인치 함포가 달려 있지만, 타격력의 요체는 하푼과 토마호크 미사일이다. 1991년 걸프전쟁에 참전한 위스콘신 호는 연합해군 사령관 스탠리 아더 제독의 명령을수신하고 공격에들어갔다. 사격통제 사관이발사대를 작동하자 토마호크가 4개씩 탑재된 ABL 발사대가 갑판 아래에서 모습을 드러냈다.이윽고 발사된 토마호크 미사일은 입력된 지도와 실제지형을 대조해 방향을 수정하면서 이라크를향해 수백km를 비행한 후 목표를 명중시켜 깡그리 불태웠다.

그로부터 9년이 지난2000년 12월7일, 세계 최대 해군기지인 버지니아 주 노포크의 대서양함대사령부에서 엄숙한퇴역식이있었다. 그 주역은 바로위스콘신 호였다.2차 세계대전 때부터 작전에 참가해 57년간 전투임무를 수행한 '역전의 노병'은 해양박물관을향해 마지막 항해에 들어갔다. 위스콘신 호가 퇴역한 것은 함포 시대가 완전히 끝났음을보여준 상징적인 사건이었다. 해전의최강자로 등장한 이지스함은 '전쟁 억지' 측면에서 아주 강력한 효과를 지닌 존재다. 만일 함포로만 무장한 전투함이 무수한 미사일을 탑재한 이지스함과 한판 벌일 생각을 한다면,마음을 고쳐먹기도 전에 뿜어대는 미사일에 가루가 되어 불타고말 것이다.


4대 보유한 일본 해상자위대, 2대 추가 도입 계획

일본 해상자위대의 전력은 세계2위이며 태평양에서는 최강이다. 그들의 전력을 급상승시킨 것은 묘코와공고를 포함한4척의 이지스다. 영국 <제인스>해양연감(1999∼2000년)의 기록을 보면, 해상자위대는구축함 40척과 호위함 15척을보유하고 있다. 함정은 4000t과 6000t의 최신예 대형 함정들이며, 2000년 3월에 취역한 최대의 작전함 '오스미'는 8900t이다. 잠수함은 영국과 비슷한수준인 20척이며, 대잠수함작전용 초계기 P-3C오라이언을 100대나 보유해 작전 해역 외곽까지 하루24시간을 날려보내 빈틈 없이 초계하고 있다.

이 정도 전력이면 일본 열도를지키고도 남는다. 그러나 일본은 초계기를 80대 더 배치하고, 4천t 이상 중·대형 전함 30척을 더 건조하며, 대형 헬리콥터의 착륙이가능한 1만5천t급 항공모함형 호위함을 2척이나 더건조할 계획이다. 거기다 조기경계관제기(AWACS)와 수직이착륙 전투기를 탑재할 수있는 4만t급 항공모함 2척을건조할 계획까지추진하고 있다. 그들이 항공모함을 확보하면기동전투단을 이룰 수 있어 미국 해군처럼태평양에서 본격적인 장거리 해상작전을 벌일 수 있게 된다.

1998년 북한이 강행한 탄도 미사일발사 실험은 일본에 또 하나의 명분을 제공했다. 방위청은 북한의 공격에 대비한다는 명목으로 토마호크 순항 미사일을 탑재해 지상공격까지 가능한 최신형 이지스함을 2대더 도입한다. 신형 이지스함에는 탄도 미사일을 요격해 파괴할 수 있는 해군전역방위 시스템이 갖추어져 일본 열도를 100% 방어할 수 있다. 해상자위대에 없는 것이 있다면핵잠수함과 핵추진 항공모함, 핵탄두 정도다. 그러나 일본에는 핵폭탄을 2백여 기 만들 수 있는 플루토늄이 5t가량 있고, 핵 기폭장치 개발 전문가가수백 명 있다. 지난 12월19일, 일본은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에서 배출된 사용후 핵연료 24t을 롯카쇼무라 핵연료 재처리 공장으로운반했다. 핵연료 재처리 과정을 통해 만들어지는 플루토늄은 핵폭탄 보유와 직결된다. 미쓰비시 중공업은 원자력과 조선 분야에서 최고의 기술을 가지고있어 핵추진 항공모함도 만들 능력이 있다.

50년간 전력을 증강해온 자위대는 해외 파병 경험을 다섯차례나쌓았고, 싱가포르로부터 '유사시 기지 사용을 허락한다'는약속까지 받아 동남아 교두보를 확보하면서 군사적인 영향력을 넓히고 있다. 최근에는방위청을 '방위성'으로 격상하려는 계획을 추진하고있다. 총리부 산하 외청으로편제된 방위청을승격시켜 독자적인 권한을 강화하자는 것이다.


1척 건조하는 데 1조원 들어

한국 해군은 해상자위대에 비해 실제 전력에서 10배 차이가 날정도로 약하다. 전력이 넉넉하지 못한 해군은영해로 인정되는해역만 방어하는 제한되고 소극적인임무만 수행하고 있으며, 따라서 연안 방위에급급한 형편이다. 이것이 우리 해군의현실이며, 장거리 해역의 해상수송로 보호는커녕 영해경비에도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어 해군은 늘 심기가 불편하다. 물론 전력을 증강하면문제는 해결되지만, 엄청난 예산이들어만만치가 않다.KDX급인 3600t급 신형 구축함광개토대왕함은 대함 미사일인 하푼과 대공 미사일시-스패로를 탑재한 데다, 어뢰와 잠수함 공격용 스팅레이 미사일을 장착한 대잠수함작전용 헬리콥터링스(Lynx)를 운용할 수있도록 설계되었는데, 이 배를 건조하는 데 2천2백억원이들었다. KDX급에 이어 4800t인KDX2급은 설계가 끝났고, 대우조선이 1호와 3호를, 현대조선이 2호를 맡아 2001년 1월부터 건조를시작한다. 1호는 2003년 11월, 마지막 3호는 2005년 6월 해군에 인도될 예정이다.

1척 건조하는데1조원이 드는 7000t짜리 KDX3급 이지스함은 곧 설계가 시작된다. 한국은 가장 진보적인정권이 들어서면서북한과 데탕트가 시작되어 국방예산 감축분위기가 감돌았다. 하지만 빠른속도로 해군력을 증강하는 일본과 중국의 위협을 견제하기위해 이지스함 건조가 절대적으로필요하다는 해군의 요구를 정부가 받아들였다.첨단 무기를 갖추는 데는, 엄청난 예산이 드는 것도 문제지만 8년 내외의 긴시간이 소요되는만큼, 시기를 놓치면 상대 국가를따라잡기 힘들다. 정부가 '한반도 적정 방위력 유지'를 위해 이지스함 건조를 결정했지만, 이계획이 제대로 추진되려면 국방 예산의 70%이상을 집어삼키는 급료와 부대 운영비를 절감해야한다. 즉 군의 운영유지비를 줄여야 '첨단 미래 전력 사업'에 투자할 여유가 생길 것이다. 2008년께 우리 해군이 이지스함을 갖게 될지 아직은확실하지 않다는 얘기이다. 그런 점에서 본다면 우리 해군의 전력은주변 강국과비교하면 말그대로 '어린아이' 수준이다.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