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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라늄탄의 재앙 가해자는 알고 있다?

프랑크푸르트·허 편집위원 ㅣ 승인 2001.01.25(Thu)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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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고전쟁 참전자에 괴질 번져…나토 "물증 없다"며 자료 공개 안해 의혹

사진설명 우라늄탄 피해 증거 찾기 : 한 시민이 1999년 나토가 폭격해 무너진 코소보의 양계장 건물더미에서 방사능 탐지 작업을 하고 있다.

새해 벽두부터 유럽에서는 좀처럼 보기 어려운 일이 벌어졌다. 유고전쟁 때 사용된 우라늄탄이 보스니아와 코소보에 주둔한 유럽 병사들의 안전과 어떤 관련이 있는지해명하라고 유럽 각국 정부가미국에 요구한것이다. 이런 요구는 1월 초이탈리아를 선두로 해서마치약속이나 한 듯이 프랑스·스페인·벨기에·그리스·핀란드 등 곳곳으로 번졌고, 마지막에는 영국·독일 정부까지 가세하기에 이르렀다.


코소보 주둔 이탈리아군 8백명 숨져

항간에는 나토가 유고의 전차 부대를 궤멸하는 데 일등 공신이었던 무기가이제는 나토를분열시키는 무기가 될지도모르며, 어쩌면 유고전쟁 때 미국의 독주에 불만을품었던 유럽연합이 이번 기회에 미국을 고립시키려는 것이아니냐 하는 분석도 있다.

그러나 유럽연합이 이런계산을 하고있을 만큼 여유가 있는 것은 아니다. 그들이 우라늄탄 문제를 꺼낸 것은 무엇보다 자국 병사 가운데 이른바 '발칸 증후군' 환자가 속출하고 있기때문이다. 발칸 증후군은 보스니아와 코소보에주둔했던 유럽 병사에게 번지는 괴질을 말하는데, 그 중 대표적인 것이 백혈병이다.

이탈리아에서는 최근까지 8명이백혈병으로 숨졌는데, 공교롭게도 이들모두가 코소보 남서부에 주둔한 경력을 갖고 있다. 이곳은 코소보에서도 미군이 우라늄탄을 집중 사용한 곳이다. 스페인에서도 백혈병에 걸려 1명이 숨졌고,
프랑스에서 4명, 벨기에에서 5명, 독일에서 1명이 치료를 받고 있다. 영국BBC 방송은 백혈병 사망자 수가 앞으로 만 명에 이를 것이라고 보도하기도 했다. 그밖에 괴질에 걸려 조사받는 병사도 수백 명에 이른다.

이런 상황에서 이탈리아와 독일은지난 1월10일, 나토 차원에서우라늄탄 문제를 검토하고 그 결과가 나올 때까지 우라늄탄 사용을 금지하자고 제안했다. 나토는이 제안을 거부했다. 백혈병이 우라늄탄과관련이 있다고 인정할 만한 연구결과가 없으며,유럽 병사들의 백혈병 사망률은 그 연령에서 볼 수 있는 평균치와 다를 바 없으니 우라늄탄을금지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었다.유럽연합은 나토와는 별도로 조사하기로 결정했다.

미국을 상대해 단결한 것으로 보였던 유럽연합이 우라늄탄을'일시' 금지한다는제안마저 관철하지 못한 것은뜻밖이지만, 그 속사정을 들추어 보면 이해하지 못할 일도 아니다. 먼저우라늄탄은 프랑스와 영국도 갖고 있다. 두 나라는 신형 우라늄탄도 개발 중이다. 따라서 그들이 미국에 바란 것은 우라늄탄금지와는 거리가 멀다. 오히려 병사들 안전에 문제가 없다는 사실을 설득해서 우라늄탄을 계속 사용하자는 주문에 가깝다.

독일 국방부는 우라늄탄 금지가바람직하다는 입장이지만, 그렇다고 우라늄탄의 위험성을인정하는 것은 아니다.국방장관 샤핑에 따르면 발칸 증후군이라고 말할 근거가아무 것도없으며, 그것은 여론이조작한 히스테리일 뿐이다. 이렇게 보면유럽연합 핵심국들은 미국과 입장이 다르지 않다.

원래 우라늄탄을 처음 실험한 나라는 독일이다. 히틀러는 소련의 전차 부대를 궤멸할 무기로 우라늄탄 기술을 개발했지만 실전에 투입하기도 전에 패망했다. 미국은 독일 기술을 고스란히 넘겨받아 개발한 우라늄탄을1990년대부터 실전에 사용했다. 사용 규모는 걸프 전쟁에서 90만 발, 보스니아 전쟁에서 만발, 코소보에서 3만 발에 이른다.미군은 실전에 대비해 독일 주둔 미군부대에 우라늄탄을 항시 저장하고 있다. 독일전우회 대표에 따르면, 미군이 독일에 저장하고 있는 포탄을 훈련중에 사용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한다.

유럽에서 우라늄탄이 논쟁거리가 된것은 1988년 독일 기지렘사이트에서 미군전폭기 A10이 추락하면서부터이다. 물론 미군은부인했지만 사건 직후부터 A10 전폭기에 우라늄탄이 실려 있었다는 말이떠돌았다. 그 후 몇년에 걸쳐 추락 현장주변 주민, 특히 어린이들에게 피부암과 백혈병, 신장 기능 마비 증세가 빈발하고 기형아 출산이 잇따랐다.

렘사이트 사건 이후 가라앉았던 우라늄탄 논쟁은 걸프전을 계기로또다시 불붙었다. 걸프전 참전 미군 70만 명 중 3천여명이 현재 미국 정부로부터 '원인을 알 수없는 병'에 걸렸다고 인정받아 보상을 받고 있다. 참전 병사를대변하는 시민조직은 12만 명이'이상 증상'에시달리고 있다고 발표했다.미국 정부는 지난10년 동안 1억 달러를 들여 이들의증상을 조사했지만 우라늄탄의 위험성은 인정하지 않았다.

걸프전에서 코소보 전쟁에 이르기까지우라늄탄을 둘러싼 논쟁은끊이지 않고있다. 그 위험성을 인정하거나 부인하는 쪽 모두 국제적으로 권위가 있다는쟁쟁한 학자들의연구를 인용하며 팽팽히 맞서고 있는 실정이다. 그 중에도 주목할 몇 가지 사실이 있다.

그 중 하나는 헤이그 국제재판소가내린 판결이다. 유고 정부는코소보 전쟁이끝난 후 나토 책임자들을 '침략 전쟁'전범으로 고소한바 있다. 유고정부는 이때우라늄탄 문제를 덧붙였다. 우라늄탄 사용이 국제법을 위반했다는 것이다. 헤이그재판소는 침략전쟁 건을 기각하면서도 우라늄탄 사용 문제는 국제법 위반으로 볼 수도 있으며 앞으로논쟁거리가 될수 있다고 해석했다. 우라늄탄 반대론이 법적인 근거를 갖고 있다는 말이다.


미국·영국이 WHO의 이라크 시찰 막는 까닭

나토는 우라늄탄 사용과병사들 질병의 '인과 관계'를 밝힐 만한물증이 아직 없다고 말한다. 그 물증을 찾는 작업에서 나토가 보여준 노력이 무엇인지 실감케 하는 몇가지 일화가있다. 독일에서 어린이암환자 지원기구 대표인 귄터가 독일언론에 밝힌내용이다. 그는 1991년, 우라늄탄이 집중투하된 이라크 남부지역을 시찰한 뒤 현지에서 확인한괴질의 현황을 독일 보건부에 알렸다. 그의 보고에 놀란 보건부는 그의 조사 활동을 지원하겠다고 약속했지만 이 약속은 그 후'위에서 원치 않는다'는 이유로 공수표가 되었다. 1년 후 베를린 대학병원 방사선과는 그가 수집한 포탄 잔해물을분석했다. 이때 방사능방호복을 입은 경찰이몰려와 분석 물질을 압수했다.그는 1995년 6월 '방사능 보호법'을 위반했다는죄목으로 체포되어 1년 동안 옥살이를 했고 석방된 뒤에는매주 두 번 경찰에 출두하는 '보호관찰자'가 되었다.

이라크남부를 시찰하려는세계보건기구(WHO)의 계획을 미국과 영국이여전히 막고 있다. 또 유엔환경기구(UNEP)대표는 이렇게토로한다. "코소보에 사용된우라늄탄 정보를 나토로부터 얻기 위해 얼마나 기다려야 했는지 모른다. 보스니아 쪽 정보를 나토가 왜 아직도움켜쥐고 있는지 모를 일이다." 우라늄탄의 정체를 밝히려는 나토의 '숨겨진노력'은 언제까지나 현재 진행형일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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