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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한·일 합작 심령 미스터리 <링>

한·일 합작 영화 1호, 심령 미스터리 <링>

노순동 기자 ㅣ soon@sisapress.com | 승인 1999.06.24(Thu)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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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령 미스터리 영화 <링>은 한·일 합작 영화 1호다. <링> 제작 소식이 알려지자, 통신 동호회에서는 찬반 양론이 팽팽했다. 삐딱한 시선을 보내는 이들은, 외국에서 인기 있던 원작을 재탕하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느냐고 따져 물었다. 최근 일본 소설을 원작으로 삼아 만든 <실낙원>과 <산전수전>이 그다지 성공하지 못했던 탓이 크다.

<실낙원>은 97년 일본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끈 영화를 리메이크했다. 소설 판권을 사들여 번안했지만, 호소력을 제대로 살리지 못했다는 평을 들었다. <산전수전>은 제작 과정에서 저작권과 관련해 잡음이 불거지기도 했다.

이런 선례 때문에 ‘창의력 없는 리메이크는 기획력 빈곤을 드러낼 뿐’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것이다. 앞으로 일본 영화를 자유롭게 수입할 수 있게 되면, 이런 식의 번안 영화는 발 붙이기 어렵다는 점에서 귀를 기울일 만하다.

젊은 관객의 호응 높을 듯

반면 일본 영화 수입이 허용되는 것에 발 맞춘 의미 있는 기획이라는 옹호론도 있다. 일본 시장을 개척하는 데 ‘한·일 합작 영화 1호’라는 점이 유리하게 작용할 것이라는 계산이다. 합작 조건도 좋은 편이다. 일본 영화사 오메가 프로젝트와 한국 AFDF 코리아가 50%씩 투자했다. 한국에서 발생한 수익은 투자율에 따라 배분하고, 일본에서의 개봉 판권은 따로 20만 달러에 판매한 상태다. 투자 파트너에게 판권을 되파는 예가 드물다는 점에서 좋은 조건인 셈이다. 한국에서 <링>을 제작한다는 것이 일본에서 화제가 되어 일본에서도 일치감치 개봉 일정이 잡혔다.

영화 <링>에서 사건의 열쇠는 비디오다. 일상에서 더없이 친근한 비디오 테이프가 저주의 매개가 된다는 설정은, 특히 젊은 관객에게 호소력을 발휘할 것으로 보인다. 여기서 비디오는 ‘행운의 편지’와 닮은꼴이다. 행운의 편지가 이름과 달리 편지를 퍼뜨리지 않으면 불행이 닥칠 것이라고 협박하는 것에 비해, 비디오가 저주의 매개임을 밝히는 <링>은 그나마 솔직한 편이다. 비디오를 본 사람들이 영문도 모른 채 죽어 가고, 주인공은 저주를 피하는 방법을 찾아나선다.

여기자 선주(신은경)는, 의문사한 조카의 죽음을 좇다가 문제의 비디오 테이프를 발견한다. 비디오에는 ‘이것을 본 사람은 죽음을 면치 못한다’는 저주가 담겨 있다. 죽음을 피하는 방법을 알려주는 대목은 이미 지워져 있다. 주어진 시간은 고작 1주일. 선주는 한때 최고의 뇌전문의였으나 보잘것없는 부검의로 살아가는 최 열(정진영)에게 도움을 청한다. 최 열은 수술 도중 초자연적인 존재의 실체를 접하고 폐인이 되다시피 한 인물로, 선주에게 해결의 실마리를 제공하고 함께 탐사에 나선다. 단서는 문제의 비디오가 사람이 촬영한 것이 아니라, 초능력을 가진 존재가 자신의 생각을 염사한 것이라는 사실이다.

험난한 여정 끝에 두 사람은 초자연적인 존재의 실체를 찾아낸다. 수십 년 전, 남해 외딴섬에 투시력을 가진 모녀가 살다가 주위 사람들의 편견 속에서 억울하게 죽었음을 밝혀내는 것이다.

극적 반전으로 <전설의 고향> 뛰어넘어

다소 밋밋하게 진행되던 영화는 끝에 가서 극적인 반전을 보인다. 원혼을 위로함으로써 저주를 풀었다고 안심하는 사이, 최 열이 이유 없이 죽는다. 미궁에 빠진 선주는 다급히 이유를 따져본다. “나는 하고, 그는 하지 않은 것은?” 답을 발견한 선주는 소스라치게 놀란다. 두 사람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원혼은 달래지지 않았던 것이다. 저주를 피하는 유일한 방법은, 저주를 남한테 떠넘기는 것뿐이다. 그는 우연히 비디오를 보고 저주에 걸린 딸의 죽음을 막기 위해 다른 희생자를 찾아 나선다. 극적인 반전 덕에 <링>은 <전설의 고향>을 넘어선다.

영화 <링>은, 원작 소설보다는 일본 영화 <링>과 더 닮은꼴이다. 주인공이 남자에서 여자로 바뀐 것이라든가, 영화의 마지막에 비디오에서 귀신이 나온다는 설정은 원작 소설에는 없던 것이다. 연출은 <엄마에게 애인이 생겼어요> (95년)를 만든 김동빈 감독이 맡았다. 그는 주인공의 연기를 차분하게 가라앉히는 연출로 호평받았는데, <링>에서도 감독의 연기 조율 능력이 빛을 발했다. 여주인공 선주 역을 맡은 신은경의 연기는 근래 촬영한 작품 가운데 최고라는 평을 들었다.
이 영화는 피가 튀고 비명이 난무하는 요즘 공포 영화와 달리 ‘여운 있고 둔탁한 공포’를 남긴다. 흠이라면, 공포 영화치고는 너무 친절하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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