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방에 귀환하는 TV 어린이 명작들
  • 노순동 기자 (soon@sisapress.com)
  • 승인 2004.03.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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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톰> <앨리스> <스머프> 등 어린이용 TV 시리즈 잇달아 ‘부활’
돌아오는 고전 어린이물이 꼬리를 물고 있다. 서울방송에서는 <철완 아톰>을 디지털 기술로 복원한 <우주 소년 아톰>이 인기를 얻고 있다. 1998년 방영되어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유아 교육 프로그램 텔레토비 시리즈도 <꼬꼬마 텔레토비>라는 이름으로 다시 방영되고 있다.

대교방송에서는 <말괄량이 삐삐>와 함께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가 방영되고 있고, 애니원은 오는 5월부터 <호호 아줌마>를 방영한다. 애니원은 지난 한달 동안 가장 보고 싶은 수작 애니메이션을 묻는 설문 조사에서 <호호 아줌마>가 74%라는 압도적인 지지를 얻었다고 방영 배경을 설명했다.

추억의 명작들이 돌아오는 까닭, 아니 돌아올 수 있는 까닭은 우선 작품을 담을 그릇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채널은 많고 담을 내용이 부족하다 보니 고전에 눈을 돌리게 되는 것이다. 하지만 이들의 귀환이 단순히 공급자의 장삿속만은 아니다.

어린 시절 깊은 인상을 받았던 작품을 다시 볼 수 있다는 점과 그 작품을 자녀에게 보여주고 싶다는 젊은 부모들의 욕망이 한데 어우러져 있기 때문이다. 채널 편성을 맡은 이들은 사람들의 욕망을 엿보느라 부지런히 탐문한다.

인터넷에는 이미 보고 싶은 명작 시리즈를 꼽는 이들이 적지 않다. 사람들의 기억은 미국 시리즈물이 풍미하던 그 즈음에 머문다. 나 <소머즈> <맥가이버> <레밍턴 스틸>이 두루 꼽히는 인기작이다.

하지만 눈길을 어린이물로 눈을 돌리면 상황이 조금 달라진다. 비(非) 할리우드 작품의 인기가 만만치 않아 어린이물의 경우 일찍이 수입 다변화가 이루어져 있음을 알 수 있는 것이다. 흔히 꼽히는 어린이물로는 <천사들의 합창>, 애니메이션으로는 <스머프> <은하철도 999> 등이 있다. <스머프>는 미국에서 제작되기는 했지만 원작 동화는 벨기에 산이다.

방영 예정인 <호호 아줌마>(원제 ‘스푼 아줌마’)는 노르웨이의 시인이자 아동문학가인 알프 프뢰이센이 평범한 아줌마를 주인공으로 삼아 상상력의 세계를 펼친다. 방영을 시작한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는 영국 옥스퍼드 대학의 수학자인 루이스 캐럴(1832~1898)의 작품이다. <말괄량이 삐삐>도 스웨덴이 원산지인데, 독일·스웨덴 합작으로 제작된 작품이다. <우주 소년 아톰>은 일본 애니메이션계의 대부인 데쓰가 오사무의 대표작을 다시 손질한 것이다.
세월을 견딘 작품들의 공통점은 상상력이 남다르다는 점이다. 작품의 교훈성은 훗날 성인이 되어 비로소 제대로 음미하는 것이지만, 눈을 휘둥그레지게 만들었던 신기함은 그런 교훈보다 힘이 센 법이다. 우연히 토끼 동굴에 빠졌다가 이상한 나라를 체험하는 이야기나, 호호거리며 스푼 크기로 줄어드는 호호 아줌마, 버섯을 집으로 삼아 요정 공동체를 꾸린 <스머프> 등이 그 예다. 삐삐는 말을 번쩍 들어올릴 정도로 힘이 세다. 전후 일본의 어린이들에게 꿈과 희망을 주기 위해 만들었다는 아톰 시리즈도, 그 교훈보다 인간의 마음을 가진 로봇이라는 상상력이 매혹된 이유일 것이다.

구매자로부터 직접 ‘선택’을 받아야 하는 비디오나 DVD물은 훨씬 엄밀한 검증 과정을 거친다. <미래소년 코난> <빨강머리 앤> 등을 DVD 시리즈로 출시한 마니아엔터테인먼트 최 원씨는 “어린이물의 경우 구입자인 부모 세대로부터 반가움을 끌어내는 것이 먼저다. 그리고 배울 것도 많으니 아이와 함께 보자는 반응을 얻어내면 된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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