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민주주의, 굳히기 단계”
  • 崔寧宰 기자 ()
  • 승인 1997.09.0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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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상용 한국정치학회장/“세계 석학들 북한 미래 비관적으로 전망”
‘정치학의 유엔 총회’ ‘정치학의 올림픽’이라 불리는 세계정치학회(IPSA) 제17차 세계대회가 지난 8월21일 막을 내렸다. ‘갈등과 질서’를 주제로 열린 이 대회에는 80여 나라에서 2천여 학자가 참여했다. 참석자들은 구조적 부패·지역주의 같은 문제점을 지적하면서도 한국이 결코 권위주의 시대로 돌아가지 않으리라고 낙관했다. 이 대회를 성공리에 끝마친 한국정치학회장 최상용 교수(고려대·정치외교학)를 만났다. <편집자>

세계정치학 대회가 서울에서 열린 의의는 무엇인가?

우선 세계정치학대회는 아시아에서 처음 열렸다. 지금까지 정치학은 세계를‘서양’과‘비서양’으로 구분해 왔다. 서울 대회는 서양 정치학자들이 세계를 다양한 문화 중심으로 이해하는 계기가 되었으리라 생각한다. 또한 세계 정치학자에게 민주주의라는 서양 정치학 개념이 별 문화적 충격 없이 한국에서 뿌리 내리고 있다는 사실을 인식시키는 전환점이었다. 특히 주제가‘갈등과 질서’인 이번 대회를 냉전의 마지막 고도(孤島)인 한반도에서 치렀다는 사실은 의미가 깊다.

이번 대회에서 특별히 강조된 것은 무엇인가?

한반도와 동북아 평화 문제였다. 세계정치학대회에서는 영어와 불어만 쓰게 되어 있는데 한·일 정치학자들은 유례 없이 한·일 두 나라 언어로‘동북 아시아의 갈등과 질서’라는 주제로 학회를 열기도 했다.

‘한반도 평화를 위한 지식인 선언’이 있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 내용이 무엇인가?

남과 북은 한반도를 비핵화하고 군사 대결을 해소해 민족 화해를 이루는 동시에 한반도 평화와 평화 통일에 유리한 조건과 환경을 만들어 세계 평화에 이바지하기를 바란다는 내용이다. 이 선언은 92년 남북이 합의한 남북합의서에 기초를 둔 것인데, 미국 정치학회장 오스트롱·독일 훔볼트 대학 클라우스 오페 교수 등 한국을 제외한 45개국의 정치학자 2백여 명이 참가해 서명했다.

외국 정치학자들은 한국의 민주주의를 어떻게 평가했나?

권위주의에서 민주주의로 바뀌고 있으며 이제 공고화 단계로 접어들었다는 진단이었다. 구조적 부패·지역주의·비민주적 정치 문화 같은 걸림돌도 있으나 권위주의로 역행하지는 않으리라는 것이 공통된 의견이었다.

북한에 대한 관심은 없었나?

북한 문제와 관련한 패널에 2백∼3백명이 몰렸다. 이들은 대부분 북한의 미래를 비관적으로 보았다. 다만 한결같이 긴장 완화야말로 남북 관계를 해결하는 열쇠이며, 대승적으로 북한을 원조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북한에 대한 정보와 연구가 세계적 수준에는 못미쳐 이들의 지적 호기심을 채워주지 못했다. 앞으로 우리 정치학이 노력할 분야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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