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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을거리보다 볼거리 앞선 <97 갈라 콘서트>

천재들 함께한 <97 갈라 콘서트>, 볼거리가 들을거리 압도

한상우 (음악 평론가) ㅣ 승인 1997.07.10(Thu)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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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와 화합을 위한 <97 갈라 콘서트>가 6월25~26일 세종문화회관 대강당에서 있었다. 국내에서 이처럼 세계적인 연주가들을 한 무대에 세운 일도 없을 뿐 아니라 전세계에서 이름을 떨치고 있는 천재 바이올리니스트 장영주와 첼리스트 장한나, 소프라노 신영옥까지 합세함으로써, 예술적 감동 이전에 하룻밤에 이들 모두를 만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세종문화회관을 찾은 청중들은 감동에 젖는 듯했다.

이와 함께 유태계 음악인들의 대부로 통하는 바이올리니스트 아이작 스턴과 역시 유태계 피아니스트 예핌 브롬프만, 한국에도 많은 팬을 가지고 있는 첼리스트 요요마와 피아니스트 헬렌 후앙, 그리고 흑인 지휘자 제임스 디프리스트 등이 무대에 올랐다.

그러나 자기 주장이 강한 연주가들을 한 무대에 세우다 보니 음악보다는 연주가 중심인 ‘보는’ 무대가 되었고, 깊이 있는 음악 예술의 감동이 아니라 현란하고 멋스러운 연주가들의 모습에서 흥분을 맛볼 수밖에 없었다. 물론 이들의 달관된 연주력은 어떤 상황에서도 상대적 평가로는 최고의 수준을 유지하고 있음이 틀림없지만, 이 날 연주회는 ‘볼거리’가 ‘들을거리’를 압도함으로써 고전 음악이 필요로 하는 흥분의 도를 넘었다.

브람스의 바이올린과 첼로를 위한 2중협주곡은 깊이 있는 진솔함이 듣는 이를 감동시키거니와 이 날은 악장마다 협연자가 바뀜에 따라 청중이 박수를 쳐야 했고 2악장에서 3악장은 연주가 이어지는 가운데 아이작 스턴에서 장영주로 교대됨으로써 청중들은 짜릿한 흥분과 더불어 ‘듣는 감동’ 이전에 ‘보는 감동’에 취했다. 어차피 갈라 콘서트라는 이름을 썼으니 한바탕 즐기면 그만일 수도 있지만, 비싼 입장료와 아티스트들에 대한 특별한 기대감을 생각하면 지금 이 시기에 이런 류의 갈라 콘서트가 마땅한 것인가에 대한 의문을 풀 수가 없다.

하지만 우리는 이 날의 무대에서 국적과 인종 그리고 연륜의 벽을 뛰어넘어 한마음으로 함께 감동할 수 있는 힘이 음악 속에 있음을 다시 한 번 확인할 수 있었다. 77세인 아이작 스턴과 장영주, 장한나, 헬렌 후앙은 거의 60년의 거리가 있지만 호흡의 일체감을 이루었고, 장영주와 요요마, 장영주와 장한나 등 어떤 연주가가 함께 무대에 설 때도 공통의 음악적 감동을 표출하는 데 어려움이 없었다. 그러나 지금 우리의 현실은 앞을 보나 뒤를 보나 많은 돈을 들여 이런 류의 갈라 콘서트를 즐길 어떤 이유도 찾을 수가 없다는 점에서 <97 갈라 콘서트>는 긍정적 시각과 부정적 시각이 뒤섞인 여운을 함께 남겼다. 만의 하나 상업주의가 고전 음악의 참모습을 흐리게 한다면 슬픈 일이며, 특히 장영주·장한나 같은 어린 연주가들이 볼거리를 위해 시간을 쓰는 일은 바람직하지 못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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