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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 세워지는 한국문화 머릿돌

교포 1.5세들, LA에 ‘한국미술관’ 건립 1단계 마무리

李文宰 기자 ㅣ 승인 1995.05.04(Thu)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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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스앤젤레스의 ‘무서운 아이들.’ 최근 30대 초반 한인 1.5세들이 모여 ‘코마(KOMA; the Korean American Museum of Art and Cultural Center·이하 한국미술관) 국제 현상 설계 경기’를 무리없이 치러냈다. 로스앤젤레스에서 활동하는 건축가 크리스토퍼 리씨(33)를 중심으로 수미 김, 스티븐 염씨 등 젊은 한인 세 사람을 비롯한 네 사람이 바로 그 무서운 아이들이다.

지난해 한국의 건축 전문 월간지 <플러스> 지면을 통해 로스앤젤레스 한국미술관 국제 현상 설계 경기가 보도되었을 때만 해도, 한국 문화를 알려야 한다는 젊은 재미 교포들의 과잉 의욕이 아닐까 고개를 갸웃한 건축인도 없지 않았다. 그러나 한국에서만 1백80점이 응모하였고, 지난 3월 초순 파리에서 활약하고 있는 한국 건축가 이은석씨(33)가 1등으로 당선되자(상자 기사 참조), 무서운 아이들이 기획한 이 설계 경기는 새삼 국제적으로 조명을 받았다.

건축가 김종성씨(서울건축 대표)와 함께 한국미술관 국제 설계 경기의 한국측 심사위원으로 현지에 다녀온 한국건축가협회 윤승중 회장(원도시건축 대표)은 “설계 경기가 예상한 것 이상으로 성대하게 치러졌다”고 말했다. 이 설계 경기에는 69개국 1천6백여 팀이 등록해 출발부터 높은 관심의 대상이 되었다. 3월1일 마감이 되자 모두 4백75점이 심사 대상으로 접수되었다.
대전 엑스포 때 한인사회의 ‘문화 단절’ 인식

이번 설계 경기가 국제적으로 큰 호응을 얻을 수 있었던 요인은, 무엇보다도 주최측(한국미술관과 이름이 같은 KOMA이다)의 열정과 세심한 준비였다. 세계적인 건축가들로 구성된 심사위원단도 응모자들에게 도전 의식과 함께 신뢰감을 불어넣었다. 심사위원장은 박물관 건축 분야에서 세계적 권위자인 리처드 마이어가 맡았으며, 마이클 그레이브스·로버트 A.M. 스턴 등 세계적인 건축가와 한국의 김종성·윤승중 씨 등이 심사위원으로 참여했다.

윤승중 회장은 한국미술관 국제 현상 설계 경기가 성공한 이유를 “테마와 프로그램이 흥미롭기도 했지만 심사위원 구성이 크게 작용했을 것”이라고 풀이했다. 이번 설계 경기의 한국측 후원을 맡은 월간 <플러스>(플러스문화사 02-563-4322) 이주연 편집장은 “근래에 보기 드문 국제 설계 경기로 기록될 것”이라고 말했다.

비영리 단체 코마를 이끌어가고 있는 크리스토퍼 리씨는 75년에 미국으로 건너가 그곳에서 교육을 받고 현재 건축가로 활동하고 있다. 리씨는 93년 대전 엑스포 때 정부 관련 전시관 프로젝트에 참여하면서 모국을 방문했는데, 그때 로스앤젤레스의 젊은 한인 세대들이 한국 문화와 점점 멀어지고 있음을 절감했다고 한다.

미국으로 돌아간 리씨는 뜻이 통하는 젊은 한인과 아시아계 인사들을 규합하기 시작했다. 건축가, 신문 방송 매체 전문가 등 30대 한인 1.5세대들을 주축으로 코마를 결성했다. 세계적인 건축가인 이 오밍 페이(중국계 미국인), 찰스 E. 영 캘리포니아 대학 로스앤젤레스 분교 총장, 다이언 파이스타인 상원의원, 로스앤젤레스 한인 타운 김 진 협회장 등을 고문으로 추대하고 한국미술관 건립 기획을 짰다.

크리스토퍼 리씨는 “코마는 예술·문화 그리고 공동체의 발전에 관심을 가진 다양한 소수 민족으로 구성되어 있다”면서, 한국의 문화 유산을 널리 알리는 기능뿐만 아니라 미국내 다른 소수 민족과 상호 교류를 희망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한국미술관은 박물관·전시관·도서관·교육센터·연구실·출판사 등 다양한 목적을 만족시키는 문화센터 성격을 갖고 있다.
2백억원 재원 마련이 과제

로스앤젤레스 한인 타운을 상징하는 가로인 올림픽가에 99년까지 완공될 한국미술관은 6천여 평 대지 위에 들어서는데, 모두 2백억원 가량의 예산이 필요하다. 설계도를 결정하는 1단계 사업은 매듭지어졌지만, 지금부터 재원을 마련 하는 일이 큰 문제다. 애초부터 기금을 모아 완성하기로 한 사업이었지만, 현지 교민 사회의 ‘미묘한 갈등’으로 최근까지 난관에 부딪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월 현지에 다녀온 <플러스> 이주연 편집장에 따르면, 한국미술관 설계 경기가 마감되기 직전 공교롭게도 로스앤젤레스에 ‘한미미술관’(KAM)이 개관되었다. 한미미술관은 도산 안창호 선생 관련 유품을 전시하면서 일반 전시도 병행하는 공간으로, 현재 일반 건물에 세들어 있지만 앞으로 새 건물을 지을 계획이다. 윤승중 회장은 “이밖에도 2~3건의 한국 관련 미술관이 계획 중인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지난 2월25일, 코마가 주최한 행사에 참여해 한국미술관에 대한 재정 지원 문제를 놓고 현지 한국 영사관측과 대화한 이주연씨는 “로스앤젤레스에 같은 이름의 미술관이 두 군데 이상 생기는 것은 어쨌든 모양이 좋지 않다. 코마와 여타 한인 미술관 추진 세력이 서로 손잡는다면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영사관측의 언질을 들었다”고 말했다. 지난 4월19일 코마측과 통화했다는 이주연씨는 “최근 코마가 한미미술관, 그러니까 한인 1세대 쪽과 접촉해 서로 통합한다고 알려왔다”면서, 한국미술관 건립이 그렇게 비관적인 것만은 아니라고 말했다.

코마는 미술관이 완공될 때까지 다양한 사업을 펼칠 예정이다. 우선 한국미술관에 소장될 한국 전통 문화와 각종 서지 자료 등을 인터네트를 통해 서비스(가상 전시관)할 예정이며, 한·일 문제를 ‘로미오와 줄리엣’으로 비유한 연극을 무대에 올리고, 한인 신세대를 대상으로 한 그림 그리기·글짓기 대회도 계획하고 있다. 한편 월간 <플러스>는 이번 5월호에 ‘로스앤젤레스 한국미술관 국제 현상 설계 경기’를 특집으로 선보인 뒤, 올 하반기에는 입상작뿐 아니라 후보작까지 포함하는 대형 건축 전시회를 서울에 유치하는 등 한국미술관에 대한 국내의 관심을 끌어올리는 프로그램을 마련하고 있다.

이제 곧 눈에 드러날 한국미술관 건립 모금 운동은, 로스앤젤레스 한인 사회의 문화적 성숙도, 즉 다른 인종과의 조화 가능성은 물론이고, 교포 사회에 대한 고국의 ‘애정’을 확인할 수 있는 중요한 잣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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